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인들은 현재 ‘리베이트 쌍벌제’, ‘아동청소년성보호에 관한 법률’ 등에 따라 의사면허자격정지나 의료기관 개설 및 취업 제한 등의 처분을 받고 있다. 의료계는 이러한 법률들이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의료제도나 관련 법안을 모르는 제3자에게는 의료인들의 목소리가 밥그릇 싸움으로 보이는 경우가 많다. 법조계에서도 의료인들이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도록 의료제도가 개선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의사협회 법제이사를 지낸 법무법인 청파의 장성환 변호사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김소희 기자: 안녕하세요, 변호사님.

장성환 변호사: 네, 반갑습니다.

김소희 기자: 우선 변호사님에 대한 질문이 있습니다. 물리학을 전공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변호사가 된 이유가 궁금합니다.

장성환 변호사: 제가 사법시험을 볼 때, 법대생이 아닌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물리학과를 졸업한 후 학생을 가르치거나 연구를 할 수도 있었지만, 고민하다 사법시험을 준비하게 됐죠. 4학년 때 일반과목으로 법대 수업을 들으며 공부하다가, 졸업하고 본격적으로 준비했습니다. 졸업하고 약 2년 반 후인 1998년 사법시험에 합격했죠.

김소희 기자: 의대 출신이 아닌데, 의료계에 발을 들인 계기가 궁금합니다.

장성환 변호사: 의료문제를 생각하는 변호사 모임이 있습니다. 이 모임에 가입한 변호사도 많고요. 의사였다면 관련 지식이 더 많긴 하겠죠. 그렇다고 해서 꼭 의대 출신이나 의사면허가 있는 사람만 의료문제에 관심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저도 의료문제에 관심이 있었습니다. 외부에서 의료사건을 담당해 왔고요. 이후 의료계가 어떤 곳인지, 의료제도는 어떤지 등을 외부에서 보다가 2011년에 의료제도에 대해 공부하게 됐습니다.

김소희 기자: 2011년에 무슨 일이 있었나요?

장성환 변호사: 의료제도의 본질적인 부분을 보니 많은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죠. 공부를 하면서 관심이 더 생긴 거예요. 그러다 2012년 전국의사총연합과 대한의원협회의 법제이사를 맡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의료계에 입문하게 됐습니다. 이후 2013년에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 최고위 과정도 수료했고요.

김소희 기자: 내부에 들어와 보니 어땠나요?

장성환 변호사: 무엇보다 저변을 넓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의료제도가 안고 있는 문제가 많은데, 법조계나 언론 모두 모르더라고요. 실제로 의료계에 관심이 있는 변호사들과 만나 이야기 할 때 의료제도에 대해 말을 하면 다들 의아해 했습니다.

김소희 기자: 대표적인 예를 들자면요?

장성환 변호사: 아청법입니다. 다른 변호사들은 아청법에 대해 의료인이 성범죄 사건에 연루되면 문제가 된다 또는 의료기관과 관련 있다 정도로만 생각하더군요. 성인대상 성범죄에 연루돼도 10년 동안 의료기관 개설이나 취업이 제한된다는 것을 전혀 모르더군요. 이 사실을 말해주니 말도 안 된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내부의 의료인들도 피상적으로만 알 뿐, 아청법에 어떤 조항이 있는지 잘 모릅니다. 2015년 8월 아청법 등과 관련해 의료인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한 적이 있는데, 이때 의료인들도 문제가 있다고만 지적할 뿐 어떤 부분이 문제가 있는지 제대로 모른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객관성과 전문성을 갖춘 누군가 나서서 문제점을 지적하고 이에 대해 알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의료제도가 개선될 수 있으니까요.

김소희 기자: 그래서 변호사님께서 의료문제에 대해 더 관심을 갖게 됐고, 문제들을 외부에 알리려고 하는 거군요? 의료문제와 관련한 사건의 변호도 담당하고 있고요.

장성환 변호사: 네. 논리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는지 외부에 알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김소희 기자: 리베이트와 관련한 제도에 대해서는 어떤지요?

장성환 변호사: 리베이트 사건의 경우, 무엇보다 헌법의 대원칙이자 법 이론의 기본원칙, 가장 중요한 원리인 죄형법정주의를 따라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죄형법정주의는 죄와 형벌은 법에 의해 정해진다는 의미입니다.

벌금에 자격정지까지 불이익이 있는 조항이라면 무엇보다 엄격하게 해석돼야 합니다. 어떤 업체를 통해 리베이트를 주는 것인지 인식하고 이를 수용했다는 것을 확실하게 입증했다면 처벌할 수 있는 거죠.

김소희 기자: 좀 더 설명해주세요.

장성환 변호사: 최근 리베이트 처벌과 관련해 제3자의 경제이익제공금지법이 이슈가 됐습니다. 법률제안 이유를 보면 현재 법률로 CSO, 컨설팅, 마케팅 회사 등을 통해 리베이트를 받은 사람을 처벌할 수 없다고 나와 있습니다. 하지만 법제사법위원회에서는 현행법만으로도 처벌이 가능하다며 CSO 등에 대한 내용이 제외됐습니다.

이는 리베이트 처벌에 대한 법률이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현재 이러한 명확하지 않은 법률 때문에 많은 의료인들이 처벌을 받고 있죠. 죄형법정주의에 근거한 처벌이 아닌 리베이트 방지라는 필요에 의해 처벌이 내려지고 있습니다. 미필적 고의, 인식 있는 과실 등 애매한 표현으로 엄격하게 인정해야 하는 고의를 섣불리 인정한 거죠.

교통사고 등 과실치사상, 과실방화 등을 제외하고 확실히 처벌할 만큼 고의가 있었는지 입증된 경우에만 처벌이 가능한데도 말이죠. 심지어 동아제약 사건의 경우 이OO 과장이 법률 자문을 받은 합법적인 방법이라고 해서 강의에 참여했는데, 이걸 미필적으로라도 고의가 있었다고 볼 수 있는지 의문입니다.

김소희 기자: 해당 사건의 경우 현재 대법원에 상소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장성환 변호사: 대법원의 명확한 판단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김소희 기자: 리베이트 사건 외에도 의료정보유출 사건의 민사소송도 담당하고 있죠?

장성환 변호사: 네. 일단 약학정보원과 대한약사회, IMS헬스코리아는 계속해서 암호화했기 때문에 개인정보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개인정보보호법의 취지를 생각한다면 정말 말도 안 되는 주장이죠. 암호화는 보안조치를 얼마나 했는지의 문제이지 이게 개인정보를 보호했다고 할 수 없습니다. 이 정보로 인해 특정 개인이 식별되느냐가 쟁점입니다. 치환을 했다고 해도 단순 방식으로 아무런 의미가 없죠.

김소희 기자: 생각보다 사건이 더디게 진행되는 거 같습니다.

장성환 변호사: 형사사건의 경우, 검찰이 정식재판에 넘길 때 공소장만 제출하고 그 외 증거에 대해서는 피고가 동의를 해야만 재판부에 제출할 수 있습니다. 부동의하면 증거능력이 부여되지 않고, 그 부분에 대해 증인을 소환해 입증해야 하죠.

그런데 이번 사건의 피고들이 모든 부분에 대해 부동의하니까 증거자체를 수집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죠. 증인만 81명에 달해 증거능력이 부여될 때까지 시간이 필요한 게 사실입니다. 현재는 IMS가 포함되지 않은 형사사건의 증거자료만 입수한 상황입니다.

김소희 기자: 그럼 언제쯤 진행이 될까요?

장성환 변호사: 형사 사건과 상관 없이 민사 사건은 속도가 붙을 것 같습니다. 오는 1월 25일 특별기일에 양측 변호인들의 프리젠테이션이 있을 예정입니다.

김소희 기자: 아청법부터 리베이트, 의료정보유출 사건까지 말씀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장성환 변호사: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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