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무진 의사협회장이 말하는 ‘집행부의 의지’란 무엇을 가리키는 걸까? 추무진 회장의 면전에서 듣고도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데 멀리 떨어져 있는 회원들은 오죽할까.

추무진 회장은 지난 23일 의사협회 대변인 정례 브리핑에 참석해 정부가 한의사에게 허용하는 현대의료기기 리스트를 일방적으로 발표하면 자신을 비롯한 모든 회원이 강력하게 저지 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추 회장은 한의사의 현대 의료기기 사용을 저지하는 것이 ‘집행부의 의지’라며, 이를 회원들과 복지부에 전달해 달라고 요청했다.

회원들이 궁금해 하는 것은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를 저지하기 위해 집행부가 어떤 행동에 나서느냐다. 때문에 추 회장이 정말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저지할 의지가 있다면,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추 회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의료현안 협의체 탈퇴 선언이나, 의료일원화 논의 전면 중단 선언, 또는투쟁 로드맵 발표 등 집행부의 의지를 내보이는 카드를 준비했어야 했다.

하지만 그는 의료현안 협의체에 대해서는 탈퇴가 아닌 필요성을 강조했고, 의료일원화 논의에 대해서도 전면 중단보다 유보 입장을 밝혔을 뿐이다. 구체적인 투쟁 방안은 비상대책위원회와 함께 로드맵을 구상중이라는 말로 대신했다.

이날 그의 발언은 “나를 믿어 달라.”는 하소연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현실은 녹록지 않아 보인다. 복지부의 현대의료기기 리스트 발표가 임박했다는 소문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공중파에서조차 이를 보도하고 있다. 방송보도가 사실이든 아니든 이런 흐름이 이어진다면 한의사 현대의료기기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질 판이다.

이제는 추 회장이 방어적 자세를 버리고, 공세적 자세로 전환해야 한다.

예를 들어, 의료현안 협의체를 탈퇴하겠다고 선언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복지부는 리스트 발표 임박설이 돌면서 의료계가 술렁이자 이를 극구 부인한 바 있다.

의료현안 협의체에 참석해 온 복지부 실무자는 “발표할 게 있어야 발표할 것 아닌가. 그런 부분은 전혀 준비하고 있지 않다.”라고 리스트의 존재를 부인했다.

특히, 이 실무자는 “한 단체라도 반대하면 진행할 수 없다.”라며, “좋은 결과가 나올 때까지 협의를 계속 진행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이는 의협이 의료현안 협의체를 탈퇴하면, 합의문이 발표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한의사에게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허용하는데 눈이 먼 복지부가 일방적으로 리스트를 발표할 수는 있지만, 이럴 경우 합의문과는 성격이 다른 일방적인 발표가 되므로 의협이 여론의 우위를 점할 수 있다.

추무진 회장은 지난 2014년 12월 30일에도 정부가 보건의료 기요틴 정책을 포기하지 않으면 강력한 투쟁에 나서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꼬박 일년이 지났지만 정부는 여전히 기요틴 정책을 추진하고 있고, 추 회장은 여전히 경고만 날리고 있다.

복지부가 리스트를 발표하면 투쟁에 나서겠다는 말로는 집행부의 의지가 느껴지지 않는다. 지금은 집행부의 의지를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줘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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