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무진 회장이 드디어(?) 의사협회 범의료계 비상대책위원회 단독위원장을 맡았다.

의사협회는 15일 오전 상임이사회에서 추무진 회장을 위원장으로 한 제3기 비대위 구성안을 의결했으며, 16일 오전 첫 회의를 연다.

추무진 회장이 비대위원장을 맡기로 했지만 정작 분위기는 좋지 않다. 그동안 앞장서서 비대위를 이끌어 달라는 요구를 추 회장이 무시해 왔기 때문이다.

그가 비대위원장을 맡기까지의 과정을 살펴보자.

의사협회 대의원회는 지난해 1월 25일 임시총회에서 기존 비대위가 집단 사퇴를 한 것에 대한 후속조치를 논의한 결과, 노환규 집행부 시기인 2014년 4월 정기총회에서 구성을 의결한 비대위를 재구성하기로 결정했다.

추 회장은 임시총회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의협회장이 비대위원장 밑으로 들어갈 수는 없다.”라며 비대위원장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2월 7일 열린 1기 비대위 첫회의에서 4인 공동위원장 체제가 결정된다. 추 회장이 비대위원장을 맡으면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의협회장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견이 많았던 탓이다.

일부에서 공동위원장체제는 투쟁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이유로 단일 위원장 체제를 제시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공동위원장 체제는 선거를 앞둔 상황을 고려해 결정한 것이다. 추 회장은 당선 직후 비대위를 단일 위원장 체제로 개편하고, 정부와의 투쟁 및 협상을 이끌어야 했다.

하지만 추 회장은 회장선거에서 당선된 후 강청희 위원장을 현병기 위원장으로 교체했을 뿐 여전히 4인 공동위원장 체제를 고수했다.

이후 1기 비대위는 시도의사회장들이 추무진 회장의 역할을 문제삼자 한계에 부딪힌다. 시도회장들은 비대위 사퇴 카드를 제시하며 추 회장이 단독 위원장을 맡아 전면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시도회장들의 배수진에도 불구하고 추무진 회장은 끝내 단독 위원장을 고사한다.

결국 1기 비대위는 11월 13일 이광래 인천시의사회장을 단독위원장으로 선출하기로 결정하고 활동을 중단한다.

약 한 달 뒤인 12월 20일 2기 비대위가 출범한다. 2기 비대위는 신속한 의사결정과 강한 추진력을 앞세워 기존 비대위와 다를 것이라고 자신했다.

정부가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 허용과 원격의료를 필두로 하는 보건의료 기요틴 정책을 계속 추진하면 전면파업 등 투쟁의 수위를 높이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의료일원화 논의와 맞물려 의협회장 불신임 논란이 불거지면서 2기 비대위도 힘을 잃게 되고, 점차 명맥만 유지한 조직으로 남게 됐다.

결국 대의원회가 올해 4월 24일 정기총회에서 집행부를 중심으로 비대위를 새로 구성할 것을 의결하면서 공이 추 회장에게 돌아왔다. 약 50여일이 지난 15일 추 회장이 단독위원장을 맡는 비대위가 구성됐다.

여기까지가 추무진 집행부에서 비대위가 구성된 과정이다. 추 회장은 지난해 선거 직전에는 비대위원장을 맡겠다고 했다가 저지된 후, 막상 선거가 끝난 이후 현재까지 비대위원장직을 거부해 왔다.

김주현 대변인은 15일 기자회견에서 추무진 회장이 비대위원장직을 맡은 데 대해 “집행부가 뒤에 숨지 말고 전면에 서서 책임있게 비대위를 이끌어 달라는 대의원회의 요구를 수용한 것이다.”라며, “추무진 회장은 면허권에 대해서는 뒤로 물러설 생각이 없으며, 주도적으로 드라이브를 걸어서 앞으로 나가겠다는 생각이 확고하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3기 비대위의 구성원을 보면 강력한 투쟁체를 새로 구성하라는 대의원들의 요구에 부합할 지 의문이다.

3기 비대위는 상임위원회와 자문위원회로 구성됐는데, 상임위원회에는 상근이나 반상근 임원이 없다.

또, 2기 비대위와 인적 구성과 규모가 별반 다르지 않고, 이광래 2기 비대위원장이 자문위원장을 맡은 것도 부자연스러워 보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추 회장이 그동안 거부하던 비대위원장을 맡은 이유는 투쟁해야 하는 위협요소가 사라졌기 때문이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그동안 추 회장의 행보는 비대위원장이라는 옷이 몸에 맞지 않는 것처럼 보여졌다. 추 회장 스스로가 그것을 잘알아서 비대위원장을 고사했는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3기 비대위는 출발했고, 추 회장은 위원장을 맡았다. 비대위가 성과를 거둬 의미있는 조직이라는 평가를 받을 지, 아니면 비대위 무용론이 힘을 받게 될 지 그의 손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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