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경만호 의사협회장은 지난 8일부터 30일까지 약 3주 동안 13개 시도의사회를 돌며 회원과의 대화를 진행했다(전남ㆍ울산, 지역의사회 거부로 취소/경기도, 문정림 공보이사 진행). 경만호 회장은 의료계 현안을 보고하고, 자신을 둘러싼 의혹을 해명하기 위해 설명회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다수 지역의사회가 타 지역 회원에게 발언기회를 주지 않았고, 한 의사회는 일반회원의 참가를 제한하기도 했다. 또, 경만호 회장은 의사회원들을 앞에 두고 약사들도 힘들다는 발언을 하는가 하면, 지역의사회장을 겨냥해 가증스럽다고도 했다. 경만호 회장은 회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을까.

회원과의 대화는 첫날부터 삐거덕거렸다. 8일 열린 ‘서울회원과의 대화’에서 송우철 총무이사가 의료계 현안을 보고하는데만 1시간을 할애하자 곳곳에서 “회장과 대화하러 왔다. 총무이사의 설명을 들으러 온 게 아니다”는 지적이 터져 나왔다.

이날 경만호 회장이 회원의 질문에 응답한 시간은 10분도 채 되지 않는다. 이 짧은 시간에 경만호 회장은 김해시의사회에서 실시한 불신임 설문 결과에 대해 입장을 묻는 회원의 질문에 ‘가증스럽다’고 답해 논란을 일으켰다.

14일 마산 3.15아트센터에서 열린 ‘경남회원과의 대화’에서 경남의사회는 이원보 감사의 동영상 촬영과 경만호 회장의 파워포인트 자료를 이용한 의료계 현안보고를 불허했다.

질의응답 도중 경만호 회장이 파워포인트 자료를 이용해 답변하겠다고 하자 이원보 감사가 형평성을 제기하며 동영상으로 촬영하겠다고 나섰다.

경만호 회장은 격앙된 목소리로 “주최자가 누군데 형평성을 얘기하냐. 내가 주최한 거다”라고 말했고, 경남회원들이 “경남의사회가 주최한 것이다. 회원 있고, 회장 있다”고 비판하자 불편한 심기를 내보였다.

15일 경기도의사회관에서 열린 ‘경기회원과의 대화’에서는 검찰 고발건 취재 차 방문한 KBS 취재진을 보고 현장을 떠났다. 회장과의 대화를 위해 먼길을 달려온 회원들은 경만호 회장의 일방적인 결정에 분노했고, 경기도의사회관은 경만호 회장 성토장이 됐다.

18일 부산시의사회의 경우 ‘경만호 회장과의 대화’에 일반회원의 참가를 제한했다. 일반회원들이 현장을 찾아가 항의하자 부산시의사회 임원들은 회장과 임원과의 대화라며 저지했다.

정근 회장은 일반회원이자 자신의 후배들을 한시간 가량 좁은 입구에 세워두고서야 마지못해 발언권을 부여했다.

의협 측은 장소와 참가 자격은 지역의사회에서 정했다는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경만호 회장은 불과 4일 전에 열린 ‘경남회원과의 대화’ 도중 “내가 주최했다”고 말했다.

주최자가 누구인지 여부를 떠나 협회장이 회원과 소통할 의지가 있다면 지역의사회에 일반회원의 참가를 요청했으면 해결될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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