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공천과정에서의 의문이 김용익 의원의 뼈있는 사과로 드러났다.

강청희 상근부회장이 일찌감치 더민주 비례대표 도전을 선언하고 뛰었으나, 비례 발표 당일 선택받은 인물은 김숙희 서울시의사회장이었다. 이를 두고 김숙희 회장이 어떤 경로로 비례대표 후보로 낙점됐는지에 대해 이목이 집중됐다.

김용익 의원은 지난 26일 서울시의사회 정기총회에 참석해 비례대표 공천 과정에서 결례를 범했다며 김숙희 회장에게 사과했다.

김 의원은 “국회의원 공천을 하면서 서울시의사회에 상당한 결례를 했다. 강청희 부회장이 저와 여러가지 상의를 하면서 준비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당이 체계적으로 움직이지 않았다.”라며 운을 뗐다.

김 의원은 “의사들처럼 합리적인 과정을 통해 일하는 분들은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의 사정이 있었다.”라며, “갑작스럽게 김숙희 회장을 추천했다고 해서 그런줄 알고 있었는데 결과가 굉장히 안좋아졌다.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라고 말했다.

이어, 김 의원은 “사실 그런 일(김숙희 후보 추천)을 하면서 저한테 한 번쯤 상의를 할만하고, 상의를 했으면 제가 큰 골이 생기지 않도록 조정도 하고 의견도 줬을텐데 한마디 상의도 없이 그렇게 해버려서 난감한 상황이 됐다.”라고 덧붙였다.

김 의원은 “20대 국회를 꾸며야 하는데 난감하다. 19대에서는 문정림 의원과 제가 복지위에서 문제가 제기되는 사항을 조율했다. 무리한 일이 생기지 않도록 여ㆍ야 협조가 있었는데, 20대 국회가 제대로 그런 역할을 해낼 수 있을까 걱정된다.”라고 우려했다.

김 의원의 발언은 사과의 형태를 취하고 있지만 의협의 행태를 비판하고 있다.

의협이 내부 조력자가 있는 후보를 두고, 자신과 상의를 하지 않고 다른 후보를 추천하면서 안 좋은 상황이 됐다고 꼬집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야구경기에 비유하면, 불펜에서 연습투구를 하면서 몸을 풀어 놓은 선수를 두고, 벤치에서 대기중인 선수를 마운드에 올린 꼴이다. 이런 식의 투수 운용을 하고 경기를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 감독이라면 하루빨리 옷을 벗어야 한다.

그렇다면 의협이 김 의원과 상의를 했다면 상황이 달라졌을까? 결과론이지만 지금보다는 나은 결과를 얻었을 가능성이 크다.

김 의원은 김숙희 회장의 비례 지원을 막고 강청희 부회장을 집중지원했을 수도 있고, 강청희 부회장에게 양보를 얻어낸 뒤 그를 지원하던 조직이 김숙희 회장을 지원하도록 융통성을 발휘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번 비례 공천 파동에서 곱씹어봐야 할 대목이 있다.

강청희 부회장의 비례대표 도전에 대해 다수 의사가 비판적인 자세를 취했다.

그들은 주로 두가지 이유에서 반대를 했는데, 하나는 현직 의협 상근부회장이 야당 비례대표에 지원하면서 의협의 정치적 중립이 훼손됐다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그가 시도의사회와 논의를 하거나 회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등의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의사협회를 비롯해 시도의사회장협의회는 강 부회장을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하지 않았다.

그런데 김숙희 서울시의사회장이자 의협 부회장이 비례대표 후보 명단에 이름을 올리자 의협과 시도의사회장협의회는 바로 지지성명을 발표한다.

의협과 시도회장들은 대관업무를 담당하는 상근부회장을 지지하면 정치적 중립이 훼손되고, 대관업무를 담당하지 않는 부회장을 지지하면 정치적 중립이 훼손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외부에서 보면 어차피 둘 다 의협 현직 부회장일 뿐이다.

공천은 마무리 됐고, 의협은 자력으로 비례대표를 배출하지 못했다.

이번 파동은 김용익 의원의 사과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더민주 내부의 상황을 외면하고, 외부에서 변죽만 울린 사람들이 다음 선거에서는 좀 더 조직적이고 치밀하게 움직여주길 바란다.

물론 뼈아픈 자기 반성부터 한 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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