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의사’로 이름을 알린 박경철 안동 신세계연합의원 원장이 공보의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 한의사들을 향해 독특한 조언(?)을 해 눈길을 끌었다.

한의사들이 오랜 시간 ‘풀뿌리’와 ‘나무뿌리’를 연구해 온 만큼, 그것을 한약이 아닌 건강기능식품으로 발전시켰다면 전세계를 제패했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조언한 것이다.

박경철 원장
박경철 원장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이하 대공협, 회장 김재림)는 지난 23일과 24일 양일 간 대전 을지대학교병원에서 ‘2016 대공협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박경철 원장은 지난 24일 학술대회 마지막 연자로 나서 ‘젊은의사, 우리는 어떻게 살 것인가?’를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박 원장은 이날 강연에서 그리스신화를 인용하며 인간의 ‘생로병사’와 ‘필멸성’을 역설하고, 헬스케어 시장에서 젊은 의사들이 가진 무한한 가능성과 관점의 전환에 대해 강조했다.

특히 그는 ‘관점의 전환’을 강조하며, 한의사들의 몰락을 예로 들기도 했다.

박 원장은 “서울대 의대보다 경희대 한의대 입시점수가 높은 시절이 있었지만 지금 한의사들은 거의 몰락하고 있는 상황이다.”라며, “한의학 자체가 가진 기반도 미약하지만, 한의사들의 프레임이 틀을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세상의 모든 과학은 어제보다 나아지려고 노력하고, 어제의 이론이 아닌 오늘의 이론을 마련하며 자라나는데, 한의학계는 몇 백년 전 이야기를 ‘비방’이라고 처방하며 자랑한다.”라며, “광화문 네거리의 모 한의원은 ‘고려왕실원방처방’이라는 간판을 내걸고 광고하더라. 동의보감도 아니고, 500년 전 고려시대 처방을 자랑으로 삼는다.”라고 지적했다.

박 원장은 “한의학이 500년 전 이야기를 해석하고, 거기에 매몰돼서 오늘이 아닌 과거 이야기로 설명하려고 들고, 심지어 1,000년 전 이야기를 비방이라고 얘기하는 순간 한의학이라는 학문은 끝나버렸다.”라며, “하지만 생각을 달리해보면 한의사가 아닌 새로운 길도 많다.”라고 주장했다.

헬스케어 영역 중 건강기능식품 영역이 세계적으로 거대한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데, 우리나라 한의사들이 이 분야를 연구했으면 뛰어나게 발전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박 원장은 “대표적으로 ‘허벌라이프’라는 회사는 채소에 관심이 있던 몇 명이 모여 분말로 된 천연비타민 공급법을 고민하다가 발전해 거대한 글로벌 기업이 됐다.”라며, “가장 우수한 두뇌를 가진 사람들 몇 만명이 모여 풀뿌리, 나무뿌리만 연구하는 나라는 전세계에서 대한민국 뿐이다. 허벌라이프 연구인력이 총 700명인데, 한의사들이 ‘처방’ 뒤에 약이라는 말을 빼고, 그냥 건기식으로 발전시켰다면 어쩌면 천연물 부분으로 건기식으로 전세계를 제패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수 백년 간 풀뿌리, 나무뿌리만 연구했으니 그렇지 않겠느냐.”라고 반문하며, “한의사들 입장에서는 황당하고 욕보였다고 말하겠지만, 이건 한의사를 위한 조언이라기보다는 관점만 바꾸면 다른 세상이 있다는 뜻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박 원장은 산업혁명이 인류의 부가가치가 급증한 계기가 된 것처럼, 헬스케어 분야가 새로운 시대의 주요산업이 될 것이라며 젊은 의사들에게 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라고 강조했다.

박 원장은 “헬스케어는 모든 돈과 산업과 구조가 움직일 수 밖에 없는 인간의 가장 필연적 욕망 중 하나다. 의료현장을 떠나 사회 속에 들어가 있는 제 눈에는 지금이 댐 수문이 터지는 순간으로 보인다.”라며, “지금 거대하고 새로운 영역의 문이 열리고 있는데, 이 영역의 주인공은 누가 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자신이라고 대답하지 못하면 안 된다.”라고 말했다.

그는 공보의들을 향해 “여러분은 인간의 몸과 생명 자체에 대해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교육을 받았다.”라며, “의사들은 6개월만 교육 받아도 소프트웨어 개발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고, 저처럼 의대를 졸업하고도 취미로 공부해 금융위가 주는 올해의 정보인상을 받을 정도로 금융 분야에도 두각을 나타낼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인간을 처음부터 끝까지 체계적으로 가르치는 의학이라는 학문은 누구도 흉내내지 못하는 의사들만이 받은 교육이라며, 인류역사상 최초로 헬스케어라는 거대한 문이 열리기 시작했을 때 의사들이 그 수문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 원장은 “이미 여러분들의 선배 중 2,000명 가량은 이 분야로 이동을 시작했고, 또 많은 사람들이 준비 중이다.”라며, “여러분이 갈 수 있는 길은 인간의 생명을 지키는 수호자로서 좋은 의사가 되는 길과 새로운 시대에서 새로운 산업에 뛰어드는 길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물론 전자의 경우 의사의 대우가 어떻게 되든 어떤 가치와도 비교할 수 없는 부분이고, 그 가치를 수호하는 사람들이 여러분 중 절반이 넘어야 한다. 숭고한 길이다.”라며, “두 번째 길의 경우 여러분이 제대로 교육받은 최고 전문가라는 관점에서 보면, 과거 정주영 회장이 시작했던 것과 같은 기회가 왔는지도 모른다. 어떤 관점과 시각을 갖고 보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라고 전했다.

박 원장은 “청진기와 메스를 들고 있는 선배 의사의 관점에서 보면 (여러분의 미래가) 암담할 수 있는데, 다른 관점에서 보면 여러분이 갖는 기회의 크기는 상상할 수 없이 크다.”라며, “틀을 깨고 프레임을 바꿔서 다른 시점으로 세상을 봐라. 인간이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했던 새로운 혁명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끊임없는 시선과 관심을 유지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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