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틴 제제가 당뇨병을 유발한다는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실제로 모든 스타틴 제제가 당뇨병을 유발한다는 연구결과와 일부 스타틴 제제가 당뇨병을 유발한다는 연구결과가 혼재돼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이 2016년 5월 18일 ‘스타틴 제제의 복용 기간 및 용량에 비례해 당뇨병 발생 위험도가 높다’는 내용의 추적관찰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그러자 대한당뇨병학회는 5월 24일 ‘방법상 오류가 있는 건 아닌지 한국인에서만 스타틴으로 인한 당뇨병 발생위험이 높은지에 대한 추가 근거가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한편, 앞서 2016년 4월 18일에는 영국 약품ㆍ건강제품통제국(MHRA)이 스타틴 제제 중 하나인 피타바스타틴의 사용설명서에 ‘PMS(시판후조사)와 임상시험 자료를 근거로 당뇨병에 대한 위험 징후가 없다’는 문구를 삽입하도록 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미 FDA, 혈당과 당화혈색소 수치 증가 경고문구 추가지시
고지혈증 치료에 가장 많이 처방되는 스타틴 제제가 당뇨병을 유발한다는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이는 스타틴 제제가 혈액의 흐름을 방해하는 LDL콜레스테롤을 낮추고 중성지방 수치도 저하시키는 효과가 있지만, 장기적으로 사용하면 제2형 당뇨병 발생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NEJM에 게재된 '로수바스타틴 투약군의 당뇨병 발생확률이 위약군보다 높다는 내용'의 JUPITER study 표지
NEJM에 게재된 '로수바스타틴 투약군의 당뇨병 발생확률이 위약군보다 높다는 내용'의 JUPITER study 표지

지난 2008년 국제학술지인 ‘NEJM(The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는 로수바스타틴 투약군의 당뇨병 발생확률이 위약군보다 25% 높다는 내용의 JUPITER study 결과가 게재됐다. JUPITER study는 1만 7,802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스타틴 복용과 당뇨병 발병 사이의 관계에 대한 연구다.

그 해 영국의 의학전문지 ‘LANCET’이 보도한 만성 심부전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GISSI-HF study에서도 로수바스타틴 투약군의 당뇨병 발병확률이 위약군보다 10%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2010년 LANCET이 총 13개의 임상들을 Meta분석한 결과, 스타틴 복용이 새로운 당뇨병 발생의 위험을 9%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왔다.

미국 FDA는 스타틴 제제의 당뇨병 유발 위험에 대한 연구결과가 나오자, 2012년 스타틴 제제의 제품 첨부문서에 ‘혈당과 당화혈색소 수치를 늘릴 수 있다’는 경고 문구를 추가하도록 했다.

FDA는 이와 함께 아토바스타틴 등 스타틴 제제를 장기간 복용할 경우, 기억력 소실이나 당뇨병 증세를 경미하게 높인다고 경고했다.

▽NECA, 스타틴 장기간ㆍ고용량 복용 시 당뇨병 발생 위험 ↑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은 2016년 5월 18일 ‘스타틴 사용과 당뇨병 위험도에 대한 비교효과연구’를 수행한 결과를 공개했다.

NECA는 당뇨병 및 심혈관 질환 관련 임상전문가들과 2005년부터 2012년까지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검진 40세 이상 수검자의 건강보험 청구자료를 활용해 과거 심혈관계 질환 병력이 없으면서 고지혈증(총콜레스테롤 240mg/dL 이상)으로 스타틴 복용 권고 대상이 되는 심혈관계 저위험군 1백만여명의 의료이용 내용을 관찰(최대 9년 동안 추적)했다.

이때 스타틴 복용 권고 대상자는 6개월 이내 스타틴 처방기록 2회 이상인 환자를 ‘스타틴군’, 스타틴을 한번도 처방 받지 않은 환자를 ‘비스타틴군’으로 나뉘었다. 스타틴군은 다시 복용기간 및 누적복용량에 따라 각각 세 개 군으로 분류됐다.

스타틴 사용과 당뇨병 위험도에 대한 비교효과 연구 결과(자료: 보건의료연구원)
스타틴 사용과 당뇨병 위험도에 대한 비교효과 연구 결과(자료: 보건의료연구원)

그 결과, 스타틴군은 비스타틴군 대비 당뇨병 발생 위험도가 평균 1.88배 높았다.

복용기간 기준으로는 비스타틴군 대비 1년 미만이 1.25배, 1~2년이 2.22배, 2년 초과가 2.62배 높았다. 누적복용량 기준으로는 비스타틴군 대비 저용량이 1.06배, 중간용량이 1.74배, 고용량이 2.52배 높았다. 즉, 복용기간 및 용량에 비례해 당뇨병 발생 위험도도 높아진 것이다.

공동 연구책임자인 NECA 고민정 선임연구위원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스타틴 사용과 당뇨병 위험도는 대국민 수요조사라고 해서 홈페이지를 통해 연구주제를 받아 평가 과정을 거쳐 선정된 주제다.”라며, “학회 등에서 진료지침이나 사용지침을 마련하는 데 근거를 제공하기 위해 진행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이번 결과를 토대로 8월 이후부터 환자들의 의견을 조사하면서 현장의 이야기도 들어볼 계획이다.”라며, “당뇨병과 심혈관계 질환 임상 전문가들과 함께 추후 원탁회의를 개최해 어떤 식으로 의견을 조율해 전달하는 것이 좋을지 논의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당뇨병학회 “NECA 발표, 오히려 혼선 초래”…전향적 연구 필요
대한당뇨병학회는 2016년 5월 24일 NECA의 ‘스타틴 사용과 당뇨 위험도에 대한 비교효과연구’ 결과로 인해 고지혈증 환자들이 스타틴 치료에 잘못된 인식을 갖고 일선 의료현장에서 불필요한 혼선이 초래될 수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당뇨병학회는 스타틴과 당뇨병 위험도에 대한 기존 및 최신 의학 연구결과와 이번 NECA 보고서의 연구결과 사이에 왜 큰 차이가 나타나는지에 대한 근거와 해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당뇨병학회는 “수많은 임상시험 자료를 Meta분석한 결과, 스타틴을 사용하는 경우 9~27% 당뇨병 위험이 올라간다는 보고가 있다.”라며, “하지만 NECA의 연구에서는 당뇨병 발생 위험이 평균 88%(1.88배) 증가한다고 돼 있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이 연구의 방법상 오류가 있어 과다하게 위험이 추정된 것은 아닌지, 아니면 한국인에서 특별히 스타틴으로 인한 당뇨병 발생위험이 높은 것인지 근거가 필요하다.”라고 요구했다.

아울러 “당뇨병 발생과 관련이 있을 수 있는 많은 교란변수를 보정하려는 노력은 인정한다. 그러나 심혈관질환의 조기 발생의 가족력이 있는 경우, HDL콜레스테롤이 낮은 경우 등 여전히 존재하는 변수들이 이 연구에는 반영될 수 없었던 한계가 있다.”라고 비판했다.

또한, 당뇨병학회는 연구분석 대상기간인 2005년부터 2012년까지 8년 동안 스타틴 처방 진료지침의 변화가 상당히 존재했던 시기이기 때문에 연구결과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당뇨병학회는 “이번 후향적 코호트연구를 통해 스타틴과 당뇨병 발생 위험에 대해 알게 됐다면, 보다 확고한 근거 창출을 위해 무작위 배정 임상시험 등 전향적인 연구를 통해 입증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라며, “후향적 연구결과를 스타틴 관련 진료지침에 적용하는 조급함과 오류는 경계돼야 하며, 국민건강과 보건정책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민감한 연구결과에 대해서는 공인된 학술지 등 평가과정을 거친 후 발표해야 한다.”라고 당부했다.

▽피타바스타틴, 영국 약품통제국으로부터 당뇨병 안전성 공인

JW중외제약은 2016년 4월 18일 고지혈증치료제인 ‘리바로’(성분 피타바스타틴)가 최근 영국 약품ㆍ건강제품통제국(MHRA)으로부터 당뇨병 안전성을 공인 받았다고 밝혔다.

MHRA는 리바로 사용설명서에 ‘PMS(시판후조사)와 임상시험 자료를 근거로 당뇨병에 대한 위험 징후가 없다’는 문구를 삽입하도록 허가사항을 변경했다.

이는 피타바스타틴이 다른 스타틴 제제와 비교해 당뇨병 유발 위험이 18% 가량 낮다는 J-PREDICT 연구와 15개의 Placebo 및 여러 스타틴과 진행한 연구결과를 종합 비료가한 Meta분석을 토대로 내려진 결정이다.

J-PREDICT 연구는 2007년부터 2013년까지 약 5년 동안 일본인 내당능 장애 고지혈증 환자(IGT) 1,269명의 누적 당뇨병 발생률을 비교 분석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환자들은 각각 생활습관 개선군 634명과 생활습관 개선에 피타바스타틴을 투여한 군 635명으로 나눠졌다.

그 결과, 환자 1,000명의 1년당 당뇨병 발생률은 피타바스타틴 복용군이 163명, 생활습관 개선군이 186명으로 나타났다. 두 군 사이의 당뇨병 발병 위험비는 0.82로, 생활습관 개선군보다 피타바스타틴 복용군의 당뇨병 발생 위험이 18% 낮았다.

Meta분석결과에서도 피타바스타틴이 다른 스타틴 제제와 비교해 복용량에 따른 당뇨병과 관련한 중대한 위험성이 발견되지 않았다.

또한 JW중외제약은 지난 2008년 2월부터 2010년 12월까지 전국 10곳의 대형병원의 대사증후군 환자 164명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해 리바로 복용이 혈당과 당화혈색소(HbA1c)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사실도 입증했다.

JW중외제약 관계자는 “리바로는 스타틴 제제 처방에 따른 당뇨병 발생 위험을 낮춘 안전한 고지혈증 치료제다.”라며, “J-PREDICT 연구를 비롯해 여러 임상에서 당뇨에 대한 안전성이 입증된 만큼, 스타틴 제제의 당뇨병 발병 위험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는 점을 차별화해 알리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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