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4년 2월 마포구 국민건강보험공단 본부에서 ‘건강보험 재정흑자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당시 토론회는 2011년부터 3년째 이어지고 있는 당기흑자로 인해 쌓여가는 준비금(2013년 결산 기준 8조 2,203억원)의 용도를 두고 각계의 관심이 집중되는 상황에서 진행됐다.

정부, 보험자, 공급자, 학계 관계자로 구성된 토론자들은 과거 건강보험 재정파탄 경험과 외부 환경요인을 고려한 안정적인 재정운용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당기흑자를 법정준비금으로 적립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단, 재정 흑자원인 중 지출 증가율 둔화에 영향을 끼치고 있는 요인들에 대한 보다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는 의견과, 적정 적립률에 대한 연구를 통해 재정운용의 묘를 살릴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법정준비금은 국민건강보험법 제38조에 따라 건보공단이 감염병 유행 등 예기치 못한 상황에 대한 준비 차원에서 각 회계연도마다 건강보험 결산상의 잉여금 가운데 당해 연도의 보험급여에 든 비용의 5~50%를 적립해 두는 것을 말한다.

그렇다면, 건강보험 재정흑자를 주제로 토론회가 열린 지 2년여의 시간이 지난 현재 건강보험 재정상황은 어떠할까?

2015년 결산 기준 건강보험 재정은 5년 연속 당기흑자 달성에 성공했다. 2014년 4조 5,869억원의 당기흑자를 기록한 건강보험재정은 지난해에도 4조 1,728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이로 인해, 2015년도 결산 기준 건강보험 누적적립금은 총 16조 9,800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게 됐다. 준비금 적립률도 35.1%까지 올라왔다.

건보재정 흑자기조가 5년째 이어지고 있는 것과 관련해 의료계에서는 현행 수가체계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공급자인 의사에게 적정 의료수가를 지불하지 않고 저수가를 강제함으로써 의사들의 적정 진료권과 지적재산권을 강탈한 결과라는 격한 반응도 나오고 있다.

반면, 건보공단은 2013년부터 모든 공공기관에 적용하고 있는 국제회계기준에 따라 보험급여충당부채(약 5조원)를 제할 경우 준비금 규모가 크게 줄어든다며 재정흑자에 대한 각계의 관심을 일축하고 있다.

또,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인구구조 변화와 이에 따른 질병구조 변화에 대비하고 지속적인 보장성 확대를 위해서는 수입확보 방안과 지출효율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건강보험 흑자기조는 건보공단의 예상치를 넘어서고 있다. 건보공단이 해마다 내놓는 재정전망 자료가 매번 크게 어긋나고 있는 상황이 이를 뒷받침한다.

건강보험 재정을 관리하고 운영하는 건보공단이 재정흑자의 원인을 확실하게 제시하지 못하는 상황이 최근 수년간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재정흑자가 앞으로도 지속 가능한지에 대해서는 누구도 확답할 수 없다. 단, 효율적인 재정운용을 위해서는 재정안정에 대한 기준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

두 달 후면 올해 수가협상이 시작된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건강보험 재정흑자가 협상의 화두가 될 가능성이 높다.

보다 효율적인 수가협상을 위해서라도 공급자와 정부, 보험자가 다시 모여 건강보험 재정흑자에 대해 이야기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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