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건 대한한의사협회장의 초음파 골밀도기 시연으로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 논란이 새 국면을 맞이한 가운데, 한의사들의 무지보다 양심이 더 문제라는 지적이 나왔다.

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장은 지난 18일 의사 포털에 올린 글을 통해 “피어 리뷰(peer review, 동료평가)가 불가능한 전문가들이 더 이상 배출되지 않도록 한의과대학을 폐쇄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노환규 전 회장은 “요즘은 많이 줄었겠지만 제가 전공의를 하던 시절에는 한의원에서 침을 맞은 후 기흉이 발생한 환자가 꽤 많았으며, 일부는 압박의 정도가 심한 긴장성 기흉에 빠져 생명이 위태로운 사람들도 있었다.”라고 밝혔다.

노 전 회장은 당시 침에 의한 외상성 기흉환자가 많았던 이유는 제대로 교육을 받지 못한 노인 한의사들도 많았기 때문에 양심의 문제라기보다 무지의 문제였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노 전 회장은 “한의협회장이 오진한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어거지를 쓰며 한의협회장을 옹호하는 일부 한의사들을 보니 무지보다도 더 심각한 양심의 문제가 있는 것 같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전문직의 필수 요소인 피어 리뷰가 불가능하다면 그 직군은 전문성을 유지할 수 없다. 김 회장이 보여준 심각한 오류 투성이 시연에 대해 한의사들 내부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상황을 보며, 한의사들이 피어 리뷰가 불가능한 집단이라는 우려가 든다.”라며, “피어 리뷰가 불가능한 전문가들이 더 이상 배출되지 않도록 한의과대학의 폐쇄가 시급하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실제로 김필건 회장은 지난 13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어떻게 전문가집단에서 이렇게 악의적으로 문제를 호도하는지 안타까움을 느꼈다.”라며, 의사들이 악의적으로 해석을 해서 자신을 공격하는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으며, 한의사들도 이 같은 주장에 동조하는 상황이다.

노 전 회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도 “과거에는 나이 많은 한의사들도 있고 해서 오진을 하는 것이 ‘무지’의 문제라고 생각했지만, 젊은 한의사들은 지적능력이 떨어지는건 아니니 양심의 문제 같다.”라고 지적했다.

노 전 회장은 “젊은 한의사들조차 먹고 사는 문제가 달리니 한의협회장의 오진에 대해 왜곡된 목소리를 일관적으로 내는 것이다.”라며, “기본적으로 집단의 윤리가 망가진 것이다.”라고 우려했다.

그는 “더 이상 젊고 똑똑한 사람들이 망가지면 안된다.”라고 강조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한의대를 폐쇄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노 전 회장은 오진을 인정하지 않는 한의협회장 뿐 아니라, 자성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한의계를 우려하며 한의대 폐쇄를 주장한 것이다.

또한 노 전 회장은 “한의사들의 의료기기 사용을 앞장서서 반대해야 할 사람들은 의사가 아닌, 가장 큰 피해를 받을 환자와 국민이다.”라며, “하지만 의사들이 나서서 반대함에 따라 ‘밥그릇 싸움’으로 오해받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사들이 나서는 것은 ‘전문가적 양심에서 출발한 사회적 의무’ 때문이라는 것이 노 전 회장의 설명이다.

노 전 회장은 “한의협회장의 오진 사건에서 나타났듯이, 국민인은 무엇이 오류인지 알기 어렵다. 멀쩡한 사람에게 ‘당신은 골감소증이고 골수보충 치료를 받아야 한다’라고 말하더라도 국민은 뭐가 잘못된 건지 알 수 없다.”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은 안전하지 않을 뿐더러 위험하다.”라며, “환자에게 위험한 행위를 도움이 된다고 주장하는 것은 사기이며, 이 사기행위를 막는 것이 전문가들의 도덕적 책무이다. 의사들이 나서는 것은 이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노 전 회장은 “한의사들의 의료기기 사용은 한의사들의 근거없는 진단과 치료 권유에 날개를 달아줄 것이다.”라며, “한의사들을 살리자고 국민건강을 위험에 빠뜨릴 수는 없다. 국민은 실험쥐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의사들도 노 전 회장의 주장에 동의했다.

A 의사는 “관절에 제대로 소독되지 않은 침을 놓아 피아니스트의 무릎관절을 망가뜨리고도 반성하지 않는 한의사를 봤다.”라며, “전문가적 양심과 기본적인 임상 베이스가 거의 없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비판했다.

B 의사도 “한의계 내부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것은 자체정화 시스템이 없다는 방증이다. 학문이라는 검열의 문을 통과해야 과학으로 인정을 받는데, 그 문 자체가 없다.”라고 꼬집었고, C 의사는 “하지만 이 같은 문제를 언론과 국민은 편의성 차원에서 사용해도 된다는 식으로 이야기하며 밥그릇 싸움으로 몰아버린다.”라고 지적했다.

의사들이 단결해 먼저 한방과 단절을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D 의사는 지난 2009년 한방사들에게 의학질병코드(KCD)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이 큰 실수였다며, 앞으로는 한의사와의 협진, 요양병원 한의사 고용, 한방병원 운영 대학병원 전원 금지, 한방병원 취직 거부 등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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