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동안 이어졌던 요실금 수술고시 논란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 들었다. 최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이 사기죄로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를 받던 의사 50여명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렸기 때문이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회장 김동석)와 요실금대책위원회(대표 이동욱, 원영석)는 보건당국에 요실금 수술고시 폐지 및 고시로 인해 입은 피해에 대한 정신적ㆍ물질적 피해보상을 요구하겠다는 입장이다. 검찰의 무혐의 결정에 따라 전환점을 맞게 된 가운데, 원영석 공동대표(산부인과의사회 총무이사)와 만나 무혐의 처분의 의미와 요실금대책위의 향후 계획 등을 들어봤다.

김소희 기자: 안녕하세요, 대표님. 최근 요실금 수술고시와 관련해 무혐의 처분이 나왔습니다.

원영석 대표: 안녕하세요, 오랜만입니다. 이번 결과는 7년 만에 이룬 쾌거죠.

김소희 기자: 검찰의 결정서 내용이 궁금합니다.

원영석 대표: 검찰이 사기죄에 대해 불기소 결정을 내렸다는 결정서입니다. 결정서에는 요실금 수술건수를 줄이려는 대형 민간보험사의 의도가 있었고, 요역동학 검사가 의학적인 근거가 없다는 우리의 주장을 모두 인정한다고 나와 있습니다. 아무리 힘을 줘도 120cmH2O 이상이라는 수치가 나올 수 없기 때문에 조작할 필요도 없다는 주장도 인정 받았죠.

특히, 검찰은 ‘의사들이 왜 조작사건에 연루됐을까?’라는 의문을 가졌고, 그 결과 요역동학검사기기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았죠. 요실금 증상이 분명히 있는 환자들임에도 고시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요역동학검사를 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검사기기가 오작동돼 환자들이 보험청구를 할 수 없게 되는 상황이 발생했죠. 환자도 손해고 의사의 양심에도 벗어난다는 이유 때문에 의사들은 할 수 없이 그 기준에 맞추려고 했는데, 이 행위가 조작이 된 겁니다.

김소희 기자: 이번 결정이 있기까지 어떤 점을 지적해 왔나요?

원영석 대표: 요실금 고시로 인해 의사들은 사기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습니다. 환자도 환자대로 쓸 데 없이 검사를 받고 이로 인한 불편함이나 부작용을 감수해야 했고요.

검찰조사를 받은 의사들 15명을 중심으로 요실금대책위원회를 만들고 요실금 고시 자체가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기 때문에 고시가 폐지돼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언론을 통해 요실금 검사의 문제점에 대해 알렸습니다. 복지부가 수술건수를 줄이기 위해 억지로 학문적 근거도 없는 고시를 만듦으로써 의사들이 사기범이 되고 환자들이 고통을 받게 됐다는 점이죠.

김소희 기자: 헌법소원도 하셨죠?

원영석 대표: 네. 이 고시 자체가 인권을 침해하는 요소이자 의사들의 양심에 반하는 기준이 된다는 생각에 헌법소원을 했는데, 기각됐습니다. 미국과 유럽에서 각각 3년 동안 요실금 수술환자를 대상으로 요역동학검사의 필요성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진행한 연구에서 요역동학검사가 필요하지 않다는 결론이 나왔고, 이 논문을 제출할 기회조차 얻지 못한 채 말이죠.

김소희 기자: 힘을 실어줄 만한 다른 연구결과는 없나요?

원영석 대표: 2016년 1월에도 관련 논문이 발표됐습니다. 문진하는 것과 요역동학검사를 하는 것의 차이에 대해 미국에서 진행한 연구결과였는데, 이 연구에서도 검사가 필요하지 않고, 검사를 위해 환자가 부담하는 비용은 결국 사회적 비용이며 이를 1년으로 환산하니 그 규모만 1,300만 달러에서 3,300만 달러에 달한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김소희 기자: 헌법소원은 어쩔 수 없더라도 이번에 나온 논문을 근거로 정부에 다시 한 번 건의해보셨나요?

원영석 대표: 해봤죠. 하지만 심평원은 그래도 기준이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더라고요. 외국에서도 환자의 증상을 통해 의사가 수술여부를 결정하는데 말이죠.

김소희 기자: 기준에 대한 입장이 확고하네요. 실제 진료하고 수술하는 의사들의 생각은 다르잖아요.

원영석 대표: 기준이 없다고 해서 수술건수가 많아지느냐 하면 그것도 아닙니다. 저희 병원만 봐도 요실금 검사를 실시한다고 해서 수술건수가 줄어들지 않았습니다.

요실금이 생사를 결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삶의 질을 저하시키고 우울증을 유발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요실금이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꺼려지고 수술이 무서워서 수술을 하지 않는 거죠. 병원에 오는 환자 대부분이 2~3년 정도 고민을 하다가 옵니다. 어제 온 환자도 더 나이 먹기 전에 왔다고 했어요. 고시 때문에 수술을 꺼리는 게 절대 아닙니다.

김소희 기자: 고시가 제 역할을 못한 거군요?

원영석 대표: 수술건수를 제한하기 위해 고시를 만들었는데, 실상은 그 역할을 하지 못한 거죠. 진짜 요실금 환자만 수술하기 때문에 수술건수가 줄어들 거라고 생각했지만, 오히려 검사에 따른 사회적 비용만 늘었습니다. 의사들의 경우, 검사를 위해 검사기기를 구입해야 했고요.

김소희 기자: 검찰은 의사들의 주장에 일리가 있다고 판단한 거군요. 그 결과, 무혐의 처분이 내려진 거고요?

원영석 대표: 그렇습니다.

김소희 기자: 무혐의 처분 결정 후, 지난 11일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어떤 요구를 한거죠?

원영석 대표: 우선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키고 의사에게 양심에 반하는 행동을 하게 했으며, 불필요한 검사로 환자들에게 피곤함을 준 요실금 고시의 폐지를 요구하는 바 입니다. 또 복지부가 패소에 불복하고 상고해 대법원에 계류 중인 행정소송이 있는데, 복지부는 상고를 취하하고 과징금을 즉시 반환해야 합니다. 돈이 없어 과징금이 아닌 영업정지 처분을 선택한 의사들에 대한 물질적 보상도 필요하고요. 무엇보다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서는 안 됩니다. 따라서 복지부에 사과 및 재발방지 약속을 요구할 생각입니다.

김소희 기자: 보험회사에도 할 말이 있으시죠?

원영석 대표: 이번 사건의 근본적인 원인은 보험회사가 보험상품을 잘못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의학의 발전으로 수술이 간편해지고 수술시간도 짧아지고 부작용도 적어지니까 그 동안 요실금 수술을 받지 않던 환자들이 수술을 받은 것뿐이죠. 그 동안 왜 수술을 하지 않았을까요? 결과가 썩 좋지 않았고, 치료비도 400만원에 달했으며, 입원기간도 길었기 때문입니다. 반면, 지금은 입원이 거의 필요 없고, 보험급여도 적용돼 본인부담금이 40~50만원 정도로 줄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상황에 대한 책임을 환자와 의사에게 전가시키고 있죠. 그들의 사과를 받고 싶습니다.

회원들의 도움요청에도 오히려 요역동학검사를 권장하고 검사기기를 사게 한 전 산부인과의사회 집행부의 사과도요.

김소희 기자: 건보공단에서 요양급여 환수처분을 받았다고 들었는데요. 이 부분에 대한 입장은요?

원영석 대표: 검찰조사가 시작되자 실사를 나오더니, 영업정지 또는 5배수 과징금을 징수하더군요. 복지부는 면허정지 처분을 내렸습니다. 공단도 요양급여 환수통지서를 보냈습니다. 이의신청을 했으나 기각됐죠. 이후에는 이의신청 기간이 지났다고 돌려주지 않았고요.

무혐의 처분이 나온 현재, 공단으로부터 돌려받을 수 있는 방법은 소송이라고 하더군요. 행정소송에서도 승소했고, 검찰로부터 무혐의 처분을 받았으면 알아서 돌려줘야죠.

잘못된 고시 때문에 왜 의사들만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조사를 받고 실사에 따른 영업정지 또는 5배수 과징금 처분을 받아야 하며, 요양급여를 환수 당해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만약 사기죄로 기소유예 이상의 처벌을 받게 됐다면 면허정지 처분까지 나옵니다. 면허정지가 되면 의사로서 할 수 있는 게 없어요.

김소희 기자: 아쉽다거나 안타까웠던 부분은 없었나요?

원영석 대표: 검찰조사를 받는 상황에서 복지부로부터 면허정지 10개월 사전통지서를 받았습니다. 이때 상당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가족을 보는 게 미안했고, 주변의 시선도 따가웠죠.

형법을 보면 무죄추정의 원칙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그러나 의사들에게는 유죄추정의 원칙이 적용되고 있는 것 같아요. 검찰조사가 실시되면 관행적으로 실사를 나오고, 관행적으로 과징금을 부과하죠. 그러다 이번처럼 무죄가 나오면 어떻게 할 건가요? 적어도 재판의 최종결과는 봐야 하지 않나요?

김소희 기자: 유죄추정의 원칙이라는 말이 와 닿네요.

원영석 대표: 정부기관들이 나서서 의사들에게 죄가 있다는 전제 하에 처분을 내리고 환수를 하는 건 말이 되지 않습니다. 우리와 같은 피해자가 더 이상은 없어야죠.

김소희 기자: 그 부분은 앞으로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 같네요. 검찰의 결정이 어떤 의미를 주는지 한 번 더 정리해 주세요.

원영석 대표: 산부인과뿐만 아니라 의사사회 전체에 전환점이 된 사건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보험청구와 관련해 유죄추정을 하지 않는 데 중요한 선례가 될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누명을 벗었다는 점이 기쁘고, 검찰의 소신 있는 결정을 통해 아직 정의가 살아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김소희 기자: 향후 계획이 궁금합니다.

원영석 대표: 복지부에 고시 폐지 및 소송 취하 공문을 보낼 예정입니다. 공단에는 부당하게 환수한 요양급여 반환 요구 공문을 보낼 거고요. 특히, 정부를 상대로 한 위자료 청구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이 고시로 의사들은 정신적ㆍ물질적 피해를 입었습니다. 이에 대해 위자료로 5,000만원을 청구할 생각입니다. 지금 준비 중이고요.

김소희 기자: 앞으로가 정말 더 중요해지겠네요.

원영석 대표: 네. 이번 검찰의 결정은 상징적으로 매우 큰 의미가 있습니다. 그 동안 정부를 상대로 어렵다면서 포기하라는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무혐의 처분을 받았잖아요. 이는 의사들을 옥죄는 잘못된 규제에 대해서도 정부와 싸워 이길 수 있다는 선례가 될 수 있겠죠.

고시 폐지 요구, 요양급여 반환 요구 등의 후속조치를 취한다면 정부도 고시든 법이든 만들 때 더욱 신중해지겠죠.

김소희 기자: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원영석 대표: 감사합니다. 조심히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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