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 추무진 회장이 지난 11일 의협회관서 임기 첫해를 정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기자회견은 지난해 회계연도 경영 실적 공개와 올해 회무 추진 방향 및 사업계획 발표 순으로 진행됐다.

추무진 회장은 2015년도 회계연도 경영실적을 잠정 추계한 결과, 회비납부율과 납부금액이 모두 증가했고, 고유사업 회계는 7년간의 적자를 마감하고 당기 흑자로 전환됐다고 밝혔다.

추 회장은 전체 9개 회계 통합 결산에서도 당기 흑자경영을 했다고 강조했다. 회비수납률 상승, 전도금 상환 완료, 퇴직충당금 적립액 증가 등을 자랑하기도 했다.

그는 올해 중점 추진사업으로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저지, 원격의료 저지, 의료전달체계 확립, 의정합의 이행 지속추진 등 42개 항목을 발표했다.

이어, 안양수 총무이사는 회비납부율 제고방안과 신규 중점사업을 안내했다. 두 인사의 발표는 협회 살림살이 개선에 집중됐다.

최근 수 년 간 감사로부터 재무 안정성에 대한 지적을 받아왔던 터라 이해는 간다. 하지만 기자회견을 지켜보면서 추 회장이 지난 선거에서 회원과 약속한 내부 개혁을 잊은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추 회장은 지난해 의협회장선거에서 안정 속 개혁을 캐치프레이즈로 걸고, 보건의료기요틴 저지, 동네의료 살리기, 정관개정을 통한 회원투표 도입 등을 주요 선거공약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추 회장이 이날 발표한 올해 사업계획에는 보건의료기요틴 저지와 동네의료 살리기는 포함됐지만 회원투표제 도입은 빠져 있다.

지난해 회장선거에서 사원총회가 이슈가 되자 추 회장은 “사원총회 추진 배경은 회원들의 뜻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회원들의 뜻이 직접 반영될 수 있는 의사결정구조만 되면 사원총회 개최요구가 더이상 나오지 않을 것이다.”라며 회원투표 추진의사를 분명히 했다.

추 회장은 대통합혁신위원회에서 제안한 회원투표 도입안이 1월 임시총회에서 부결되자, 정기총회에 다시 안건을 제출하겠다고 약속했고, 실제로 4월 정기총회에 집행부 부의안건으로 회원투표제를 상정했다.

하지만 회원투표 도입안은 법령및정관심의분과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대의원들은 회원투표제가 일반회원의 의견을 수렴하는 수단이라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집행부가 정치적 목적으로 악용할 가능성이 있고, 남발될 경우 신뢰성이 하락할 수 있으며, 최고의결기구인 대의원회가 무력화될 수 있다는 이유 등을 들어 부결시켰다.

추 회장이 의지가 있다면 분과위원회에서 부결됐다고 해서 포기하기는 이르다. 이날 회원투표제 도입안 표결 결과는 찬성 18표, 반대 23표로 팽팽했기 때문이다.

대의원들이 우려한 부작용은 안전장치를 마련하면 예방가능하다.

이사회와 대의원회 운영위원회가 동의할 경우에만 회원투표를 실시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또, 회원투표가 가능한 항목을 제한적으로 정해두는 것도 부작용을 막는 하나의 방법이다.

최근 회원들 사이에서 사원총회 요구가 나오고 있다. 또, 회원의 목소리가 추무진 집행부에 전달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꾸준히 나온다.

추 회장이 회원과의 약속을 저버리지 않았다면 지금이라도 회원투표제를 다시 수면위로 끌어 올려야 한다.

모든 건 회장의 의지에 달렸다. 회원들이 논의를 중단하라는 요구가 빗발쳤던 의료일원화는 자신의 의지로 수개월을 끌어가지 않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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