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사회 산하 25개 구의사회는 지난 2월 한 달 동안 일제히 정기총회를 개최했다.

정기총회는 전년도 살림살이를 돌아보고, 올해 사업계획 및 예산을 심의하는 자리로, 지역의사회의 주요 행사 중 하나다.

예외인 곳도 있지만 지역의사회에서 가장 많은 회원이 한 자리에 모이는 시간이다.

아울러, 지역 국회의원과 구청장, 보건소장을 초대해 축사를 청해 듣고, 의료 현안에 대한 의사회의 의견을 건네기도 한다.

올해는 국회의원 선거가 있는 해다. 따라서 지역의원과 예비후보들을 적극 초대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지난해 12월 15일부터 오는 3월 23일까지 예비후보자 등록기간이며, 이미 많은 후보들이 예비후보자로 등록하고 선거운동을 시작한 상태다.

예비후보들은 유권자를 한사람이라도 더 만나기 위해 애를 쓴다. 지하철 역사나 대로변처럼 공개된 장소에서 불특정 시민들과 만나기도 하고, 특정 단체의 행사장을 방문해 지지를 호소하기도 한다.

이들에게 지역의사회의 정기총회는 유권자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중 하나다.

또, 의사회 입장에서도 미래의 국회의원을 만난다는 점에서 손해볼 게 없다. 예비후보중 누군가는 지역의원에 당선될 테니 미리 인사를 해두면, 향후 의사소통에 도움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의료악법이 발의될 때마다 대표발의자가 속한 지역의사회도 일정부분 역할을 해 왔다.

중앙회 등 상위단체에서 지역의원들과 스킨십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지역의사회에서 좋은 인상을 심어주는 건 의미가 있는 일이다. 

하지만 서울 구의사회는 올해 정기총회를 전략적으로 활용하지 못한 것 같다.

대다수 구의사회가 지역의원과 예비후보자들을 초대하지 않았다. 의사회 관계자들에 따르면 의사회 총회는 의사들의 내부행사인데 외부인사를 초대해 번잡스럽게 치를 이유가 없다는 이유에서라고 한다.

또, 일부에서는 초대해도 거절당하기 일쑤여서 언제부터인지 초대하지 않는다고 한다.

올해도 의협회장과 서울시의사회장은 총회장을 돌며 지역회원들에게 총선에 적극 참여해 줄 것을 당부했다.

특히, 후보자들을 검증하고 지역의사회의 정치적인 영향력을 발휘해 달라고 주문했다.

하지만 말뿐이어서는 곤란하다. 지난달 19일 새누리당 강석훈 의원은 서초구의사회 정기총회에 참석해서는 두차례나 의사회를 약사회라고 발언했다.

강 의원은 “약사회에 자주 불려다녀서 입에 불었다.”라면서 사과했지만 뒷맛이 개운치 않다. 그가 약사회에서 의사회라고 발언하는 실수를 할까?

의사들은 국회의원들이 의료 현안을 모른다고 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그들은 오히려 의사들이 현안을 이야기해주지 않는다고 할 지도 모른다.

선거일까지 시간은 많다. 그들이 의사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고 비판하는 대신, 들이 의사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도록 고민해 보자.

저작권자 © 헬스포커스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