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지난달부터 여성청소년을 대상으로 시행중인 ‘건강여성 첫걸음 클리닉사업’이 때아닌 성희롱 논란에 시달렸다.

이 사업은 사춘기에 접어든 12세 여성청소년을 대상으로 의사와의 1:1 건강상담 서비스와 자궁경부암 무료예방접종을 함께 제공하는 사업이다.

이 사업에서는 건강상담 차원에서 여성청소년에게 초경 여부, 월경(생리)력, 월경 과다 증상과 주기 등 월경 관련 내용과 가슴 발달 상태, 자궁경부암 예방 접종력 등을 묻는 설문지를 의사들이 작성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예방접종 등을 위해 병ㆍ의원에 온 여성청소년에게 의사가 이 같은 문진을 하는 과정에서 보호자나 청소년이 수치심을 느낄 경우 성희롱에 해당할 수 있다고 여성가족부가 밝히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지난달 일반과개원의협의회 관계자는 국민신문고를 통해 의사의 질문에 따라 여성청소년이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고 민원을 제기하면 여가부는 어떻게 판정하겠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여가부는 “여성청소년이나 부모가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고 생각한다면 국가인권위원회에 조사ㆍ구제를 제기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라고 답했다.

이 같은 답변이 문제가 되자 여가부는 민원 회신 내용은 성희롱에 대한 일반적인 구제 절차를 안내한 것일 뿐, 복지부의 ‘건강여성 첫걸음 클리닉사업’과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해당사업과는 관계 없이 예방접종이나 건강검진 목적으로 병ㆍ의원을 내원한 12세 여성청소년에게 상세하게 질문하는 것으로 인해 해당 청소년 또는 아이의 부모가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고 생각한다면 성희롱에 대한 조사ㆍ구제 절차가 있으므로 이에 대해 인권위에 조사ㆍ구제를 제기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회신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건강여성 첫걸음 클리닉사업’ 역시 여가부가 성희롱이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을 가정한 예방접종과 건강상담을 하는 내용이기 때문에 ‘해당사업과는 관계 없다’는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성희롱은 여가부의 설명대로 피해자의 ‘성적 수치심’ 여부에 따라 판단되기 때문에 의사들이 의학적 목적으로 정부 주관사업의 설문항목대로 문진을 했더라도 인권위 조사를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전문가들이 결정할 의료행위의 영역을 무시한 채 ‘상세하게 질문하는 것으로 인해’라고 모호하게 표현한 것은 위축진료를 유발할 가능성도 있다.

가뜩이나 아청법의 면허박탈 조항으로 인해 의사들의 우려감이 높아진 상황에서 이 같은 정부의 회신은 더욱 의사들의 힘을 빼고 있다.

결국, 복지부가 야심차게 시작한 사업이 시작단계에서 벌어진 성희롱 논란으로 인해, 여성청소년 뿐 아니라 관련 진료를 받는 환자에게까지 위축진료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의료현장과 전문성을 고려하지 않은 행정부의 태도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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