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의료기기 사용 문제를 놓고 의료계와 한의계가 방송에서 맞붙었다. 한의사가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에 대해, 한의사 토론자는 정확히 치료하기 위해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반면, 의사 토론자는 현대의료기기를 이용한 진단과 한의학적인 치료와는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다.

노환규 전 의사협회장과 김지호 한의사협회 홍보이사는 지난 13일 오후 KBS 1TV ‘조재익 박지현의 시사진단’에 출연해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을 주제로 토론했다.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에 대해 김지호 이사는 “한의원에 발목을 삐끗해서 오는 염좌 환자가 많은데 골절인지 단순 염좌인지 알 수 없다.”라며, “더 정확한 치료를 위해 골절 유무를 알아야 하는데 현재 한의사는 현대 의료기기 사용을 제한받고 있다.”라고 말했다.

김 이사는 “사법적인 판례도 많이 있는데 해결이 안됐다. 지난 2014년 12월 28일 정부에서 이 문제를 규제개혁 과제로 선정했고 복지부가 지난해 연말까지 이걸 정리하겠다고 국정감사에서 약속을 했는데도 아직까지 해결되지 않았다. 복지부가 직무유기를 했다고 지적하기 위해 어제 기자회견을 연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한의사에게 사용하도록 허락해야 하는 의료기기로 김 이사는 “발목을 삐긋했다던지 허리 염좌 환자라든지 이런 환자가 한의원에 연간 300만명이 넘게 온다. 진단을 위해 X레이나 초음파부터 풀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환규 전 회장은 “의사들이 병을 진단하는 목적은 정확한 진단을 통해서 그 병을 치료하고자 하는 것이다.”라고 밝히고, “골다공증이라는 진단이 내려졌을 때, 유효한 치료가 있는가와 의학적 근거를 가진 치료가 가능한가를 진단한다. 하지만 (한방은) 그런 것이 안 돼 있다.”라고 잘라 말했다.

노 전 회장은 “골절이 보였을 때 한방으로 어떻게 치료할 것인가, 또 골절은 많은 경우 수술적 치료가 필요한 데 어떻게 할 것인가, 그런 부분 때문에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반대하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노 전 회장은 한의협이 주장하는 복지부의 직무유기에 대해 “의사들도 복지부가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라면서, “복지부는 의학과 한의학에 대해서 완전히 다른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심지어는 식약처도 통과하지 않고 한의사 개인이 주사제를 만들어 환자 몸 속에 주입해도 처벌받지 않는다.”라고 꼬집었다.

노 전 회장은 “복지부가 약속했다고 주장하는데, 국민의 생명과 건강이 달린 문제는 정책적으로 결정될 문제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김필건 한의사협회장의 골밀도 진단기 시연에 대해서도 팽팽히 맞섰다.

김필건 회장은 지난 12일 기자회견을 열어 초음파 골밀도 진단기를 시연한 후 한의사에게 의료기기 사용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사협회는 이를 무면허 의료행위라고 지적하고, 의사면허 반납 고려 등 강경 투쟁으로 맞서겠다며 경고했다.

이에 대해 김 이사는 “일본의 헬스클럽에서는 초음파 형식의 기계를 사용하고 있다. 조작도 간단하고 쉽게 측정을 할 수 있는 기계다. 이상수치가 나오면 정확하게 검진하면 된다.”라고 말했다.

김 이사는 “2013년도에 상해 중의학대학 용화병원에서 12개의 논문이 나왔다. 한의계에서도 이런 치료에 대한 부분을 계속 연구하고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라며, “서로 공감대를 넓혀가기 위해서는 같은 의료기기를 써서 서로 대화를 하는 게 좋지 않느냐라는 게 한의계의 생각이다.”라고 언급했다.

김 전 이사는 “한의대에서 의료기기를 사용한 데이터를 보고 이 환자가 어떤 상태인지를 판단하는 공부를 한다. 의료기기를 활용해서 진찰을 할 자격이 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노환규 회장은 “한의협회장은 젊은 20대를 시연했다. 검사결과 수치가 T스코어, Z스코어로 나오는데, 각각 -4.41, -4.3이었다. 이는 어제 검사한 사람이 100만명 중에 골밀도가 뒤에서 여덟번째로 적은 것을 의미한다.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라고 말했다.

노 회장은 “의사였다면 당연히 검사 오류를 의심했을 것이다. 기자회견 후 공개된 동영상을 보니 이유를 알겠더라. 한의협회장이 뼈를 검사해야 하는데 아킬레스건을 검사했다고 말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의협회장은) 어제 시연을 위해 많은 준비를 했을텐데도 불구하고 측정 수치를 해석하지 못했다. 개념 자체가 없는 것이다. 준비한 사람조차 그런 정도이니 지금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하는 것은 환자에게 위해가 된다. 검사 자체의 위해가 문제가 아니라 해석이 위험한 것이다.”라고 거듭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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