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건 대한한의사협회장이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을 주장하며 기자회견장에서 초음파 골밀도기를 시연한 것이 ‘자충수’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검사결과가 기계 오류가 의심되거나 다른 질환이 의심될 만큼 낮은 수치가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골감소증’으로 진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초음파 골밀도기를 시연중인 김필건 한의협 회장
초음파 골밀도기를 시연중인 김필건 한의협 회장

앞서 김필건 회장은 지난 12일 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한 남성을 상대로 복숭아뼈 골밀도를 측정한 후 진단을 내렸다. 이날 김 회장이 시연한 29세 남성의 복숭아뼈 골밀도 측정값은 T-score -4.41, Z-score -4.30이었다.

김 회장은 아킬레스건을 중심으로 한 골밀도 상태를 확인하는 검사를 했다면서, T-score 수치가 -1.0 이상이면 정상수치이고 -1.0~-2.5일 경우 골감소증 의심, -2.5 이하일 경우 골다공증을 의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이어 “화면에 보면 파란색은 골밀도가 아주 양호한 케이스, 노란 부분은 골밀도가 정상인 케이스, 빨간색은 골밀도가 떨어지는 케이스다.”라며, “환자는 나이가 29살인데, 골밀도 자체가 정상수치에서 많이 떨어져서 골다공증이 나이에 비해서 상당히 진행되고 있는 것을 나타내고 있다. 골수를 보충시키는 약을 사용해서 활용하면 이런 상태를 개선시킬 수 있다.”라고 진단을 내렸다.

하지만 이후 질의응답에서 ‘골감소증’인지 ‘골다공증’인지 확인해 달라는 질의에 김 회장은 “시연한 분은 골감소증으로 봐야 한다. 골다공증은 현재 기기로는 측정할 수 없고, 엑스레이 같은 검사를 해야 한다.”라며, 골감소증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의사들은 29세 남성의 골밀도 검사 결과값은 비정상적인 수치라며, 기계 오류의 가능성이 의심된다고 꼬집었다. 또, 검사결과가 오류가 아니라도 김 회장이 내린 진단은 터무니 없다는 지적이다.

노환규 전 의사협회장
노환규 전 의사협회장

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장은 지난 12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김 회장의 골밀도기 시연에서는 여러 가지 의학적 오류가 발견된다.”라며, “일단 건강한 20대 남성은 골밀도진단기를 사용하는 적응증에 해당되지 않는데 김 회장은 검사를 진행했다.”라고 지적했다.

노환규 전 회장은 이어 “건강한 20대 남성이 초음파를 이용한 골밀도진단기 검사 결과 T-score와 Z-score가 각각 -4.41과 -4.30이 나왔다면 이 수치는 정규분포에서 표준편차를 의미하기 때문에 이는 정규분포에서 어림잡아도 하위 0.05%이내(Z-score 기준으로 정확한 계산에 의하면 0.00000853991, 즉 10만분의 1 미만)에 해당하는 수치다.”라고 말했다.

따라서 이 결과치는 검사오류일 가능성이 매우 큼을 시사하지만, 김 회장은 검사오류일 가능성을 배제했다는 것이다.

또한 노 전 회장은 “만일 검사오류가 아니라고 판단했다면 -4가 넘는 T-score와 Z-score의 결과는 매우 심한 골다공증 상태임을 반영하며, 29세라는 나이를 감안했을 때 다른 원인질환(스테로이드 복용, 콩팥질환, 부갑상선항진증, 다발성 골수종 및 혈액암 등 다양한 원인)으로 인한 2차 골다공증일 가능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이에 대한 검사가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김 회장은 T-score가 -2.5이내일 때에 해당하는 단순한 골감소증이라는 진단을 내렸다는 것이다.

노 전 회장은 아울러 “골다공증의 치료방법 중 골수보충치료라는 것은 없는데 김 회장은 골수보충치료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라며, “이외에도 초음파를 이용한 골밀도 검사는 발 뒷꿈치 뼈인 종골(calcaneus)을 대상으로 하는 검사인데, 김 회장은 ‘발목 뒷쪽 아킬레스건을 중심으로 한 골밀도 상태를 확인하는 검사를 했다’라고 밝혔다. 골밀도 검사는 뼈를 대상으로 하는 검사이다.”라고 꼬집었다.

노 전 회장은 “골다공증을 진단하고 골절위험을 예측하기 위해 골밀도 검사가 더욱 빈번하게 시행되고 있지만 측정및 결과 해석방법의 다양해 ‘국제임상골밀도학회(The International Society for Clinical Densitometry, ISCD)’가 매년 골밀도 검사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낼 정도로 골밀도 검사는 간단하지 않은 검사다.”라며, “그러나 김 회장은 ‘이게 보셔서 아시겠지만 무슨 어려운 게 있습니까.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내용 아닙니까’라고 주장했다.”라고 비판했다.

노 전 회장은 “적어도 공식석상에서 흉내라도 내려면 최소한 ‘국제임상골밀도학회’에서 매년 발표하는 지침을 읽어보고 나왔어야 하지 않나. 하지만 해석이 어려웠을 것이다.”라며, “언론 앞에서 공개시연을 하기 위해 많은 준비를 한 김 회장이 이 정도 수준이라면, 다른 한의사들의 수준이 어떠할지 가늠할 수 있다. 한의사들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반대하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노 전 회장은 “이 같은 지적은 내과 전문의가 아닌, 골밀도검사를 하지 않는 흉부외과 전문의가 한 것이다. 저는 골밀도에 대한 초보적 수준의 지식만을 갖고 있고 그래서 골밀도 진단기를 보유하거나 사용하지 않는다.”라며, “하지만 이 정도 오류는 찾아낼 수 있을 정도의 지식은 갖고 있고 이는 의사들에게 상식이다. 의학, 한의사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그리 간단한 것이 아니다.”라고 일침했다.

의사 포털에서도 김필건 회장의 골밀도기 시연은 화제가 됐다.

한 의사는 “젊은 남자의 T-score가 -4.4로 나오면 일단은 검사 오류를 먼저 의심해 봐야 하고, 재검해도 그렇게 나오면 내분비 대사이상 등 여러가지 요인을 고려해 보는게 우선이다.”라고 지적했고, 다른 의사도 “젊은 남자가 -4.4면 우선 기계 오류를 생각해야 한다. 아니면 호르몬에 이상이 있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김 회장이 골수를 보충시키는 약을 활용해야 한다고 진단을 내린 것은 한약을 처방하려는 것이라는 비판도 쏟아졌다.

특히 이는 그 동안 의사들이 우려한 부분으로, 한의사들이 의료기기를 사용하려는 저의를 드러낸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외에도 ‘한의협 회장이 엄청난 자충수를 뒀다’, ‘기계에서 자동으로 나오는 수치조차 제대로 해석하지 못하는데 혈액검사 수치는 어떻게 할 것인가. 이번 건은 분위기 반전의 좋은 기회다’, ‘우리 간호조무사에게 젊은 남자가 -4.4 나오면 어떤거냐 물어봤더니 처음 본다며 좀 이상하단다. 매우 심한 골다공증이고 약먹어야 한단다. 차라리 조무사가 더 많이 아네’라는 등의 반응이 나왔다.

김 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복지부가 1월까지 이 문제를 완료하지 않을 경우 복지부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하겠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김 회장은 골밀도기를 시연하며 “이런 기본적인 기계를 사용하는 것조차 복지부는 의료계의 눈치를 보며 막고 있다.”라며, “제가 방금 이 의료기기를 사용했으니 복지부는 저부터 잡아가라. 제가 잡혀가고 재판을 겪으며 이 문제의 부조리함과 복지부의 직무유기를 알리겠다.”라고 천명했다.

김 회장은 골밀도기 시연 후에는 “보면 알겠지만 이게 무슨 어려운 내용이 있나.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내용 아닌가.”라며, “한의사가 이런 것을 사용하겠다고 하는데 복지부, 의사협회가 한의사를 고발한다. 지금도 동료 한의사가 헌법재판소에서 관련 소송중이다.”라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한의사가 환자를 치료함에 있어서 과학적으로 진단하기 위해 수치로 치료하고 결과를 내겠다는데 그걸 누가 감히 해라, 하지 말아라 할 것인가. 오히려 그런 일이 막히고 있다면 열어줘야 하는 것이 복지부의 임무 아닌가.”라고 거듭 비판했다.

한편, 의료계는 이날 기자회견의 문제점을 꼬집으며, 고발까지 강행하기도 했다.

의료혁신투쟁위원회(이하 의혁투, 공동대표 정성균ㆍ최대집)는 김 회장의 골밀도기 시연과 관련, 무면허 의료행위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최대집 의혁투 대표
최대집 의혁투 대표

최대집 대표는 12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한의사의 의료기기 허용은 의료법상 의료인 면허제도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것으로 도저히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다.”라며, “김필건 회장이 그런 주장을 하는 것도 모자라 공개적인 기자회견 자리에서 의료법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무면허 의료행위를 행한 것은 대단히 충격적이고 아주 사악한 행위다.”라고 비판했다.

최대집 대표는 또, “김필건 회장의 사전에 무면허 의료행위를 모의했고, 공개적인 법 질서를 파괴하는 등, 죄질의 중대함을 고려할 때 구속수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라며, 엄중한 처벌을 촉구했다.

대한의사협회와 전국의사총연합도 이날 성명을 내어 한의협의 기자회견을 맹비판했다.

의사협회는 “골밀도 측정기를 시연하며 한의사가 기계 조작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한 김필건 회장은 보건의료인으로서의 기본 소양과 양심이 과연 있는지 묻고 싶다.”라며, “단순히 기계 값을 읽을 수 있다는 것과, 의학적 분석 및 소견을 통해 이를 치료하는 문제는 전혀 차원이 다르다는 사실을 의료인은 물론 일반 국민들도 잘 알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의협은 “측정 대상으로 삼은 29세 남성의 골밀도 수치가 떨어진 원인이 무엇인지 한의사회장은 의학적 근거에 기반해 명확히 답할 수 있는가.”라고 묻고, “한의사들은 측정치에 대한 잘못된 판독이나 부정확한 해석이 잘못된 치료결과로 이어져 국민건강에 치명적 위해를 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외면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의협은 “한의사가 의료기기를 사용하려는 이유는 의료기기를 통한 각종검사 결과를 자의적으로 해석해 한방의료행위를 증가시키고자 하는 직역이기주의적 의도가 숨어있다. 실제로 한의사가 골밀도 측정기를 이용해 성장판이 조기에 닫힐 위험이 있다고 거짓 주장을 하며 고가의 한약을 팔아 이익을 챙김으로써 결국 의료법 위반으로 처벌까지 받은 사례가 있다.”라며, “엉터리 시연 후 당위성을 주장하는 막무가내식 한의협의 행태를 국민 앞에 석고대죄하라.”고 촉구했다.

성장클리닉 전문한의원에서 초음파 방식 골밀도검사기기를 사용하는 모습
성장클리닉 전문한의원에서 초음파 방식 골밀도검사기기를 사용하는 모습

전의총은 지난 2012년 당시 모 종편 방송에서 한의사들의 초음파 골밀도기 사용의 문제점을 고발한 사실을 지적했다. 이날 김 회장이 시연한 것과 같은 기기다.

전의총은 “초음파 골밀도기에서 나오는 결과 중 BMC, BMD라는 지표는 뼈가 성장하고 뼈가 굳은 지표를 의미하며 나이에 따라 달라지며 성장판하고 전혀 무관한데, 당시 방송에 나온 한의사들은 키가 작아서 고민인 아이들에게 이 자료를 제시하면서 엉뚱하게 성장판이 닫혔다고 거짓말을 하며 비싼 한약을 팔았다.”라고 비판했다.

또한 지난 2011년 이런 한의원 수십 곳에 대한 고발이 진행됐으며, 헌법재판소까지 가서 형이 확정됐다는 설명이다.

전의총은 “결국 한의사들이 골밀도 초음파 같은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하겠다는 것은 현대의료기기 결과의 자의적인 해석을 통해서 한약을 잘 팔기 위해 포장하기 위한 것일 뿐이다.”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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