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만호 회장이 오바마 발언으로 대한적십자사 부총재직을 놓은 지 한달여가 지났다.

경만호 회장은 오바마 발언이 언론에 공개된 지 이틀 만에 적십자사 총재를 직접 찾아가 부총재직 사퇴의사를 밝혔다.

적십자사는 즉시 이를 받아들이고, 당일 보도자료를 통해 경 회장이 부총재직을 사퇴했다고 알렸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서 경만호 회장의 처신을 두고 의료계에서는 아직까지 말들이 많다.

적십자사 부총재직에 대한 발빠른 대처와는 달리, 의사회원에 대한 대처는 상대적으로 더디게 이뤄졌기 때문이다.

경만호 회장은 적십자 부총재를 사퇴한 다음날 의사협회 대의원, 시도의사회장, 고문단 등 일부 대표자에게만 오바마 발언과 관련, 사과의 뜻을 담은 서신을 보냈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자 개원의사들 사이에서 일반회원들은 안중에도 없다는 비판이 제기됐고, 경 회장은 일주일 가까이 지난 17일에야 대회원 서신문을 통해 일반회원에게도 사과의 뜻을 전했다.

오바마 발언을 재차 언급하는 이유는 의사협회가 긴급기자회견에서 오바마 발언 관련 납득하기 힘든 해명을 했기 때문이다.

긴급기자회견은 경만호회장퇴진추진위원회가 주장하는 경만호 회장 퇴진 사유에 대해 반박하기 위해 마련됐다.

경만호회장퇴진추진위원회(경퇴위)는 경 회장 퇴진 사유 중 하나로 “겸직금지의 규정을 어기고 직책을 병행한 대한적십자사 부총재 자격으로 이산가족 상봉행사에 참석해 오바마 건배사를 제의해 의사협회의 명예를 땅에 떨어뜨렸다”고 주장했다.

의사협회는 ‘적십자사 부총재직은 정기적 급여를 받지 않고 있고, 해당 업무수행이 오히려 협회와 회원의 위상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협회장직을 수행함에 있어 지장이 없다고 판단되므로, 정관 제12조2에서 규정한 겸직 금지범위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윤리위원회의 해석을 근거로 “정관 위반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경퇴위는 ‘겸직금지 규정을 어겼다’와 ‘오바마를 제의해 의사협회의 명예를 땅에 떨어뜨렸다’는 주장을 했다. 겸직금지 규정을 위반하지 않았다는 주장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오바마 발언이 의사협회의 명예를 떨어뜨리지 않았다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

협회와 회원의 위상을 높일 수 있기 때문에 적십자사 부총재직을 겸했다는 해명은 오히려 오바마 발언이 협회와 회원의 위상에 심각한 타격을 가했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 된다.

의협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겸직했던 적십자사 부총재직을 단숨에 내려놓게 할 정도로 파괴력 있던 오바마 발언.

오바마 발언이 퇴진이 거론될 만큼 큰 사안인지 아닌지 판단하는 것은 현장에서 지역민과 마주하는 일반회원들의 몫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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