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상임위를 통과한 일명 ‘의료인 폭행방지법’인 의료법 개정안이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발목이 잡혀 또 의결되지 못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위원장 이상민)는 2일 전체회의를 열어 의료법 등 15건의 보건복지위원회 소관 법률안을 상정해 논의를 진행했지만, 위원들의 지적이 제기된 의료법과 검역법은 제2소위로 회부하고 나머지 13건만 가결했다.

이날 법사위원들은 의료법 개정안 중 의료인 폭행 또는 협박금지 조항에 대해서는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지만, ▲미용목적 성형광고 치료전후 비교사진 광고 금지 및 영화상영관 미용 성형광고 일체 금지 ▲의료인 명찰패용 의무화 등이 논란이 되며 제2소위에서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법사위 전문위원실은 ‘미용목적 성형광고 치료전후 비교사진 광고 금지 및 영화상영관 미용 성형광고 일체 금지’ 조항과 관련, “위반시 행정처분 및 형벌을 부과하는 내용으로 형벌의 근거규정인데, 의료법 규정에 미용목적 사항에 대한 명시적인 규정이 없어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반한다.”라고 지적했다.

또, 형평성 및 평등원칙 위반 소지가 있으며, 과잉금지 원칙과 관련해 사전심의대상에 포함시키거나 기존 금지광고규정에서도 규제가 가능하다는 점에 비춰보면 보다 덜 제약적 방법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것만 금지하거나 일정장소를 금지하는 것은 최소침해성 원칙에도 위배될 우려가 있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법사위원들의 의견은 엇갈렸다. 전문위원실의 지적처럼 법리적인 문제가 많으니 소위에서 심도있게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과, 이 법안은 의료현장의 특수성을 고려하고 해당 상임위와 의료현장에서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으니 통과시켜줘야 한다는 의견이 맞선 것이다. 

임내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미용목적 성형광고 금지규정은 전문위원실 지적대로 죄형법정주의 및 형평성, 평등원칙 등의 문제가 있는만큼 소위에서 심도있게 논의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 역시 “이렇게 문제가 많은 법이 어떻게 해당 소위를 통과했는지 이해가 안 간다.”라며, “하나하나 법률에 명시하며 사진은 올리지 말라? 의료인 명찰패용을 의무화하라? 무슨 국민을 전부 초등학생으로 아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심층적인 헌법 합치여부를 판단할 필요가 있다.”면서, 소위로 넘길 것을 주장했다.

같은 당 홍일표 의원도 “법을 만들때는 이의가 제기됐을 때 해석상 이론의 여지가 없도록 명확하게 만들어야 하는데 법조인의 시각에서 보면 애매한 구석이 많아 보인다.”라며, “이 법의 취지와 통과시킨 상임위의 뜻도 이해는 되지만, 좀 검토할 필요 있다. 소위에서 논의하자.”라고 거들었다.

김용남 새누리당 의원은 “이 법은 미용성형광고 일체를 금지하는 내용인데, 미용성형광고의 개념 자체가 매우 모호할 뿐 아니라 지금도 일정 부분 금지돼 있는데 소위 블로그 등의 형태로 실질적으로는 이뤄지고 있다.”라며, “법에 일체의 광고를 금지하면 오히려 편법수단 광고 활성화 우려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또, “새벽에 여야 합의가 된 국제의료사업지원법의 중요한 부분이 미용성형과 관련한 해외의료관광객 유치인데, 이 법안은 소위 트렌드와도 맞지 않는 것 같다. 소위로 넘겨 보다 심층적으로 논의하자.”라고 주장했다.  

반면, 전해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법리적으로 문제제기를 할 수는 있겠지만, 그것이 그 동안 상임위 논의나 의료현장의 실태를 정확히 반영하고 있지는 않다고 생각한다.”라며, “이미 정부가 지난 2월부터 ‘수술환자 권리범위 안전관리 대책’에 의해 광고규제를 일부 하고 있다는 점에서 새삼스럽게 규제한다고 지적하는 것은 옳지 않다.”라고 강조했다.

전 의원은 이어 “의료광고심의위원회에서 수술 전후 사진 등에 관한 광고를 금지하고 있는데, 홈페이지나 SNS 등 다른 매체에서는 금지하지 않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뜻이며, 대한성형외과의사회에서도 이 부분의 제한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상황이다.”라며, “그런데 그냥 일반적인 기준만 이야기하는 것은 소위 논의과정을 지나치게 무시하는 결과다. 바로 소위로 가는 것은 검토해야 한다.”라고 반박했다.

같은 당 서영교 의원 역시 “성형전후 비교사진 금지는 의료계가 오히려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이미 상임위에서 충분히 논의한 부분이다.”라며, “소비자를 오인ㆍ현혹시킬 우려가 있는 미용성형광고는 좀 정리해 줘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서 의원은 의료인 명찰 패용 의무화와 관련해서도 “대학병원에 가면 모든 의사들이 명찰을 착용하고 있고, 담당분야까지 다 써있어 안전하지만, 성형외과 등에서는 비의사가 의사 가운을 입고 견적 등을 흥정한다.”라며, “환자들이 의사인지 확인할 수 있는 명찰 패용은 꼭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법사위원들의 논쟁에 방문규 보건복지부차관은 “미용성형광고 금지 규정에 대해 상임위에서 많은 논의가 있었고, 여야가 합의해서 처리했다.”라며, “특히 치료 전후 비교사진을 금지하는 것에 대해 가장 우려하는 곳이 의료서비스 공급자들이라고 생각할텐데, 의협, 치협, 한의협도 이런 규제에 대해 찬성한다는 입장이다.”라고 강조하며 법안 통과를 당부했다.

하지만 이상민 위원장은 “상당수 위원들이 소위로 회부하자고 주장하는 상황이니 2소위에서 다듬어서 통과시키자.”라며, 의료법을 제외하고 가결시켰다. 

한편, 앞서 보건복지위원회는 지난 5월 1일 의료행위가 이뤄지는 장소에서 의료행위를 행하는 의료인 또는 진료를 받는 사람을 폭행ㆍ협박해서는 안 되고, 이를 위반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내의 벌금에 처하는 의료인 폭행방지법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이 법은 법사위에서 우선순위에 밀리며 5월, 6월, 7월, 8월 국회에서 모두 논의되지 못했으며 그 사이 의료인 폭행사건이 끊이지 않아 의료계가 제정 필요성을 거듭 주장해 왔다.

법사위는 3일 법안심사2소위에서 의료법과 검역법을 상세히 논의할 예정이며, 오는 9일 본회의 전에 전체회의를 열어 소위를 통과한 법안들을 처리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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