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의치료를 한다는 한의원과 ‘임신중절 수술을 받은 여성의 자궁에 남아있는 태아의 영혼을 치료한다’는 주장을 한 한의원 등을 고발한 기관이 있다. 또, 헌법재판소에 한약을 안전성과 유효성 검증 없이 사용할 수 있게 한 현행 법규에 대한 위헌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 같이 대한방 활동이 주를 이루다 보니 과학중심의학연구원(이하 과의연)은 ‘한의학만 공격하는 의사들을 위한 기관’이라고 인식하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강석하 과의연 원장은 효과와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의료행위 중 한의학의 비중이 가장 커서 그런것 뿐이라며, 의사들 중에서도 검증되지 않은 주장을 하면 과의연의 표적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최미라 기자: 안녕하세요.

강석하 원장: 반갑습니다.

최미라 기자: 기관의 이름이기도 한 과학중심의학이란 무엇인가요?

강석하 원장: 서양에서 나온 개념으로, 근거중심의학의 맹점을 노리는 대체의학으로부터 맹점을 보완하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근거중심의학은 임상시험으로 평가를 하는데, 가설을 세울 때 가설의 과학적 근거도 평가해야 한다는 거에요. 같은 임상시험을 하더라도 과학적 근거를 갖고 진행했을 때와 아닌 것은 분명히 차이가 있거든요. 과학중심의학의 개념이 요구하는 것은 어떤 의학적 처치에 관한 임상시험을 하고자 한다면 그 이전에 해당 처치가 먼저 믿을만한 높은 수준의 사전 개연성부터 갖춰야 한다는 겁니다. 과학적 개연성 측면에서 뒷받침될 수 있는 근거가 없는 물질을 임상시험을 사유로 사람이나 동물에게 노출시키는 것은 비윤리적인 일이잖아요.

최미라 기자: 과의연의 활동을 소개해주세요.

강석하 원장: 지난해 12월 한약을 안전성과 유효성 검증 없이 사용할 수 있게 한 현행 법규에 대한 위헌소송을 헌법재판소에 제기했어요. 이후 2월 13일에 사전 심사를 통과해 지난 2월 13일 전원심판부에 회부, 심리에 들어간 상태입니다.

최미라 기자: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으로 위헌소송을 제기했나요?

강석하 원장: 헌법 제36조제3항은 ‘모든 국민은 보건에 관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고 명시하고 있는 등 헌법에서는 우리 국민의 생명ㆍ신체의 안전에 관한 권리, 알 권리, 보건에 관한 권리를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죠. 저희는 안전성-유효성 심사대상에서 한약제제를 제외하고 있는 ‘한약(생약)제제 등의 품목허가ㆍ신고에 관한 규정(식품의약품안전처고시)’ 제24조제1항 제4호 및 제5호와 약사법에 한약의 안전성-유효성에 관한 심사 절차를 규정하지 아니한 입법부작위는 모두 헌법에 명시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보고 있어요.

최미라 기자: 한약 위헌소송 외에도 여러 한의원을 고발하기도 했죠?

강석하 원장: 2월에는 서울중앙검찰청에 ‘임신중절 수술을 받은 여성의 자궁에 남아있는 태아의 영혼을 치료한다’는 주장을 한 서울 종로구의 H 한의원을 의료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어요. 지난해에는 홈페이지에 손금으로 진단한다는 한의원도 논란이 된 적이 있죠. 또, 지난해 2월에는 빙의치료를 한다는 한의원을 고발한 적이 있어요.

최미라 기자: 그렇군요.

강석하 원장: 귀신이나 손금, 사주팔자 등을 동의보감에 나왔다는 이유로 인정한다면 세계적인 망신거리가 될 겁니다. 법원이나 한의사협회가 동의보감에 나온 귀신, 손금, 사주팔자 등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마찬가지로 비과학적인 개념인 기와 경락, 음양오행, 어혈 같은 한의학의 핵심 요소들도 인정하지 않아야죠. 한의학의 과학화를 위해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비과학적인 개념과 근거 없는 치료법들을 폐기하는 일입니다. 한의학을 위해서가 아니라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서 반드시 이뤄져야만 하는 시급한 문제입니다.

최미라 기자: 이처럼 대한방 활동이 주를 이루다보니 단체의 정체성을 의심하는 사람들도 꽤 있죠?

강석하 원장: 과의연이 한의학을 가장 많이 다루고 공격하는 이유는 효과와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비과학적 의료행위 중에 한의학의 비중이 국내에서 가장 크기 때문입니다. 특히 한의학으로 인해 과학과는 동떨어진 이상한 믿음을 사람들이 갖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에 대중들의 잘못된 상식을 교정하는 차원에서도 한의학계 측의 주장을 상세히 반박하고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는 활동을 해왔습니다.

최미라 기자: 효과와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았다면 의사들도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거군요?

강석하 원장: 그렇죠. 의사들 중에서도 방송에 나와 해독주스나 홍채학 등 이상한 소리를 하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그 동안 과의연에서는 이런 주장들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해 왔는데, 아무래도 한의학에 비해 비중이 작다 보니 저희를 한의학만 공격하는 기관이라고 인식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정통의학과 벗어나는 이야기를 하는, 다른 의사들의 비판을 받는 의사들이 있잖아요. 과의연이 의사의 눈치 보느라 의사는 공격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그런 의사들을 비판하면 다른 의사들은 오히려 환영합니다.

최미라 기자: 그렇군요.

강석하 원장: 과의연은 의사들의 이익을 위한 기관이 아닙니다. 과의연의 관심은 오직 국민들이 올바른 보건의료 정보를 제공받도록 하고, 효과있고 안전한 치료를 받게 하며, 정부의 잘못된 정책을 바로잡는 데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검증된 의료행위를 하는 의료인이라면 우리 활동이 도움이 될 것이고, 사이비 의료행위를 하는 의료인이라면 우리 활동으로 인해 지장을 받게 될 것입니다.

최미라 기자: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에 대한 입장은요?

강석하 원장: 한의학은 현대의학과는 원리가 완전히 다릅니다. 한의학에서 말하는 간, 신장은 현대의학의 간의 기능과 달라요. 만약 한의사들이 초음파로 간을 본다면 현대의학적으로 본다는건지, 한의학적인 실체없는 간의 기능을 보겠다는건지 의문이에요. 완전히 다른 배경을 가진 학문이 의료기기를 사용한다고 해서 잘 할 수 있냐는 거죠. 제대로 교육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오진으로 인한 부작용이나 치료시기를 놓치는 문제가 생기죠.

최미라 기자: 그렇군요.

강석하 원장: 또, 솔직히 한의사들이 아무리 진단을 잘한다고 해도 치료방법이 없죠. 결국 의사에게 보내는 경우가 많은데, 굳이 한의사들에게 진단을 하라고 맡길 이유가 없다는 거에요. 한의사들이 진단하면 내리는 처방이 대부분 한약일 텐데, 효과와 안전성도 검증 안 된 한약을 권하도록 하기 위해서 한의사들에게 의료기기 사용을 허용해야 할까 의문입니다.

최미라 기자: 바람직한 의료일원화 방향에 대한 의견 말씀해주세요.

강석하 원장: 의료일원화에 대해 의사가 반감 갖는 부분은 현재 있는 의사와 한의사들이 서로 벽을 허물자는 것이잖아요. 그런 방향이 아니라, 한의대를 폐지해서 더 이상 한의사를 배출하지 말고, 의대 교육과정 중 한의학을 포함하는 쪽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일본처럼 의대를 나와 의사면허를 가진 사람 중에 한방전문의를 하는 식이죠.

최미라 기자: 검증된 한의학에 한해 의과의 전문과목 중 하나로 편입시켜야 한다는 거군요.

강석하 원장: 네, 저는 한의학이 100% 효과가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아니에요. 효과와 안전성 검증을 통과한 한의학 치료법에 대해서는 자격을 가진 사람들이 배워서 사용하게끔 하자는 거죠. 환자를 오진해서 위험에 빠뜨리거나 검증 안된 한약을 권하는 등 잘못된 일을 하지 않도록 말이죠.

최미라 기자: 과의연을 운영하는데 있어 의사들의 후원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

강석하 원장: 네, 지금은 대부분 의사들의 후원금으로 운영되고 있어요. 하지만 의사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 후원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한의사와 직접적인 경쟁관계에 있는 진료과들이 그렇게 많지도 않고, 한의원 치료를 받다가 나빠지면 결국 의사에게 가게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사들이 많은 지지와 후원을 해주는 이유는 한방을 비롯한 사이비의료 문제가 얼마나 말이 안되고 분노할 일인지 잘 알기 때문인 것 같아요.

최미라 기자: 의사들이 직접적인 이익을 얻는 것은 없지만, 국민을 위해 후원한다는 말이죠?

강석하 원장: 그렇죠. 한방암치료제는 검증되지 않았으니 믿지 말라거나, 침을 맞아서 가슴이 커지는 것은 엉터리라고 알렸을 때 도움 받는 사람들은 의사가 아닌 거기에 속을뻔 한 일반인들 아닌가요? 우리가 하는 일의 혜택은 의사에게 가는 것이 아니라, 전문지식이 없는 일반인들에게 돌아가게 돼 있어요. 결국 의사들이 과의연을 후원하는 것은 자신들의 이득을 위해서가 아니라, 국민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서죠.

최미라 기자: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강석하 원장: 일단 의사가 아닌 일반인들에게도 후원을 받을 수 있도록 과의연의 활동을 널리 알리고 홍보하고 싶습니다. 지금 예산으로는 새로운 일을 벌이기 쉽지 않아 헌법소원 결과가 잘 나오길 기다리고 있어요. 그럼 인지도도 얻고, 후원도 늘어 대중을 상대로 여러 활동을 진행할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최미라 기자: 다른 목표도 있나요?

강석하 원장: 올해 말이나 내년 초 쯤에는 책도 낼 계획입니다. 지난해 영국에서 발간된 ‘똑똑한 사람들이 왜 이상한 것을 믿을까’라는 책과, 중국의 ‘한의학에 작별을 고하다’라는 책이 화제가 됐었는데, 우리나라 실상에 맞는 책은 아직 없는 것 같아요. 과의연이 우리나라 실상에 대해 많이 조사했으니 그에 맞는 책을 내려고 준비 중입니다.

최미라 기자: 앞으로 활동도 기대하겠습니다.

강석하 원장: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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