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을만하면 나오는 의대 신설 문제가 서남의대 폐과 결정으로 인해 또 다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의대 최초로 서남의대가 2018년 문을 닫기로 결정하면서 서남의대의 정원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에 불이 붙은 것인데, 또다시 정치권의 목소리가 커지는 모양새를 보니 우려가 앞선다.

지난 2014년 교육부가 서남의대 신입생 모집 정지 결정을 내렸을 당시에도 목포대와 순천대가 의대 신설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인 바 있다.

특히, 전남 순천에 지역구를 둔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과 목포가 지역구인 국민의당 박지원 의원은 꾸준히 의대 신설 주장을 해오며 파워게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의대교육의 질이나 의료인력 수급전망 등을 고려하지 않고, 지역 균형 발전과 취약지 의료 접근성이라는 명분을 앞세우며 정치권의 지역구 챙기기로 변질돼 의대 신설이 추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정현 의원의 경우 지난해 의료취약지에서 활동할 공공의료인력 양성을 목표로 하는 ‘국립보건의료대학 및 국립보건의료대학병원 설치ㆍ운영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이 의원은 해당 의대를 꼭 순천에 설립하자는 법안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지만, 순천시의회는 ‘국립순천대학교 의과대학 유치 지원을 위한 특별위원회’를 중심으로 의대 유치 활동을 펴고 있다.

이번 뿐만 아니라 의대 신설은 정권마다 포퓰리즘 정책의 대표적인 도구로 활용돼 왔다.

문제는 짧은 기간 동안 우후죽순으로 의대가 신설되면서 교수 부족 및 이에 따른 부실 교육 등 부작용이 속출했다는 점이다.

실제로 마구잡이로 의대를 신설해 준 김영삼 정부에서 들어선 의과대학 대부분이 1998년 당시 학생들을 가르칠 교수가 모자라 수업에 차질을 빚는가 하면, 일부 대학에서는 학생들을 학교버스에 태워 서울로 보내 교육을 받도록 하는 등 부작용이 심각했다.

상당수 신설 의대는 도서관이나 교수연구실, 학생 강의실, 의대 건물 등도 확보하지 못한채 다른 대학 건물 등을 빌려서 교육을 하기도 했다.

또한 관동의대의 경우 의대 설립 부대기준인 부속병원을 10년이 넘도록 짓지 못해 정원이 매년 10%씩 감축되는 제재를 받다가 인천 가톨릭학원으로 편입되며 정상화 됐고, 서남의대는 의대 폐지를 놓고 서남학원과 교육부 간 소송까지 이어간 결과 폐지가 결정됐다.

이처럼 무분별한 의대 설립은 의료교육 부실화를 초래해 궁극적으로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만큼, 의대 신설 문제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

교육부는 서남의대가 폐과될 경우 정원을 기존 의대에 분배할지, 아니면 새로운 의대를 신설할지 복지부와 협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의대교육의 특수성과 중요성을 감안한다면 이 과정에서 더이상 정치적 논리가 작용해선 안된다. 서남의대로 대표되는 부실의대의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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