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의 숙원인 일명 ‘공소시효법’이 사실상 오늘(29일) 19대 국회 마지막 논의 기회를 갖게 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이날 오전 9시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어 ▲의료법 ▲국민연금법 ▲장애인법 ▲정신보건법 등 21건의 계류법안을 논의한 후, 오후 2시로 예정된 전체회의에서 곧바로 통과시킬 예정이다.

특히 이날 법안소위에서는 의료인의 자격정지 처분을 일정기간이 지나면 할 수 없도록 시효기간을 신설하는 의료법 개정안도 논의 테이블에 오를 예정이라 의료계의 관심이 집중된다.

앞서 지난 2013년 4월 새누리당 박인숙 의원이 발의한 이 개정안은 발의된 지 2년 7개월이 지나도록 한 차례도 논의되지 못하다가 지난해 11월 24일 열린 보건복지위 법안소위에서 처음으로 심사 테이블에 오른 바 있다.

당시 법안소위에서 국회 전문위원실과 복지부, 법안소위원들 모두 법안 취지에는 공감했지만 복지부가 사안에 따라 시효기간을 5년과 7년으로 분리하는 방안을 주장해 난관에 부딪혔다.

지난해 복지부는 자격정지 처분 시효를 5년으로 하되, ▲의료인이 아닌자로 하여금 의료행위를 하게 한 때 ▲관련서류 위조ㆍ변경 또는 부정한 방법으로 진료비를 거짓청구한 때 ▲리베이트로 부당이득을 취득한 때 등, 세 가지 위중한 경우는 7년으로 하도록 하는 수정안을 제시했다.

오늘 열릴 법안소위에서도 복지부는 이 같은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방안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법안소위에서는 신설 의과병원(종합병원)은 병상을 300개 이상 갖추도록 의무화하는 더불어민주당 김용익 의원의 의료법 개정안과 다른 의료법인과의 합병을 해산사유에 포함시키고, 합병 절차 등의 근거를 신설하는 이명수 의원의 의료법 개정안도 논의될 예정이다.

한편, 의료인 폭행방지법은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해 본회의 의결절차만 남겨두게 됐지만, 일명 ‘신해철법’으로 불리는 의료분쟁조정 자동개시법은 법사위에서 발목이 잡혔다.

법사위는 지난 28일 전체회의를 개최하고 보건복지위에서 회부된 법안 11건을 논의했다.

이날 법사위에서는 의료인 폭행방지법(의료법)을 비롯해 ▲보건의료기본법 ▲응급의료법 ▲어린이 식생활안전관리 특별법 ▲식품위생법 ▲화장품법 등 6건이 가결되고, 4건은 법사위 전체회의 계류, 1건은 상임위인 보건복지위로 반려됐다.

법사위를 통과한 의료법은 ▲진료실 폭행 금지 ▲의료인 명찰패용 의무화 ▲비급여 할인광고 금지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의료행위가 이뤄지고 있는 장소에서 의료인이나 의료기관 종사자, 환자를 폭행 또는 협박하는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또, 환자와 보호자가 의료행위를 하는 사람의 신분을 알 수 있도록 의료인, 실습학생, 의료기관 종사자에게 의료기관 내에서 복지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명찰을 패용하게 관리하도록 의료기관의 장에게 새로 의무를 신설했다.

위반 시 1차 시정명령, 2차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의료기관의 장에게 부과된다. 단, ‘응급의료상황 등 명찰을 달 수 없는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경우’는 제외하도록 했다.

이와함께 ‘소비자를 오인ㆍ현혹시킬 우려가 있는 방법으로 비급여 진료비용을 할인하거나 면제하는 내용의 광고’를 금지하는 근거규정도 포함됐다.

반면, ‘신해철법(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법)’을 비롯해 ▲의료기사법 ▲심뇌혈관질환법 ▲원자폭탄 피해자지원 특별법 등은 일부 위원들의 문제제기로 법사위 전체회의에 계류됐다.

신해철법은 사망ㆍ중상해 사고가 발생할 경우 의료기관이 동의하지 않더라도 피해자나 유가족이 신청하면 자동으로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조정 절차가 개시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에 대해 법사위 전문위원은 중상해 부분은 포괄위법 금지의 원칙 등 법률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며 사망에 한정하도록 하는 검토의견을 제시했다.

하지만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중상해’의 경우 개념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해 범위를 예측하기 힘들기 때문에 제외해야 한다는 전문위원의 검토 의견에 대해 지난 2월 개정안이 보건복지위를 통과할 당시 ‘1개월 이상 무의식 상태’와 ‘장애 1등급’으로 구체화돼 문제가 없다며 중상해도 포함돼야 한다고 반박했다.

새누리당 김진태ㆍ김도읍 의원 등 일부 법사위원들은 의료인의 재판을 받을 권리, 직업수행의 자유 등을 침해할 수 있다는 법리적인 이유 등을 들어 자동개시 자체에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또, 환자 측의 요구만으로 중재가 진행될 경우 의사는 의료사고를 피하기 위해 소극적 진료와 방어진료를 하게 되고, 의료진과 환자 간의 신뢰가 크게 떨어질 수 있다는 점 등을 이유로 반대 의견이 나왔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서영교ㆍ홍익표ㆍ전해철 의원, 새누리당 오신환 의원 등은 상임위를 통과한 법이고, 의료소비자의 입장을 고려해 통과시키자고 주장했다.

결론이 나지 않자 이상민 법사위원장은 전문위원에게 관계부처와 협의해 중상해 개념 등을 정해 다음 전체회의에서 제시할 것을 주문하며 계류시켰다.

일회용 주사기 재사용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의료법 개정안의 경우 보건복지위의 요청으로 반려됐다. 복지위는 다른 법 항목을 추가해 개정안을 다시 제출하기로 했다.

한편, 법사위는 계류된 법안을 최대한 처리하기 위해 다음달 한 번 더 전체회의를 개최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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