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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된 밥에 재뿌리는 한의사협회
최미라 기자 / 헬스포커스뉴스 | 승인2016.01.05 6:6

공론화 된 지 18년만에 법제화를 눈 앞에 두고 있던 일명 ‘웰다잉법’이 한의사들의 딴지로 사실상 마지막 관문에서 제동이 걸렸다.

그 동안 의견 한 번 개진하지 않다가 이제 와서 한의사도 연명의료 중단 결정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나선 한의사협회 때문에 공청회와 상임위인 보건복지위원회까지 통과한 ‘호스피스ㆍ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안(이하 연명의료법)’은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한의협의 주장을 그대로 옮긴 일부 법사위원들의 지적으로 연명의료법은 지난달 30일 열린 법사위에서 통과되지 못함에 따라 다음 날 본회의 가결도 실패했다.

이 법은 임종에 임박한 환자가 자신의 뜻을 문서로 남겼거나 가족 2명 이상이 평소 환자의 뜻이라고 진술하면 의사 2명의 확인을 거쳐 연명 치료를 중단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연명의료 중단이란 임종 단계 환자에게 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 혈액 투석, 항암제 투여 등 네 가지 연명행위를 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법사위에서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이 한의사가 연명의료 중단 결정에 참여하고 연명의료계획서 및 호스피스ㆍ완화의료 소견서를 작성할 수 있어야 하며, 연명의료 종류에 한의학적 시술을 포함해야 한다며 제동을 걸었다. 이는 상임위에서 이 법이 논의될 때부터 한의협의 주장해 온 내용이다.

하지만 현대의료기기와 약물을 사용해야 하는 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 혈액 투석, 항암제 투여 등 네 가지 연명행위는 현행 의료법상으로도 한의사가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정진엽 보건복지부장관도 상임위와 법사위 논의 과정에서 한의사들은 지금도 일반 연명의료는 제공할 수 있으며, 다만, 심폐소생술, 혈액투석, 인공호흡기 사용 등 현재에도 한의사가 할 수 없는 내용인 특수 연명의료를 의사만 하도록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즉, 연명의료법은 한의사들이 지금 하고 있는 어떤 행위들을 못 하도록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도 할 수 없는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하는 의료행위들을 못 하게 하는 당연한 내용을 명시한 것 뿐이다.

게다가 한의사 포함 여부 문제는 이미 공청회와 상임위에서 거론된 내용으로, 주무부처와 전문가들의 논의 끝에 결론을 내린 사안이다.

이처럼 상임위가 제출한 법률안에 대해 법사위가 법률안의 체계, 형식, 자구 심사가 아닌 내용을 수정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월권 논란에서도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과거에도 김영란법과 담뱃값 경고그림법 등의 논의 당시 비슷한 일이 벌어져 법사위가 국회 상임위 중심주의를 파괴하고 있으며, 이런 식으로 법사위가 법률안 내용까지 심의하고 수정한다면 상임위가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특히 이번에 문제를 제기한 법사위의 김진태 의원(새누리당)의 경우 지역구가 강원도 춘천으로, 강원 지역을 기반으로 삼고 있는 김필건 한의협회장을 의식한 지역구 챙기기라는 의혹도 제기된다.

또한 지난 1997년 보라매병원 사건 이후 연명의료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는 동안 단 한 차례도 의견 개진을 하지 않다가, 이제 와서야 갑자기 딴지를 거는 한의협의 저의도 의심된다.

일각에서는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위한 물밑작업이거나, 연명의료 계획 및 중단 결정과정에서 생기는 진료비 등의 수익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의협이 진정으로 임종에 임박한 환자들의 웰다잉과 가족들의 아픔을 덜어주기를 원한다면 딴지 걸기를 멈춰야 한다. 사회적으로 오랜 시간 논의해 온 결과물인 연명의료법이 특정 직역의 집단 이기주의로 무산된다면 그 책임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최미라 기자  mil072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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