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의료기기 사용 문제와 관련한 광고전이 눈길을 끈다. 의료계와 한의계 모두 여론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지면신문 광고 뿐 아니라 포털사이트와 지하철 광고까지 매체가 확산되는 양상이다.

가장 적극적인 곳은 의료혁신투쟁위원회(이하 의혁투)로, 의혁투는 지난 5일과 20일 조선일보 및 15일 문화일보 광고를 게재하며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의 문제점을 알리고 있다.

의혁투 5일 조선일보 광고
의혁투 5일 조선일보 광고

의혁투는 지난 5일 광고에서는 “이제는 한방 폐지를 논할 때다.”라며,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한방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막아달라고 촉구했다.

특히 의혁투는 한의협이 일간지 광고를 통해 ‘한방에 의료기기를 허용해야 한다고 최종적으로 결정한 사람이 박근혜 대통령’이라고 주장한 것과 관련, “이는 허위로 의심되는 주장이지만,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당선을 지지했던 다수의 의사들은 이번 한방 현대의료기기 허용이라는 반 생명적 정책으로 인해 그 견고한 지지가 온전히 돌아서고 있는 실정이다.”라고 경고했다.

의혁투는 지난 20일 광고에서는 “한방의 의료기기 사용은 환자와 국민을 생체실험장으로 내모는 일이다.”라며, “한의과대학을 폐지하고 의과대학으로 흡수통합해 의료교육을 일원화하고, 기존 한의사 면허소지자와 한의대생들의 종신면허 인정으로 전통적 한방의료와 서서히 단절하자.”라고 주장했다.

의혁투 20일 조선일보 광고
의혁투 20일 조선일보 광고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에 대한 문제 제기에 그치지 않고, 구체적인 의료일원화 방법을 제시한 것이다.

또한 의혁투는 “한방의료는 개별적 경험에 근거한, 비효율적인 중국산 전래요법으로 필수적인 의료에 해당되지 않는 만큼 필수적인 의료를 국민에게 보장하기 위해 만들어진 사회보험인 국민건강보험에 한방의료가 포함돼서는 안 된다.”라며, 한방건강보험 분리 가입도 제안했다.

김필건 한의협 회장이 지난 12일 초음파 골밀도기를 시연한 이후 이를 비판하는 광고들도 쏟아졌다.

의혁투 15일 문화일보 광고
의혁투 15일 문화일보 광고

의혁투는 지난 15일 문화일보 광고를 통해 “김필건 회장은 초음파 골밀도기 시연을 하며 ‘보다시피 어려운 것이 없으며,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내용’이라고 했지만 그는 많은 오류를 범했다.”라고 지적했다.

의혁투는 “29세 성인남성의 골밀도검사 결과가 T스코어 -4.41이라는 10만명 중 1명이 나올까 말까 한 낮은 수치로 나왔다면 검사장비의 오류부터 먼저 생각했어야 했지만, 김 회장은 수치가 다소 낮다는 식(골감소증)으로 표현했고, 골다공증과는 전혀 상관도 없고 검증도 돼 있지 않은 골수 보충치료를 하면 된다고 했다.”라고 비판했다.

의혁투는 또, 김 회장이 골수 보충을 해야 한다는 진단을 내리고, 과거 성장클리닉을 표방하는 한의원에서 불법으로 시행한 골밀도 검사 결과를 엉터리로 활용하며 고가의 한약을 권유했던 사실 등을 지적하며 “한의사들에게 의료기기 사용은 고가의 한약을 판매하기 위해 과학적 근거로 포장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라고 일침했다.

전국의사총연합(이하 전의총)도 지난 14일 동아일보에 광고를 내어 김필건 회장 시연의 문제점을 알렸다.

전의총은 “김필건 회장은 골다공증 검사의 측정부위도 잘못 됐으며, 진단기준에 대해서도 몰랐다.”라며, “골다공증의 치료에 대한 주장 역시 현대의학에서 골밀도를 보전하는 치료개념과 전혀 다르다.”라고 지적했다.

전의총 14일 동아일보 광고
전의총 14일 동아일보 광고

전의총은 “한의사도 의료기기를 사용할 수 있음을 보여주기 위한 자리에서 결국 김 회장은 보란듯이 오진을 했다.”라며, “의사를 모방할 수 있지만 참된 의술은 할 수 없다.”라고 강조했다.

전의총은 이어 “검사수치를 자동으로 측정해 주는 현대의료기기는 진단을 자동으로 시행해 주는 기계가 아니다.”라며, “무자격자에 의해 현대의료기기가 사용되면 선무당 사람 잡는 격이 될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모든 분야에는 해당 분야의 전문가가 존재한다. 현대의료기기는 현대의학을 전공한 의사가 활용할 때 가장 안전하다.”라고 강조했다.

이들 의료단체들은 편의성만 내세우며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이 괜찮다고 생각하는 국민에게 정확한 사실을 일깨워주기 위해 광고전을 벌이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특히 일간지 광고에 그치지 않고, 접근성이 높은 포털 사이트나 지하철 광고 등도 고려하고 있다.

정인석 전의총 대표는 지난 20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포털 사이트 한 곳을 정해서 계약을 앞두고 있다. 이번주 내로 결정해서 진행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정인석 대표는 “대국민 홍보를 목적으로 광고전을 진행하는 것이다. 전문가가 아닌 비전문가가 의료기기를 사용했을 때 생길 수 있는 건강상의 위해 등에 대해 알릴 것이다.”라고 말했다.

정 대표는 “사실 일반 국민은 의사와 한의사의 역할에 대해 잘 모를 수 있다.”라며, “한의사들은 의료기기를 사용할 능력이 없고, 그들의 목적이 순수하지 않음을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의 가장 큰 피해자인 전 국민에게 알리는 노력을 계속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최대집 의혁투 대표는 20일 조선일보 광고와 관련, “이번 광고를 통해 한방 문제의 본질적인 성격에 대해 지적하고, 이 틀 안에서 향후 정책 제안이나 입법활동도 이뤄질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최 대표는 “일반 광고치고는 글자가 많다는 지적도 있지만, 전체적인 개요를 정확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었다.”라며, “이 문제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유심히 볼 것이다. 큰 제목이나 강조된 부분만 읽어도 괜찮다.”라고 말했다.

한편, 의료계의 광고전에 한의사단체도 반박에 나섰다.

젊은 한의사들의 모임인 참의료실천연합회(이하 참실련)는 지난 19일 조선일보에 광고를 내어 “의사의 진단권한 독점은 의사들이 국민 건강을 볼모로 삼아 무슨 짓을 해도 용인하게 만든다.”라며, “정확한 진단을 위한 기기 사용은 모든 의료인에게 공평하게 허용돼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참실련 19일 조선일보 광고
참실련 19일 조선일보 광고

특히 참실련은 그 사례로 ▲한국의 갑상선암 검진(의사의 과잉진단) ▲의료기기 리베이트 ▲진단을 볼모로 한 의사의 성범죄 사건 등을 꼬집었다.

하지만 일부 의사 개인의 문제를 근거로 들며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을 주장한 것은 설득력이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모 사이트에서는 이 같은 광고 내용을 올린 글에 ‘일부 의사들의 문제와 한의사가 현대의료기기를 써야 하는 것이 무슨 상관이 있나’, ‘우리도 같이 해쳐먹고 싶다는 뜻인가’, ‘저런 자료로 도덕적 혹은 의사의 자질 문제를 성토하는 건 몰라도 한의사가 의료기기를 써야 하는 근거로는 합당하지 않다’, ‘한의사들은 참 특이하다. 의사들은 한의사를 비판할 때 학문적으로 잘못된 점을 비판하는데, 한의사들은 의학을 깔 수가 없으니 의사 개인의 범죄로 비판한다’는 등의 부정적인 반응이 줄을 이었고, 결국 원글자는 해당 게시물을 삭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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