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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의료기기 쓰려면 의사면허 따야죠”[생생인터뷰]대한의사협회 강청희 상근부회장
장영식 기자 / 헬스포커스뉴스 | 승인2016.02.22 6:10

세계의사회(WMA; World Medical Association)가 주최하고 대한의사협회가 주관한 ‘건강정보 보호 및 생체시료 관리(Health Databases and Biobanks)에 관한 국제 컨퍼런스’가 지난달 30일과 31일 양일간 서울 콘레드호텔에서 열렸다. 세계 10개국 의사들은 건강정보 보호 및 생체시료 관리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특히 세계의사회가 지난 2002년 채택한 건강데이터베이스에 관한 선언문을 개정하기 위한 의견을 수렴했다. 대한의사협회 강청희 상근부회장을 만나 이번 국제 컨퍼런스의 의미를 확인했다. 또,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 허용 문제에 대한 세계의사회의 입장도 들어봤다.

장영식 기자: 안녕하세요, 부회장님?

강청희 부회장: 네, 안녕하세요.

장영식 기자: 먼저, 세계의사회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강청희 부회장: 세계의사회는 전 세계 800만명의 의사를 대표하는 국제민간의사중앙단체로서 1947년 설립돼 111개국 의사중앙단체가 정회원으로 가입하고 있는 국제기구입니다. 세계의사회는 의사의 자주성과 권리보호, 의사의 의료행위, 의과학 연구와 관련한 국제적 윤리기준 및 지침 등 마련, 의학교육, 의료인력 수급 등에 있어 최상위 국제기준 마련 등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장영식 기자: 우리나라는 언제 가입했고, 어떤 활동을 해왔나요?
 
강청희 부회장: 우리나라는 1949년에 가입했어요. 국제협력 및 각국과의 네트워크를 형성해 전 세계 의학 및 의료 발전에 공헌해 오고 있으며, 1985년 당시 문태준 의협회장이 세계의사회 회장으로 활동한 이후 30여년간 지속적으로 이사국 및 부의장국을 역임했습니다.

장영식 기자: 최근 국내에서 세계의사회 총회도 개최했죠?

강청희 부회장: 지난 2008년에 서울에서 총회를 개최했어요. 현재 태평양 지역을 대표하는 이사국으로서 재정기획위원장직을 맡고 있습니다. 

장영식 기자: 그렇군요. 세계의사회는 이원화돼 있는 국내 의료체계에 대해 어떤 시각을 가지고 있나요?

강청희 부회장: 의학과 한의학은 엄격히 구분돼 있으며, 학문적 바탕과 교육과정 등이 상이하고 한의사에게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허가할 경우 의료체계의 근간을 무너뜨리고 불필요한 혼란과 갈등을 초래한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습니다.

장영식 기자: 의사협회와 같은 입장이군요?

강청희 부회장: 의사협회의 입장을 공식적으로 지지하고 있습니다. 세계의사회는 한의사가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하려면 의사와 동일한 교육을 받고 현대의학과 동일한 진단과 치료 등을 해낼 수 있는 역량을 갖춰 현대의학 시험을 통해 자격을 가져야 한다고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면허 없이 특정 의료기기를 사용해 진단하면 그것은 법적인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보고 있죠.

장영식 기자: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하려면 의사면허를 따라는 거군요?

강청희 부회장: 그렇죠.

장영식 기자: 지난달 30일 개최된 ‘건강정보 보호 및 생체시료 관리에 관한 국제 컨퍼런스’에서는 어떤 논의가 있었나요?

강청희 부회장: 관련 기술의 발전에 따라 엄청난 환자정보가 도출되고 쌓이면서 이런 정보를 이용한 의학연구 역시 증가하고 있어요. 각국의 의학연구자들이 환자의 건강정보와 생체시료를 안전하게 관리하면서 의학연구의 발전을 모색하는 방안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이번 컨퍼런스에서는 헬스데이터베이스와 바이오뱅크스에 대한 윤리적 문제를 규정하는 선언문 개정안을 검토했습니니다.

장영식 기자: 좀더 자세히 설명해 주세요.

강청희 부회장: 참석한 의학자ㆍ의학연구자들은 과학기술과 디지틀테크놀로지의 발전으로 세계적으로 환자의 개인정보가 양산되고 집적되고 있는 상황이 관련 연구의 급속한 증가를 유도하고 있다는 사실에 공감을 표하면서도, 민감정보인 환자 개인정보를 안전하게 관리하는 방안, 개인정보나 신체 시료 제공에 대한 설명ㆍ합의 방안, 그 외 윤리적 문제들에 대해서 깊이 있게 토론했습니다. 의학연구 활성화 필요성에 대해 중요한 의미를 부여하면서, 환자 정보 안전관리와 윤리적 문제에 대한 우려를 표했죠.

장영식 기자: 헬스데이터베이스 운영방식은 각 나라의 사회제도 및 문화와 밀접하게 관련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각 나라마다 같은 기준을 적용하기는 쉽지 않아 보이는데요?

강청희 부회장: 헬스데이터베이스와 바이오뱅크스를 활용함으로써 구현되는 보건의료상의 획기적 연구 개발 가능성과 데이터 집적으로 인한 정보 유출 등의 위험성 간에 적절한 균형점을 찾아 윤리적 입장을 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아젠다입니다. 윤리지침으로서의 특성상 세세한 자구 수정 하나하나에 관련 학계와 의료계 및 산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기 때문에, 논의되는 내용과 결과가 모두 중요한 근거자료로 향후 활발히 인용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장영식 기자: 한국의 경우 모든 환자 정보와 병력이 건강보험 정보를 통해 한 곳에 집적되고 있습니다. 건강정보 관리가 더 중요해 보입니다.

강청희 부회장: 한국의 경우 모든 환자 정보와 병력이 건강보험 정보를 통해 한 곳에 집적돼 있죠. 이렇게 집적된 환자의 정보는 활발한 관련 연구의 기반이 되고 있어요. 의학연구는 환자의 의학적 상태와 관련이 있기 때문에, 개별 환자 정보를 안전하게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며, 특히 신중하지 못한 개인정보의 이용은 어떠한 경우에도 허용돼서는 안 됩니다.

장영식 기자: 너무 원론적인 이야기 아닌가요?

강청희 부회장: 의학연구는 의약품 개발 발전과 직결되며, 의학연구의 핵심은 환자정보이기 때문에 의학연구를 장려하는 것과 환자의 개인정보를 보호하는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어려운 문제죠. 한마디 덧붙이자면 정부가 추진하는 원격의료도 환자건강정보 보안에 대한 우려가 큽니다.

장영식 기자: 헬스데이터베이스와 바이오뱅크스에 대한 세계의사회 선언문 개정안은 언제쯤 제정되나요?

강청희 부회장: 주제의 중대성을 감안해 2012년 세계의사회 방콕 총회에서 아이슬랜드를 의장국으로 하는 실무그룹을 구성하고 개정안 작업을 추진해 왔고, 2년간 수차례의 수정 작업을 거쳐 개정안 초안을 마련했어요. 지난해 온라인을 통해 각국의 전문가 의견을 수렴했고, 베를린과 코펜하겐에서 각각 국제공청회를 개최했습니다. 아시아 지역의 의견을 중점 수렴하기 위해 서울 컨퍼런스 이후 의견을 정리해 최종 개정안을 마련할 겁니다. 최종안은 올해 4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리는 세계의사회 203차 이사회에 안건으로 상정됩니다.

장영식 기자: 지난 1일 세계의사회 오트마 클로이버 사무총장이 방한해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에 대해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그의 기자회견은 어떻게 마련됐나요?

강청희 부회장: 세계의사회는 누누이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 허용을 적극 반대해왔어요. 지난 2015년 보도자료를 통해서도 “보건의료 비용을 증가시키고 환자 안전에 위험을 초래한다.”라며 한국 정부를 신랄히 비판한 바 있습니다. 세계의사회의 경고가 무지몽매한 정부를 일깨울 수 있으리라는 기대로 이번 기자회견을 추진했습니다.

장영식 기자: 클로이버 총장은 “한국정부가 국민 건강에 관심이 없어 보인다, 의료를 너무 비즈니스적으로 접근하고 있다.”라는 강도 높은 발언까지 했습니다. 사전에 약속된 발언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던데요?

강청희 부회장: 세계의사회는 전 세계 의사를 대표하는 기구로서, 그 일원인 대한민국 의료와 의사의 심각한 위기상황에 대해 분명한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해당 발언을 한 겁니다. 사전 약속 같은 건 없었어요. 의사협회라는 특정 단체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차원으로 해석하면 곤란합니다. 전 세계 의사와 의료를 대변해 할 말을 한 것뿐입니다.

장영식 기자: 다른 이야기를 해보죠. 지난해 10월 14일부터 17일까지 러시아에서 열린 세계의사회 총회에서 의사협회가 제안한 ‘의사의 방송출연에 관한 가이드라인’이 최종 채택됐죠? 의미를 부여한다면요?

강청희 부회장: 해당 가이드라인은 의사협회가 지난 2015년 4월 오슬로에서 개최된 세계의사회 200차 이사회에서 발의했어요. 6개월이라는 최단 기간에 통과된 것으로 매우 이례적인 일입니다.

장영식 기자: 일반적으로 결의문이 채택되는데 걸리는 기간은 어느정도 인가요?

강청희 부회장: 대부분의 결의문이 발의 후 채택까지 평균적으로 2년여의 기간이 소요되는 데 비해 ‘의사의 방송 출연에 관한 가이드라인’이 최단 기간에 정책 채택에 이른 것은 그만큼 세계의사회 내에서도 해당 안건의 중요성에 대해 폭넓은 공감대가 형성돼 있었던 것이죠.

장영식 기자: 그렇군요. 세계의사회는 전공의특별법에 대해 어떤 입장인가요?

강청희 부회장: 2015년 10월 열린 세계의사회 총회에서 ‘Physician wellbeing’ 관련 결의문이 채택됐는데, 이는 ‘의사의 웰빙’이 ‘환자의 안전’으로 연결된다는 인식과 함께 세계적으로 공통된 이슈라는 공감대가 형성됐음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이 결의문을 통해 세계의사회는 “의사 및 의대생들이 직업생활의 모든 단계에서 긍정적 경험과 함께 웰빙을 해칠 수 있는 다양한 스트레스 요인에 노출된다.”라며, “의사들은 이같은 스트레스 요인을 유발시키는 정책 및 관행을 확인 및 개선하고, 이에 대한 방어력을 갖춘 정책 및 관행을 개발하기 위해 의사협회와 협력해야 한다.”라고 밝혔습니다.

장영식 기자: 적극적인 지지로 해석되네요.

강청희 부회장: 그렇습니다. 정부가 전공의 인권이 국민의 안전에 직결된다는 사실을 명확히 인지하고, 더이상 전공의 처우를 외면하지 말고 수련환경 개선에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전공의특별법의 취지와 배경에 전적으로 찬성하고 지지하는 입장인 거죠.

장영식 기자: 메르스 등 신종감염병 창궐시 세계의사회는 어떤 활동을 했나요? 그리고 신종감염병 예방에 대해선 어떤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지 소개해 주세요.

강청희 부회장: 회원국 간 긴밀한 공조방안을 강구해 신종감염병에 만반의 대처를 하고 있습니다. 메르스 때도 다발지역인 한국의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세심히 모니터링하는 한편 각국 의사회에 철저한 방역과 격리체제를 갖출 것을 당부했어요. 앞으로도 유사 사례 발생시 각국 의료인이 감염병 대처에 최선을 다할 것을 독려하면서도, 각국 정부가 공중보건위기대응시스템을 완비하고 의료인 보호에 앞장설 것 또한 강력히 촉구해나갈 겁니다.

장영식 기자: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장영식 기자  sasilbodo@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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