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 비뇨기과의사의 죽음은 국가 권력에 의한 살인이다. 동료의사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모든 의사들이 힘을 합쳐 개선해 나가자.”

의료혁신투쟁위원회(이하 의혁투, 공동대표 정성균ㆍ최대집)는 지난 23일 안산 건보공단 단원지사 앞에서 안산시의사회ㆍ비뇨기과의사회와 공동으로 촛불추모집회를 열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현지조사를 받은 이후 스스로 목숨을 끊은 故 안산 비뇨기과 의사를 애도했다.

의사와 가족 8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 이날 촛불추모집회는 1부 애도와 추모, 2부 규탄과 결의로 진행됐다. 

1부 ‘애도와 추모’에서는 비뇨기과 원장을 위로하고, 의사들이 힘을 합쳐 부당한 심사 잣대에 대응하자고 호소했다.

이호준 안산시의사회장, 어홍선 비뇨기과의사회장, 방상혁 전 의협 기획이사(위로부터)
이호준 안산시의사회장, 어홍선 비뇨기과의사회장, 방상혁 전 의협 기획이사(위로부터)

이호준 안산시의사회장은 추모사에서 “故 비뇨기과 원장은 불행하고 불운한 사태를 겪으면서도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아 지역의사회장인 나조차 상황이 모두 종료된 알게 돼 송구스럽기 그지 없다.”라고 안타까워했다.

이호준 회장은 “사마귀가 손바닥에 있을 수 있고 발바닥에 있을 수 있는데 치료의 청구방식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서 이런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내과의사인 나는 처음 들었다.”라며, “어떤 극악한 형벌을 받아야할 죄인이라고 할지라도 법적인 절차가 있고, 구제 절차가 있을텐데 어떤 도움도 받지 못하고 혼자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됐는지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이호준 회장은 “왜 사전에 계도하지 않고, 한번도 통지하지 않았나. 부당청구라는 말로 규정지으면 부당청구가 되는 것인가? 이러고도 21세기 대한민국이 문명국가인가?”라고 묻고, “이런 비극적 사태가 다시는 되풀이 되지 않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어홍선 비뇨기과의사회장은 “후배로서 지켜드리지 못한 죄송함과 안타까움, 그리고 원망이 우리를 엄습해 온다. 우리가 원장님께서 하지 못했던 개혁을 이뤄내겠다.”라고 말했다.

어홍선 회장은 “심평원이 검경보다 더한 공권력을 앞세워 의사들을 핍박하고 있다. 규정이 고무줄 같다. 대한민국이 선진국이 되지 못하는 이유가 이런 고무줄 잣대다.”라고 지적했다.

어홍선 회장은 “고무줄 같은 원칙은 국민을 위한 것이 아니다. 심평원 지원의 인사고과를 위해서 이뤄진 것이다. 원장님을 위해 고무줄 같은 잣대를 개혁하자. 원장님의 명복을 빌고, 유족들의 마음을 감싸주면서 함께 나가자.”라고 호소했다.

방상혁 전 의사협회 기획이사는 “세상의 어느 집단에서 이런 말도 안되는 일로 범죄자 취급을 받고 스스로 목숨을 끊게 만드나? 이것은 국가 권력에 의한 살인이다.”라고 규정했다. 

방상혁 전 이사는 “언제까지 이런 부당한 처사에 당하고만 있어야 하나.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문제다.”라고 강조한 뒤, “최선의 진료를 가로막는 심평원의 부당한 잣대에 침묵해선 안 된다. 10만 의사들이 이제 일어나야 할 때다.”라고 외쳤다.

5분간의 침묵 시위 후 이어진 2부 ‘규탄과 결의’에서 참석자들은 관련자 처벌, 심평원 급여심사기준 공개, 청구대행 중단을 촉구했다.

최대집 의혁투 공동대표가 관련자 처벌ㆍ심사기준 공개ㆍ청구대행 중단을 촉구하는 모습
최대집 의혁투 공동대표가 관련자 처벌ㆍ심사기준 공개ㆍ청구대행 중단을 촉구하는 모습

최대집 의혁투 공동대표는 “현지조사에서 어떤 압박이 있었길래 두 달여간 혼자 고민하다가 견디지 못하고 자살을 선택해야 했는지 안타깝다. 사실관계를 조사해서 책임자에게 반드시 형사적ㆍ행정적ㆍ민사적 책임을 끝까지 묻겠다.”라고 강조했다.

최대집 대표는 “의사들은 급여기준과 심사기준을 모른 채 진료하고 있다. 발바닥 사마귀는 보험이 되는데 손바닥 사마귀는 보험이 안 된다고 한다. 그분은 손바닥 사마귀를 보험으로 처리했다가 부당하게 허위청구를 한 것이라며 범죄자 취급을 받았다.”라고 말했다.

최대집 대표는 “왜 의사들이 심평의학이라고 불리는 심평원의 잘못된 급여기준에 맞춰서, 돈 몇 푼 아끼겠다고 의학적 원리를 무시하는 진료를 해야하나?”라며, “의사는 의학적 원칙에 충실한 진료를 하면 그만이다. 심사 및 급여기준을 의학적 원칙에 맞춰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최대집 대표는 “사람을 죽음에 몰고 가는 잘못된 행정 폐해를 더 이상 당할 수 없다. 이번에 이 사태를 계기로 급여기준, 심사기준을 완전히 공개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또, 최 대표는 “청구대행으로 불행한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라면서 “청구대행의 근본적인 해결이 필요하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변형규 안산시의사회 기획이사는 “개원한지 3년이 됐는데 제대로 청구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 분명히 지급은 되고 있고 정상적으로 청구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수년이 지나서 잘못됐다고 하면 똑같은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라며 姑 비뇨기과의사의 사례가 일반의사들의 사례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변형규 이사는 “우리가 진료를 하면서 왜 이런 것까지 신경을 써야하나? 오늘 이 자리를 계기로 이런 문제가 개선되고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며, “지금이 끝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투쟁을 이어나갔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조규선 비뇨기과의사회 의무부회장은 “유명을 달리한 의사는 환자 치료를 위해서 한 것 밖에 없는데 결과는 소중한 가족을 두고 이런 슬픈 선택을 하게 됐다.”라며, “의사들은 하루하루 겪고 있는 문제다. 언제까지 의사들이 환자진료 외의 일로 고민해야 하는가?”라고 물었다.

조규선 부회장은 “일부에선 이 원장의 죽음마저도 냉소적으로 보고 있어 안타깝다.”라며, “모욕적인 언사와 강압적인 태도 등 복지부, 심평원, 공단은 반성해야 하며, 책임자를 찾아내서 처벌해야 한다. 국민이 이들의 행태를 막아줄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라고 호소했다.

자리를 함께 한 노환규 전 의사협회장은 잘못된 제도를 바꾸기 위해 의사들의 관심과 참여가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노환규 전 의협회장
노환규 전 의협회장

노환규 전 회장은 “의사라는 이유로 우리가 이 사회에서 존경과 특혜와 보호를 받아왔는가?”라고 묻고, “의사라는 이유로 핍박받고 불안해하고, 의사라는 이유로 수많은 책임을 져야하고, 의사라는 이유로 이 자리에 서 있다.”라며 말했다.

노환규 전 회장은 “의사라는 이유로 부당한 대우를 받는 의사의 숫자가 10만여명인데 이 자리에는 소수 의사만 모여 동료의 죽음을 위로하고 있다.”라며, 아쉬워 했다.

노 전 회장은 “국가기관과 완장을 찬 준공무원들이 의사들에게 부당한 대우를 하고 있지만, 의사들이 이를 비난하고 규탄해도 바뀌지 않는다.”라고 현실을 설명했다.

노 전 회장은 “제도를 바꾸려면 의사가 바뀌어야 한다. 우리가 바뀌어야 제도가 바뀌고 정부가 바뀔텐데 우리가 여전히 바뀌지 않는다.”라며, “정부의 변화도 촉구하지만 회원들의 변화가 꼭 필요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 추모집회 한 차례로 끝내지 말고, 잘못된 제도를 바꾸려면 우리가 무엇을 해야하는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한편, 의혁투는 추모집회를 단발성 행사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심사제도 개선을 위한 활동으로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이미 23일에 이어, 24일에는 안산시 단원보건소 앞에서 2차 촛불추모집회를 개최했으며, 관련자 처벌과 제도개선 목소리를 높이기 위한 후속 조치도 준비중이다. 또, 추무진 의협회장을 찾아가 적극적인 대응도 촉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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