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 범의료계 비상대책위원회는 13일 오후 4시 의협회관 3층 회의실서 ‘원격의료 및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 저지를 위한 향후 투쟁방안 관련 범의료계 토론회’를 개최했다. 비대위는 토론회 배경에 대해 지난달 30일 개최한 전국의사대표자 궐기대회 행사과정에서의 불상사를 거울삼아 민초 회원들의 의견에 귀 기울이고, 의료계가 다시 뭉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기 위해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날 참석자가 40여명에 불과해 회원과의 열린 토론이라는 취지가 무색하게 됐다. 그마저 의협 집행부 인사와 시도의사회장단, 그리고 각 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는 인사들을 제외하면 일반회원 참석자는 한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약 두시간 동안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지만, 결국 대정부투쟁의 성공은 추무진 회장의 의지에 달렸다는 쪽으로 모아졌다.

토론회에 앞서 의사협회 집행부는 지난 30일 대표자 궐기대회 경비논란에 대해 해명했다.

일부 회원이 궐기대회에 1억원 가량의 비용이 지출됐다며 의혹을 제기하면서 과도한 경비사용이 논란이 됐다.

박종률 의무이사는 “행사대행업체에 기기, 사무용품, 이벤트 비용 등으로 2,215만원을 지급했고, 참가자 709명의 교통비로 3,913만원을 지급했다.”라며 1억원 경비설에 대해 해명했다.

이어 이광래 비상대책위원장의 인사말로 본행사가 시작됐다.

이광래 위원장은 “지난 궐기대회는 원격의료 저지와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저지를 목적으로 모인 행사였지만 원할하게 끝내지 못했다.”라며, “그에 대한 모든 책임은 제가 져야 한다. 회원들에게 대단히 죄송하다.”라고 사과했다.

이광래 위원장은 “오늘 토론회는 지난 과거보다 현재나 미래를 위해 의사집단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논의하기 위해 모인 자리이다.”라며, “과거에 대한 질타도 할 수 있지만 미래에 어떻게 대처할 지 방안을 찾기위한 자세로 토론에 임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광래 위원장의 당부는 첫 발언자부터 추무진 회장의 회무를 추궁하면서 어긋났다.

이동욱 대한평의사회 대표는 지난해 10월 24일 궐기대회를 열고 이틀 뒤 정진엽 복지부장관을 만난 이유를 밝히라고 따졌다.

추무진 회장은 “지난해 궐기대회는 앞으로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 회원 단합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비대위가 결정한 것이고, 그런 와중에 10월 26일 장관이 임명된 후 보건의료단체장 모임을 한 후 가장 먼저 의협과 협의를 위해 만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추 회장은 “그 자리에서 최우선 과제로 제시한 것이 여러가지인데 그 중 하나가 회원들이 고통받고 있는 쌍벌제였다. 투쟁이야기를 했는데 투쟁할 때 얻을 것인 무엇인지 목표를 가져야 하며, 대립관계로 끝내선 안 된다. 당시 비대위는 회원의 결집된 힘을 보여주고, 집행부는 협상해나가는 것이 옳다고 결론냈다.”라고 덧붙였다.

좌훈정 전 의협 감사는 “회원들이 의료일원화를 반대하는 이유는 의료일원화를 하면 국민이 의사와 한의사가 똑같아 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라며, “추무진 회장은 교육방법만 통합하는 것이라고 이야기 하지만 국민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좌 전 감사는 “지금은 의료일원화를 말할 시기가 아니며, 김필건 한의사협회장을 고발해 현대의료기기를 절대 양보하지 않겠다고 선언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광래 위원장은 “김필건 회장을 고발해서 패소하면 그 자체가 한의사들이 현대의료기기를 써도 된다는 논리로 변질 될 수 있다.”라며 패소에 따른 후폭풍을 우려했다.

그러자 이동욱 대표는 “이미 의료혁신투쟁위원회가 고발했기 때문에 의협이 고발해도 같은 사건으로 묶이게 된다. 회원들의 요구는 상징적인 부분이다.”라고 지적했다.

이광래 위원장은 “의혁투가 패소하든 의협이 패소하든 결론은 마찬가지라는 의견에 동의한다.”라면서 “회원들이 원한다면 고발하겠다.”라고 말했다.

이어 의료일원화 논의에서는 의료일원화 협의체 탈퇴와 일원화 논의 중단선언 요구가 나왔다.

이동욱 대표는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불가 주장 자체가 이원화다.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은 절대 불가라고 주장하면서 일원화를 논의하면 자가당착이 된다.”라며, “일원화 논의를 하면 국민은 의사와 한의사를 통합하자는 말로 이해한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집행부와 비대위 모두 일원화 논의 전면 중단과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절대 불가를 선언하라.”고 요구했다.

김장일 경기도 대의원회 부의장도 “집행부가 의료일원화를 자꾸 이야기 하니 국민이 혼란스러워 한다. 의료일원화 협의체를 즉각 탈퇴하라.”고 촉구했다.

추무진 회장은 협의체 탈퇴 요구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하고 “의료일원화는 협회가 그동안 해온 정책의 줄기 중 하나다.”라며, “시기적인 문제가 있어서 더 이상 논의하지 않고 있다. 앞으로 어떻게 해내갈 지에 대해 더 의견을 제시해 달라.”고 말했다.

이재혁 의협 정책자문위원은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를 막기 위해서는 의대교수들이 한방대학으로 출강하는 것과 의ㆍ한방 협진을 근절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광래 위원장은 “협의체 탈퇴여부를 공식적인 자리에서 논의해서 발표하겠다.”라고 정리했다.

이날 토론회가 무르익자 추무진 회장의 리더십이 도마위에 올랐다. 일부 발언자는 추무진 회장이 집행부 총사퇴 카드를 꺼내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장일 부의장은 “회원들이 자신감을 갖도록 리더가 끌어 올려야 한다. 오늘 구체적인 계획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데 빠진 게 있다. 추무진 회장의 각오가 있어야 한다.”라며, “회장이 먼저 각오를 밝히고 회원에게 불을 질러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김장일 부의장은 “추무진 회장에게 비대위원장을 맡으라고 요구했더니 협상을 맡겠다며 피했다고 들었다.”라며, “회장이 겁을 내고 있는데 투쟁 방향을 낼 수 있겠나? 초야로 갈 것인가, 앞장설 것인가를 밝혀 달라.”고 주문했다.

좌훈정 전 감사도 “지도자의 의지와 각오가 중요하다는 지적에 동의한다. 회원들이 회장과 집행부를 욕하지만 지도부가 나서지 않으면 싸움을 이기기 힘들다.”라고 말했다.

좌 전 감사는 “집행부가 각오를 보이면 회원들은 싫어도 투쟁한다. 원격의료법이 국회에 상정되면 집행부가 총사퇴하겠다고 선언하라.”고 요구했다.

반면, 토론회가 추무진 회장의 진퇴를 논하는 자리여서는 곤란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봉천 대전시의사회 기획이사는 “이 토론회는 개인의 진퇴를 논하는 자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 이사는 “과거 파업을 해서 의약분업이 막아진 것 같지 않다. 그냥 우리가 화풀이 한 것 아닌가.”라며, “또 파업하면 원격의료와 한의사 현대의료기기를 막을 수 있느냐?”라고 물었다.

김 이사는 “지금처럼 자중지란이 일어난 상태에서는 막을수 없다. 우리가 파업을 해서 회원을 분열시키고, 갈등초래를 반복해야 하느냐.”라고 따졌다.

김 이사는 “의협은 회원의 의견을 모으고 앞으로 가야할 길을 제시하는 일을 꾸준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토론회가 이런 식으로 진행되면 오히려 방향성이 없어지는 것 아닌가?”라고 물었다.

이어, 비대위의 존폐 여부도 논의됐다.

노환규 전 의협회장은 “비대위는 집행부 산하 특별위원회로 활동할 때만 괜찮다. 대의원총회에서 인준해준 비대위는 법률적으로 무효하다.”라며, “현 비대위는 법률적으로 무효한 행위를 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자 이필수 전남의사회장이 비대위 해체론을 들고 나왔다.

이필수 회장은 “추무진 회장은 협회는 협상을 하고 비대위는 투쟁을 하라는 논리를 갖고 있지만 집행부가 비대위와 이원화하는 것은 비용도 낭비고 효율도 떨어진다.”라면서, “비대위는 올해 4월 대의원총회때 해체시키고, 협상과 투쟁을 추무진 회장이 직접 맡아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좌훈정 전 감사는 “현 비대위 구성이 약해 머리만 있고 몸은 없는 것 같다.”라며, “비대위를 확대개편하고, 싸울 수 있는 사람을 모아야 한다.”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추무진 회장은 마무리 발언을 통해 “비대위와 집행부가 강력하게 의지를 표명하라는 의견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는 계기로 삼겠다.”라고 말했다.

그는 “복지부와의 협상은 원격의료와 한의사 현대의료기기를 협상하는 게 아니다. 오해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토론회에 대한 반응은 엇갈렸다.

한 참석 인사는 “집행부와 비대위가 회원과의 대화를 시도한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토론회가 무난히 진행된 것 같다.”라고 말했다.

다른 참석 인사는 “오늘 토론회의 결론이 무엇인 지 모르겠다. 추무진 회장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하는데, 회원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모르겠다.”라며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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