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대한개원의협의회장으로 선출된 노만희 회장은 임기동안 개원의협의회가 개원의사의 대표단체로 발돋움할 수 있는 주춧돌을 놓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하지만 김일중 전 회장이 업무 인수인계에 협조하지 않으면서 노만희 회장에게 시련이 찾아왔다. 노 회장은 오랜 고민끝에 김 전 회장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노만희 호는 순항할 수 있을까?

장영식 기자: 안녕하세요, 회장님?

노만희 회장: 네, 반가워요.

장영식 기자: 곧 임기 만 일년이 됩니다. 소감 한마디 부탁드려요.

노만희 회장: 소감이라기보다는 일년을 해보니 할일이 많더군요. 각과 의사회를 통합해서 가려고 하니 할 일이 많아요. 의사협회 산하단체이다 보니 독자적인 판단보다는 의협을 고려한 판단을 해야했고요.

장영식 기자: 선거 공약으로 대개협과 각과 개원의협의회의 통합을 내세웠는데 현재 진행상황이 궁금합니다.

노만희 회장: 지난해 집행부를 구성할 때 현 회칙대로 구성했어요. 회칙을 무시할 수는 없으니까요. 대신 각과 개원의협의회 회장단 모임은 중단하고, 임원이 아니더라도 상임이사회에 참여해서 의견을 개진하자고 제안했죠. 일년 동안 이사회를 그렇게 운영해 왔어요.

장영식 기자: 각과 회장들에게 문호를 개방한 것이죠?

노만희 회장: 그렇죠. 일단 문호를 개방했습니다. 임원으로 참여해 온 회장들까지 포함하면 매 이사회마다 절반 이상은 참여했어요.

장영식 기자: 회칙개정은 언제 이루어 지나요?

노만희 회장: 오는 6월 25일 정기평의원회가 열립니다. 회칙개정안을 준비하고 있어요. 현 대개협 회칙에는 각개협 회장단 협의회를 산하조직으로 하고 있어요. 또, 대개협은 각과 회장단의 의견을 잘 반영해야 한다는 회칙도 있고요. 집행부에 일부 회장들이 참여해서 활동하고 있는데, 각과 회장단협의회도 산하 조직으로 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개원의를 위해 힘을 발휘해야 하는 조직이 이원화된 상황이죠.

장영식 기자: 통합에 반대하는 의사회도 있나요?

노만희 회장: 회칙개정 안을 확정하면 그 안을 가지고 판단을 받아봐야죠. 지난해 회장 선거에 출마하기 전에 각과 개원의협의회장을 했는데, 당시 다수 회장들이 같은 생각을 했습니다. 당시 통합 취지를 밝혔더니 다른 회장들도 동의했어요. 지금 구조는 괴리가 있다는 걸 다들 느꼈죠.

장영식 기자: 아직까지 대개협이 개원의 대표단체로서의 위상을 갖추지 못했는데요, 어떤 방식으로 힘을 키워 나갈 생각인가요?

노만희 회장: 특별한 복안은 없습니다. 대개협이 이름만으로는 개원의협의회를 대표하는 단체인데, 처음 만들어질 때 그렇게 태어나지 않았습니다. 의협 산하 단체 중 하나로 만들어져서 명맥을 유지해 왔지만 의협에 직접적인 건의나 정책안을 내는 등의 역할은 하지 못했어요. 회장도 원로 중 한 분이 하는 형태였죠. 그래서 각개협이 생긴 겁니다.

장영식 기자: 각개협은 자생적으로 만들어졌죠?

노만희 회장: 대개협이 역할을 잘 했으면 각개협이 생기지 않았을 겁니다. 소아과개원의협의회가 생길 때 주장한 것이 “학회와 대학은 개원 현장을 모른다. 의협과 대개협도 마찬가지로 모른다. 우리 권리는 우리가 스스로 찾을 수밖에 없다. 내가 속해 있는 과가 따로 뭉쳐서 목소리를 내겠다.”였어요. 이후 다른 의사회도 하나둘 생긴 거죠.

장영식 기자: 하지만 의협 정식 산하단체는 대개협이잖아요?

노만희 회장: 각과 의사회가 각자 자기 과를 위해 뛰었어요. 실질적인 역할을 했죠. 하지만 의협 정식 산하단체는 대개협이죠. 어정쩡하게 대개협은 대개협대로, 각과는 각과대로 이어져 왔어요. 그러다가 2000년대 중반 각과 회장 모임이 만들어 졌어요. 거기에서 각개협을 대개협 회칙에 산하조직으로 넣은 것 같아요. 그 과정은 직접 관여하지 않았고, 당시에는 관심도 없었어요. 한동안 각자 따로 일하는 분위기였죠. 올해 회칙이 개정되면 명분을 가지고 제대로 협력할 수 있을 겁니다.

장영식 기자: 의료현안에 대해 여쭤 볼게요. 의사들의 최대 현안 중 하나가 노인정액제인데요, 최근 보건복지부가 ‘진료비 구간별 본인부담 차등 적용’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언론보도가 있었는데요, 이에 대해 어떤 입장인가요?

노만희 회장: 대개협에서 구간별 정액제와 관련해 공식적인 논의는 아직 하지 않았어요. 개인적으로는 긍정적으로 봅니다. 다만 첫 구간을 어떻게 정할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기존 1만 5,000원을 그대로 둘 것인가, 아니면 첫구간을 2만원으로 올려서 1,500원을 유지하도록 할 것인가. 환자 부담은 줄이면서 의사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죠.

장영식 기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삭감으로 개원가가 힘들어 합니다. 일부 개원의사회에서 심평원의 삭감 사례를 수집해 언론에 배포하는 방안을 고려중이라고 하던데, 대개협 차원에서 진행하는 것도 좋아 보입니다. 어떻게 생각하세요?

노만희 회장: 통합을 하려는 목적 중 하나가 그런 겁니다. 통합이 되면 특정 의사회가 진행하는 게 아니라 대개협 차원으로 진행하기가 수월하죠.

장영식 기자: 최근 실손의료보험 표준약관 변경과 관련해서 공동 대처한 것도 같은 맥락이죠?

노만희 회장: 지난달 실손보험 표준약간 변경에 관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했습니다. 최근 하지정맥류 문제가 불거진 상황이었어요. 과거라면 흉부심장혈관외과의사회만 대처했을 겁니다. 하지만 어떤 방향으로 확대될 지 모르기 때문에 단독 대처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했어요. 대개협에서 공동대응하기로 하고 함께 참여했죠.

장영식 기자: 지난 12일 금융감독원을 항의방문했는데요, 어떤 말을 주고 받았는지 간단히 설명해 주시죠.

노만희 회장: 금융감독원 관계자가 우리 이야기를 다 들어줬습니다. 공무원 조직이 그렇게 이야기를 들어주는 기관은 처음이었을 정도였어요. 들어준 이유는 정말 관심있어서 들어준 것도 있고, 의사들 생각을 파악해 두려는 이유도 있었을 겁니다. 어쨌든, 하지정맥류 뿐만 아니라 실손과 관련한 다양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금가감원 관계자는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는 말을 했습니다. 다만, 보험사 입장도 고려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했고요.

장영식 기자: 실손의료보험 관련한 다음 행보가 궁금합니다. 금감원에서 기자회견을 할 때 공정위 제소도 언급했었죠?

노만희 회장: 추후 활동에 대해서는 비대위에서 구체적으로 논의할 겁니다. 비대위가 제대로 활동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장영식 기자: 전 집행부와 회계 인수인계 문제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노만희 회장: 회계도 인수인계를 받지 못했고 회무도 마찬가지 상황입니다. 상임이사회 회의 자료만 건네주면 될텐데, 아직까지 이사회 자료를 못받았어요. 회계에 관한 것도 자료가 안왔고요. 지난해 6월 30일 인수인계를 하기로 했는데, 김일중 전 회장과 총무이사, 재무이사가 현장에 맨손으로 나타났어요.

장영식 기자: 자료를 하나도 들고 오지 않았다고요?

노만희 회장: 사전에 자료를 요청했는데 구두로 하겠다고 하더라고요. 결국, 인수인계를 구두만으로는 받지 않겠다고 분명히 의사표시를 하고 거부했어요. 그 이후에도 몇차례 자료를 요청했는데 마찬가지였어요.

장영식 기자: 인수인계를 놓고 전임 집행부와 계속 평행선을 달렸겠네요.

노만희 회장: 어느날 대개협 고문들에게서 연락이 와서 만났어요. 왜 인수인계가 안되느냐면서 의료계를 위해서 어떻게든 정리해 보라고 조언하더라고요. 그 자리에서 현 집행부와 전 집행부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인수팀을 다시 꾸리는 것은 할 수 있다고 말했더니 한 고문이 중재해 주겠다며 돌아갔죠. 한동안 연락이 없어서 확인해보니 김일중 전 회장이 거부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장영식 기자: 전 집행부는 인수인계 생각이 없나 보네요?

노만희 회장: 대개협은 비법인사단으로 사업자등록이 돼 있고, 통장도 있습니다. 사업자등록번호와 통장을 이어서 쓰려고 했는데 지난해 7월 경 사업자등록이 취소됐지 뭡니까? 세무서를 찾아가서 물었더니 김일중 전 회장이 요청해서 취소해 줬다고 말하는 겁니다. 연속성이 있으니 계속 쓰길 원한다고 요청했더니 세무서 관계자가 김일중 전 회장을 설득해서 사업자등록을 살렸습니다. 사업자등록을 살린 후에야 대개협 명의의 통장이 확인할 수 있었죠.

장영식 기자: 수입과 지출 내역을 모두 확인한 건가요?

노만희 회장: 수입과 지출 내역은 확인했습니다. 그런데 왜, 어떻게 쓰였는지 구체적으로 확인이 안된 상태입니다. 김일중 전 회장은 상임이사회에서 의결됐고, 감사도 받았다며 문제가 없다는 말만 되풀이 합니다. 문제가 없다면 감사받은 자료, 상임이사회 자료를 건네주면 됩니다. 의협이 인수인계하면서 감사가 문제 없다고 했다며 자료없이 인수인계를 한다고 해보세요. 말이 됩니까?

장영식 기자: 앞으로 어떻게 대응해 나갈 생각인가요?

노만희 회장: 지난 5월 초 부당이득금 반환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전 회장이 돈을 떼먹었다는 게 아니라, 돈을 어떤 목적으로 썼는지 내역을 확인하겠다는 겁니다. 과거 회무 자료가 없으니 일이 생기면 그때그때 해결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어요. 회계 인수인계는 돈이 집행된 내역을 알아야 합니다. 그래야 문제가 있는 건지 없는건지 판단 할 수 있으니까요.

장영식 기자: 소송이 진행되면 돈의 사용처를 알 수 있나요?

노만희 회장: “전 회장이 예산을 어떻게 썼는지 집행 내역을 확인할 수 없으니 부당이득금으로 볼 수 있다. 부당이득금을 돌려주던가 부당이득금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 달라.”는 게 소송 취지입니다. 법원이 대개협 거래처에 지출내역에 대한 자료를 요청할테니 확인이 될 겁니다. 시간이 많이 걸릴 겁니다. 증거가 있는게 아니고 내용을 확인하기 위한 소송이니까요. 지출 내역에 문제가 확인되면 그에 따른 문제를 다시 제기할 생각입니다.

장영식 기자: 회계에 의문점이 있다고 생각하세요?

노만희 회장: 지출내역을 보고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학술대회를 개최할 때 시스템을 보면, 사전 계약할 때 계약금을 내고, 행사 당일 식대와 기타 비용을 합산해서 한 번에 정산합니다. 그런데 전 집행부는 서너 차례 나눠서 지출을 했습니다. 왜 나눠서 지출했는지 설명을 안해줍니다. 2014년 지출항목에 임대 및 리스료로 1억 5,000여만원이 있어요. 매달 1,200만원 정도를 어디에 쓴 건지 알 수가 없습니다.

장영식 기자: 소송대리인은 누군가요?

노만희 회장: 법무법인 세승의 김선욱 변호사입니다. 대개협 법제이사이기도 하죠. 이번 소송은 내용을 아는 사람이 해야 합니다.

장영식 기자: 전임 집행부를 상대로 소송을 하는 것 자체가 의사사회에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할텐데 부담이 크지 않나요?

노만희 회장: 회계가 투명해야 회원들이 믿고 따릅니다. 다음 회장에게도 구두로 인수인계를 하겠다고 할 수는 없잖아요?

장영식 기자: 잘 알겠습니다. 현재 산부인과의사회가 분열돼 있는데, 대개협이 지난 2월 산부인과 중재방안을 발표하면서 6개월 이내 단일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라고 요구했었죠? 6개월 시효가 끝날 때까지 단일화가 안되면 어떤 조치를 취할 생각인가요?

노만희 회장: 대개협이 중재를 할 권한은 사실 없어요. 누군가는 하지 않으면 안될 상황이어서 안을 짜낸 겁니다. 의협도 부담스러워서인지 계속 협조를 요청했고요. 현재 직선제 산부인과의사회에도 대개협 회무사항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평의원도 산부인과 몫이 2명인데, 한 명씩 참여해 달라고 양측에 양해를 구했습니다. 후속대책은 고민중입니다.

장영식 기자: 추무진 회장과 의협 집행부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한말씀 부탁드립니다.

노만희 회장: 의협을 도와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추무진 회장도 이제는 많은 것을 느꼈을 거라고 봅니다. 회원과 모든 것을 소통할 수는 없지만 시도회장이라든지 의료계의 지도자들과는 사전에 협의를 하고 동의를 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추진하는 게 있으면 미리 알려주고, 함께 논의해서 결정하면 지금처럼 앉아있다가 뒤통수 맞았다는 소리는 안들었을 겁니다. 의료일원화와 면허제도 개선안 등에서 그런 지적을 들었잖아요?

장영식 기자: 비판을 많이 받았죠.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저작권자 © 헬스포커스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