올해 6월 국제투명성기구(Transparency International, TI) 영국지부는 ‘제약산업 부패 실태 보고서’를 통해 전 세계 제약산업계의 고질적인 부정ㆍ부패ㆍ비리 문제가 만연하고 있다며, 법규의 집행 및 처벌 강화, 부패 억제 정책 확대 등의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에서도 제약산업을 비롯한 보건의료산업의 청렴생태계가 조성돼야 한다며, 제약산업 공정거래 확립 및 투명성 제고를 위한 움직임이 나타났다. 올해 6월 15일 의약품 공정거래 확립에 대한 토론회가 열린 데 이어, 7월 19일 의약품 투명거래 실천네트워크(가칭, 이하 약투넷) 준비위원회가 출범한 것이다. 약투넷 이상수 사무총장(현 한국시민교육연합 사무총장 및 한국공공신뢰연구원장)을 만나 약투넷의 출범 배경 및 목적, 향후계획 등에 대해 들어봤다.

김소희 기자: 안녕하세요,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수 사무총장: 반갑습니다.

김소희 기자: 약투넷이 어떤 곳인지 궁금합니다.

이상수 사무총장: 약투넷은 의약품 산업의 건강한 발전과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보건의료분야의 청렴생태계 조성을 위한 민관협력 네트워크입니다. 투명한 의약품 유통거래 환경을 만들기 위한 정책개발과 대안을 제시하는 각종 활동을 통해 보건의료산업 전반의 건강한 발전과 관련 업무 전반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높이기 위해 구성됐죠.

적극적인 의지가 있는 발기인들을 중심으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됐습니다. 지난 7월 19일 대표단회의가 열렸고, 준비위원회도 꾸려졌죠.

김소희 기자: 리베이트는 제약산업의 고질적인 문제 중 하나죠. 약투넷이 구성될 수밖에 없던 환경인 거겠죠?

이상수 사무총장: 현재 의약품 유통환경은 대체적으로 제네릭을 생산한 후 가격경쟁을 통해 시장규모를 확대하려는 판세입니다. 그러다 보니 ‘어떻게 하면 유사한 성분의 제네릭을 의사들에게 공급해 매출을 극대화시킬 것인가’와 같이 판촉경쟁에 치중하게 됐고요. 의약품유통시장의 리베이트 규모는 줄지 않고 지속적으로 팽창되고 있습니다. 감사원의 감사결과나 복지부의 실태조사, 공정위 내부자료를 보면 의약품 거래액의 20%에서 최고 40%가 리베이트 금액이고요.

김소희 기자: 정부와 제약업계가 리베이트 근절과 윤리경영 정착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쉬운 일은 아니죠.

이상수 사무총장: 의료법, 약사법, 의료기기법 등 의료 관련 3개 법령의 법 개정 경과를 보면 약가산정 방식 변경, 리베이트 행위에 대한 처벌강화 등 그 동안 리베이트를 근절하기 위한 방향으로 개정돼 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베이트는 여전하죠.

즉, 공정한 거래가 가능하도록 제도와 환경을 바꾸지 않는 이상, 근본적인 개선은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죠. 제네릭 중심의 판촉경쟁 시장에서 R&D와 신약개발 연구 중심의 시장으로 방향을 선회하기 위해 제도와 시스템을 바꿔야 하고, 이를 위한 구체적인 행위가 취해져야 합니다.

이러한 뜻이 있는 사람들이 단체를 만들어보자는 수 차례 회의를 한 끝에 약투넷이 탄생했습니다. 6월에 열린 첫 토론회에 참여한 여ㆍ야 국회의원들도 의약품 공정거래 확립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했습니다. 특히, 정의당은 국민건강증진사업의 일환으로 리베이트 근절을 비롯한 의약품 공정거래확립에 발 벗고 나서겠다고 뜻을 밝혔고요.

김소희 기자: 약투넷 구성명단을 보니 의료계나 유통은 있는데 제약업계를 대표하는 인물이 없네요?

이상수 사무총장: 제약협회와 의사협회, 병원협회에도 공문을 통해 공동대표 추천을 요청했습니다. 직접적인 이해당사자인 제약협회는 상당한 관심을 보인 반면,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습니다. 리베이트를 제공하는 주체가 제약사고 그런 제약사의 이익을 대변하는 단체가 제약협회니 제 목소리를 내기 어렵겠죠. 의사협회나 병원협회도 마찬가지고요.

개인적으로 제약협회의 CP 운영 및 평가는 국민에게 노력하고 있다는 걸 어필하려는 행동일 뿐 진정한 의미에서 제약시장의 공정거래 확립 및 유통시장의 투명성 확립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되지 않습니다.

만약 제약협회가 윤리경영에 관심을 갖고 있으며 CP를 내실 있게 추진하고 투명한 시장을 만들려는 의지가 있다면 유보적이고 관망하는 자세를 취하기보다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소희 기자: 제약협회나 의사협회, 병원협회 등 이해 당사자까지 약투넷의 구성원으로 포함이 된다면 제도 마련 정책변화에 있어 소통이 더욱 쉬울 것 같네요.

이상수 사무총장: 약투넷은 이해당사자뿐만 아니라 정부 등 공공 부문, 민간 부문, 시민단체 등의 협력적 거버넌스를 통해 보건산업 전반의 투명성 제고 및 공정거래 관련 사업을 전개하려는 것입니다. 가급적이면 많은 이해 관련 단체, 기관, 협회가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동참해주길 바랍니다. 무엇보다 제약협회 의사협회 병원협회의 참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김소희 기자: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이상수 사무총장: 복지부와 공정위, 권익위, 식약처 등 관계 중앙부처와 협력을 통해 보건의료정책 개선과 관련한 정책적 제언도 추진할 방침입니다. 또 보건의료산업 관련 제도 및 정책 연구를 토대로 방안을 마련해 제시하고, 정책개발 역량 강화, 국민 대상 캠페인 및 홍보 문화 사업 추진 등을 통해 공감할 수 있는 환경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더불어 국회 복지위, 각당 보건복지 관련 위원회 및 국회 의원과 밀접하게 연계해 관련 제도 개선, 나아가 법 개정까지도 함께 추진할 계획입니다. 정파, 정당을 떠나 보건복지위 국회의원 모두가 참여하고 다양한 법령을 개선하는 등 정책제안의 통로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정식출범 이후에는 약가산정방식, 난립된 중소제약사 통폐합을 통한 시장개선, 리베이트 근절관련 해외사례와 국내 시장 비교, 해외 의약품 시장에서 거래되는 유사제품과 국내 유사제품과의 가격비교를 통한 문제점 개선 등을 다양한 주제의 정기 포럼을 개최할 예정입니다. 관계 중앙부처, 국회, 시민사회단체, 보건의료분야 전문가 등이 모두 참여해 토론을 하고, 이를 통해 도출된 의견을 국회와 중앙부처에 제언하는 거죠.

민ㆍ관ㆍ학ㆍ시민이 함께 어우러져 보건의료산업 전반의 현안 이슈를 논의하고, 도출된 결론을 토대로 정책 제언, 관련 법령 개정까지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김소희 기자: 쉽지 않겠지만, 추진만 된다면 의약품 유통환경은 물론 보건산업 환경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 같습니다.

이상수 사무총장: 또 하나, 약투넷에 참여한 병원과 제약사 등을 대상으로 윤리경영평가 후 우수기관에 대해 인증을 하는 사업도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입니다.

김소희 기자: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이상수 사무총장: 약투넷이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방향과 사업계획이 결코 제약사, 병원을 통제하거나 제제하는 관점에서 사업의 물꼬를 잡고 있지 않습니다. 긍정적인 접근방식이 대단히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에, 사후 통제 처벌 중심의 기존 제도적 접근 방식에서 탈피해 사전 예방적인 의약품 거래환경의 선진화 투명화 공정거래를 추진하고자 합니다.

국제적인 흐름에 비춰봤을 때 우리나라도 OECD 회원국으로서 선도적으로 이끌어갈 때입니다. 정부도 적극적으로 호응을 하고 있습니다. 상생 차원에서 약투넷의 사업이 추진될 예정인 만큼,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를 바랍니다.

김소희 기자: 인터뷰 감사합니다. 의약품 유통거래의 투명화를 통한 청렴생태계 조성에 약투넷이 어떤 역할을 할 지 관심 갖고 지켜볼게요.

이상수 사무총장: 감사합니다. 앞으로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조심히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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