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의료인이 고령의 은퇴의사, 개원 자금이 없는 의사와 약사 등을 고용하거나, 사단법인ㆍ생활협동조합 등 비영리법인의 명의를 빌려 불법으로 의료기관을 개설ㆍ운영하는 이른바 ‘사무장병원’이 날로 진화하고 있다. 실제로 비의료인이 의료인을 고용하는 형태의 전통적인 방식에서 벗어난 유형들이 매우 많아 대응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리고, 이로 인한 피해를 국민과 선량한 의사들이 고스란히 받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법무지원실 김준래 변호사(선임전문연구위원ㆍ1급)를 만나 올해 보건의료계의 주요 판결과 사무장병원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조성우 기자: 변호사님 안녕하세요.

김준래 변호사: 네, 반갑습니다. 오랜만이네요.

조성우 기자: 올해도 보건의료계를 둘러싼 다양한 소송이 진행됐는데요. 올해 나온 주요 판결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김준래 변호사: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법원이 네트워크병원에 대해 민사책임을 인정한 것이에요. 기존에는 국민건강보험법상 책임(행정책임)만 인정했는데 올해 민법에 의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판결이 처음으로 나왔어요.

조성우 기자: 판결의 의미에 대해 설명해 주세요.

김준래 변호사: 앞으로 네트워크병원 사장(실질적으로 배후에 숨어 돈을 받는 사람)에 대해서는 이 판결이 적용돼요. 기존 행정처분은 개설명의자(형식상 겉으로 드러난 사람)를 대상으로 내려졌었죠.

그런데, 사실 개설명의자는 월급을 받고 생활하는 사람이거든요. 진짜 돈 있는 사람은 배후에 있는 사장이에요. 배후에 있는 사장에 대해 판결을 청구할 수 있다는 큰 기초가 되는 판결이에요. 사무장병원 소송과 관련해 중요한 영역이 새로 생긴 것이죠.

조성우 기자: 사무장병원과 관련된 주요 판결이 또 있나요?

김준래 변호사: 네, 기존에는 의료인이 비의료인에게 고용되는 것은 의료법 위반에만 해당됐었어요. 그런데 지난 2013년 의료법 위반은 물론이고 더 나아가서 사기죄까지 해당된다는 판결이 나왔어요. 이와 관련해 의료인들 사이에서는 너무 억울하다는 이야기가 있었어요.

조성우 기자: 무슨 내용이었나요?

김준래 변호사: 비의료인에게 고용되면 안 되는 것은 어렴풋이 알고 있었지만 개설이 안 되는 기관을 개설해 건보공단을 속여 비용을 받는다는 정도까지는 생각을 못했다는 것이에요.

그래서 사기죄는 아니라는 이야기를 했어요. 지금까지는 사기죄를 인정하는 판결이 나오기도 하고, 인정하지 않는 판결도 나오고 그랬어요. 그런데 올해 사기죄를 인정하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어요. 사실상 정리가 된 것이에요.

현재 건보공단을 속여 받은 금액이 5억원 이상일 경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에 관한 법률이 적용되고 있어요. 특경법은 사기죄가 해당이 돼야 적용되는 것이에요.

이번에 사기죄가 된다는 판결이 나왔기 때문에 이제는 논란의 여지가 없어졌어요. 보건의료에 대해서는 법원에서 엄격한 것 같아요. 온 국민에게 다 적용이 되니까 편법을 쓰지 말라는 취지인 것 같아요.

조성우 기자: 올해 헌법재판소에서 사무장병원과 관련된 판결이 나왔죠?

김준래 변호사: 네, 사무장병원에 대해 헌법재판소에서 이례적으로 판결이 나왔어요. 건보공단이 사무장병원에 대해 환수하는 근거인 건강보험법 57조1항이 합헌이라는 판결을 냈어요.

조성우 기자: 세부 판결 내용은요?

김준래 변호사: 벌금만으로는 부족하고 건강보험재정 확보나 공적 목적 달성을 위해서는 환수처분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판결이에요. 대단히 중요한 판결이고 실제 실무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어요.

개인적으로도 올해 가장 기억에 남는 판결 중 하나인 것 같아요. 대법원에 이어 헌법재판소도 사무장병원에 대해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는 것이 매우 의미가 있다고 봐요.

조성우 기자: 의료기관 개설제한 위반 유형이 날로 진화하면서 의료인들도 혼란스러울 것 같은데요.

김준래 변호사: 개설 전에 법률전문가에게 조언을 구하는 것이 가장 좋겠죠. 가급적이면 보건의료 전문 변호사에게 가는 것이 좋을 것으로 생각해요.

한 번은 개설을 앞둔 의사분의 전화를 받았어요. 다음 주에 개설을 하는데 미리 물어보고 싶어서 전화를 했다고 하더군요. 제가 들어보니까 개설기준 위반이었어요.

그래서 말씀을 드렸더니 가슴을 쓸어 내리면서 전화하길 잘했다고 말하더군요. 개설기준 위반은 환수금액이 워낙 크기 때문에 정말 주의를 기울여야 해요.

조성우 기자: 의료인이 개설제한 위반이나 사무장병원 여부를 사전에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김준래 변호사: 일단, 법인의 경우에는 법인 등기부 등본을 떼보면 개설자가 누구인지 알 수 있어요. 그나마 의료인이라면 신뢰가 가는데 비의료인이라면 아무래도 조심을 해야겠죠.

이미 입사를 했더라도 분위기 등을 보면 알 수 있어요. 예를 들어, 입사할 때 비의료인이 같이 앉아서 면접을 본다거나 병원 행사도 비의료인이 주도적으로 한다거나 하는 경우에는 주의가 필요해요.

특히, 법인 같은 경우에는 눈에 잘 안 띄어서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있어요. 법인은 법인의 수익금이 다 법인으로 귀속돼야 해요. 그리고 그 수익금을 운용하려면 이사회의 의결로 정해서 사용해야 해요.

그런데 제대로 된 법인이 아닌 경우에는 1인이 다 주먹구구식으로 운용하죠. 수익을 본인의 통장으로 다 옮기거나 목적사업, 투자여부 등을 오너가 일방적으로 정하는 거죠.

또, 병원 운영이 어려우면 사비로 투자를 하기도 해요. 자신이 월급쟁이라면 그렇게 할 이유가 전혀 없는 것이죠. 법인인 경우는 눈에 잘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조심해야 해요. 특히, 비영리법인의 위반사항 적발 건이 상대적으로 많으니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어요.

조성우 기자: 사무장병원 문제와 관련해 의사들에게 조언 한마디 해주세요.

김준래 변호사: 미리 조심했으면 좋겠어요. 일선에서 보면 정말 많이 안타까워요. 저는 건보공단 변호사이기 때문에 법원에서는 반대편에 서게 되죠. 사전에 그런 길로 들어서지 않도록 조심하는 것이 필요해요.

돌다리도 두드려보는 마음으로 안전성을 확보하면서 일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의사협회 등 협회의 도움이나 자문을 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조성우 기자: 네, 오늘 인터뷰 감사합니다.

김준래 변호사: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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