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18일 대한의사협회는 의료정책연구소장으로 개인의원을 운영하는 이용민 원장(미소퀸의원)을 임명했다고 발표했다. 설립 이후 14년 동안 예외없이 대학교수 출신 소장이 연구소를 이끌어 온 것을 고려하면 파격 인사다. 부임 50일을 맞이 한 이용민 소장을 만나 연구소 운영방향 등에 대해 들어봤다.

장영식 기자: 안녕하세요, 소장님?

이용민 소장: 네, 반가워요.

장영식 기자: 의외의 인사라는 평이 있었습니다. 연구소장직을 맡게 된 과정이 궁금합니다.

이용민 소장: 인사발표를 하기 일주일 전쯤 추무진 회장에게서 만나자는 연락이 왔어요. 병원으로 찾아왔길래 가까운 식당에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현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는데 어려움이 많다면서 도와 달라고 했어요. 미리 언질이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장영식 기자: 추무진 회장이 소장님을 선택한 이유가 따로 있나요?

이용민 소장: 지난해 의협회장 선거 당시 유세를 다니면서 서로를 이해하게 된 것 같습니다. 살아온 길은 다르지만 서로 다른 생각과 주장을 인식하고 이해하는 계기가 됐어요. 추무진 회장도 본인이 갖지 못한 부분을 보완하는 의미로 소장직을 제안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장영식 기자: 선거 당시 개인적인 만남을 따로 가진 적이 있나요?

이용민 소장: 사석에서 이야기를 나눈 적은 없어요. 꼭 됨됨이나 느낌을 오랜시간 겪어야만 아는 건 아닙니다. 그런 의미에서 조인성 전 경기도의사회장도 선거 유세과정에서 서로 몰랐던 부분을 이해하게 됐어요. 긍정적으로 말이죠.

장영식 기자: 그동안 대학교수가 맡아왔던 연구소장직을 개원의 출신으로 처음 맡게 됐습니다. 이로 인한 부담감은 없나요?

이용민 소장: 정책연구소라는 특수한 기관의 책임자가 되다보니 부담이 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장영식 기자: 개원의 소장의 장점은 어떤 점이 있을까요?

이용민 소장: 정책연구소이다보니 예방의학과 공중보건 분야를 연구하는 교수가 적임자일 수 있습니다. 대학교수이면서 전체적인 의료현안에 대한 마인드를 갖춘 사람, 현안에 대한 의식을 갖춘 사람, 의료계가 처해있는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고민을 하는 분이 맡는다면 가장 좋을 겁니다. 하지만 연구자분들은 그런 부분에서 부족한 면이 있어요. 개원의 소장으로서 장점을 이야기하면 의료현장에 대해 밝고, 의료현안을 개선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크다는 거죠. 

장영식 기자: 연구소장은 의료정책연구포럼에 싣는 칼럼을 비롯해서 대학이나 연구소에 있는 연구자에게 연구 요청을 해야 하는데, 이런 부분에서 어려움은 없나요?

이용민 소장: 작은 기관이라도 책임자가 모든 일을 해서는 안 됩니다. 연구조정실장도 있고, 연구위원도 있어요. 조언을 받아서 하는 자리이지 소장이 독단적으로 하는 자리가 아닙니다. 연구요청도 연구소 안에 운영위원회가 있습니다.

장영식 기자: 요즘 PC방으로 출근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사실인가요?

이용민 소장: 네, 의협에 가야하는 화요일과 수요일 외에는 병원 인근 PC방으로 출근하고 있어요.

장영식 기자:  PC방에서 무엇을 하나요?

이용민 소장: 집과 병원 보다 집중이 잘됩니다. 오전 5시에 일어나서 6시쯤 PC방에 도착합니다. 약 2~3시간 정도 기사 검색과 의료현안에 대한 자료 수집을 합니다. 원격의료 같은 경우 오래 전부터 진행돼 온 과정이 있어요. 그런 것들을 확인하는 거죠. 또, 의료현안과 관련된 논문을 찾아보기도 합니다.

장영식 기자: 시간이 부족하지 않으세요?

이용민 소장: 부족해요. 그래서 진료실에 와서도 자료를 계속 찾아봅니다.

장영식 기자: 지난해 회장 선거에서 추무진 회장과 경쟁을 했어요. 일각에서 소장직을 맡은 것이 차기 선거를 내다본 행보가 아니냐는 시선도 있습니다.

이용민 소장: 연구소장 자리는 명예로운 자리입니다. 이 소임을 잘해서 박수를 받으며 떠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겁니다. 다른 것을 의식하고 일을 하면 일이 제대로 안 됩니다. 누가 뭐라고 하든 의식하지 않으려 합니다. 연구소장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게 지금 목표입니다.

장영식 기자: 50여일이 지났습니다. 연구소에 들어오기 전 밖에서 봤던 것과 다른 점이 있나요?

이용민 소장: 외부에서는 비판적인 시각으로 볼 수도 있고, 과대 평가를 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내부에 들어와서 보니 외부에서 비판하는 사안에 대해 나름대로 타당성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는 당위성이 있더라고요.

장영식 기자: 예를 들면 어떤 부분이요?

이용민 소장: 최근 직원과 소송이 붙었잖아요? 들어와서 보니까 나름대로 설득력 있는 이유가 있더라고요.

장영식 기자: 연구소는 어떻게 구성돼 있나요?

이용민 소장: 연구소의 위상에 비해서는 인력이 부족해요. 현재 인원이 18명인데 연구지원인력 등을 제외하면 실제 연구할 수 있는 인원은 8명입니다. 이중 3명은 계약을 갱신해야 하는 수습 연구원이어서 맨파워도 부족합니다.

장영식 기자: 기자회견 당시 ‘무너진 의권을 정립하고 회원 권익을 보호하는 연구를 하겠다’라고 밝혔었는데요, 구체적인 설명 부탁드립니다.

이용민 소장: 회원들이 바라는 것은 어려운 의료현실을 극복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주는 연구를 하는 것입니다. 안에 들어와서 보니 과거에 그런 연구를 많이 했더군요. 문제는 연구한 것이 한 쪽에 방치돼 있었다는 겁니다. 회원의 요구에 맞도록 재가공하려고 TF를 꾸렸어요. 이 TF에서 의료현안 콘텐츠를 생산할 겁니다. 현재 다섯 번째 과제까지 선정이 됐어요.

장영식 기자: 자료를 가공해서 완제품을 만들어 대관업무를 하는 이사들에게 제공하겠다고 밝혔는데, 사실 국회를 설득하려면 제도나 정책이 국민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어떤 피해를 주는지 전달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회원을 위한 연구와는 동전의 양면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용민 소장: 취임 기자회견에서도 말했는데 회원을 위하는 일이 결국 국민을 위한 일이고, 국민을 위한 일이 회원을 위한 일입니다. 의사들이 일차의료를 살려야 한다고 주장하면 동네의사들을 잘살게 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이해하는 선입견이 있어요. 조금만 생각해 보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어요. 재정을 투입하는 게 의사 잘되라고 투입하는 게 아닙니다. 일차의료가 제대로 기능하는 나라를 보세요. 일차의료가 제대로 굴러가게 되면 공보험 보장률이 높아질 수 밖에 없고, 국민의 개별적인 사보험 지출이 줄어들게 됩니다. 일차의료를 살리는 일이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일입니다.

장영식 기자: 연구소가 1차 추진과제로 노인 외래 본인부담 정액제 개선방안, 진찰료 개선방안, 건강관리서비스 대안 모색, 사무장병원 개선책 등 15개 아젠다를 정했죠? 이 아젠다들을 국민용, 의사용, 대정부용으로 분류해 콘텐츠를 제작하고 정책에 반영되도록 하겠다고 발표했고요. 어떻게 구상하고 있는지요?

이용민 소장: 국민용, 회원용, 당국제출용으로 나눈다는 것은 내용 자체가 달라지는 게 아니라 형식이 달라지는 것을 말합니다. 카드뉴스 형태로 나갈 수 있고 보도자료 형태로 나갈 수 있고, 카툰형식으로 나갈 수 있어요. 의협과 복지부가 재개한 의정협의체의 첫 아젠다가 노인 정액제여서 노인 정액제 관련한 홍보물부터 만들었어요. 카드뉴스 형태로 만들었죠. 국민용과 회원용은 같은 콘텐츠로 홍보할 수도 있어요. 정부용은 제대로 된 리포트로 만들어서 제출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정부를 설득하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니까요.

장영식 기자: 지난 2일 시도 및 직역단체 전담 강사진을 구성했다고 발표했는데요, 어떻게 구성했고, 어떤 역할을 하게 되는지 설명해 주세요.

이용민 소장: 소장과 실장을 포함해 8명으로 구성했어요. 각자 자신의 전문 분야에 따라 강연을 맡게 됩니다. 의료 현안에 대해 발표도 하고 현장의 의견도 듣기 위해 구성했어요.

장영식 기자: 구성한 지 10일 가량 지났는데 연자를 요청한 곳이 있나요?

이용민 소장: 대전협에서 오는 18일 개최하는 총회에서 강연을 해 달라는 요청이 왔어요. 주제가 의료일원화와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이어서 제가 참석하겠다고 통보했습니다.

장영식 기자: 직원들에게 한말씀 부탁드립니다.

이용민 소장: 연구 환경이 열악한데도 열심히 하는 것에 대해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요. 오는 7월 6일이 개소 기념일인데, 이날 워크숍과 간단한 저녁식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 자리에는 역대 연구소장과 연구조정실장들이 참석할 예정이어서 뜻깊은 시간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장영식 기자: 어떤 연구소장으로 기억되고 싶으세요?

이용민 소장: 개원가 출신으로 연구소장에 처음 임명됐어요. 개원의니까 그것 밖에 안 된다는 말은 듣고 싶지 않아요. 개원의가 연구소장을 맡아도 이 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구나라는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앞으로 개원의 출신 소장을 뽑아도 깜짝인사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장영식 기자: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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