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한국제약협회는 6월 28일 이사회에서 제4차 리베이트 무기명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하겠다고 공언했지만 3분기로 연기한다고 말을 바꿨다.

이유는 ‘시기가 적절하지 않다’였다. 제약산업 발전이라는 큰 틀에서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정부가 오는 30일 제약산업육성정책 발표 및 신사업 지정 등 제약산업 육성의지를 천명하는 데 앞서 무기명 설문조사 내부공개가 우선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 동안 제약협회는 윤리경영 확립에 대한 의지를 꾸준히 밝혀왔다. 특히, 이행명 이사장이 지난 3월 부임 후 첫 공식석상에서 내부공개에 대한 뜻을 내비치면서 리베이트 근절에 드라이브가 걸린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번 결정으로 기세가 한 풀 꺾였다. 일각에서는 충분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윤리경영 확립 및 리베이트 근절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설문조사와 내부공개를 강행하더니, 정부의 육성정책 발표라는 이유만으로 일정을 연기한 것에 대해 어이 없다는 입장이다. 

더욱이 수사당국에 빌미를 제공할 것을 우려해 입장을 바꾼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제약협회는 제약산업 발전이라는 대승적인 차원에서 내린 결정일 뿐,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일정을 연기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첫 번째 설문조사 결과의 내부공개를 코앞에 두고 일정을 미뤘기 때문에, 이번 결정은 다소 모양이 빠져 보인다.

이렇게 쉽게 내부공개 일정을 미룰 수 있는 것은 결국 ‘카더라’에 기반한 설문조사 결과로 인한 부작용과 기득권자들의 마녀사냥 등 제약업계 내부의 지적 및 의견을 반영한 후에 내부공개를 결정해도 늦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제약협회가 무기명 설문조사를 실시하겠다고 의지를 표명한 뒤 실제로 세 차례의 설문조사가 실시됐기 때문에, 내부공개 자체가 흐지부지 될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따라서 3분기에는 특별한 변수가 발생하지 않는 한 무기명 설문조사와 내부공개가 이뤄질 것으로는 예상된다.

제4차 무기명 설문조사 및 첫 번째 내부공개가 제약협회의 계획대로 진행될 지 지켜봐야 한다. 칼을 뺀 제약협회가 무라도 썰어야 신뢰를 얻을 수 있을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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