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무진 회장이 취임 7개월여 만에 첫 위기에 직면했다. 시도의사회장협의회에서 리더십을 보여달라고 공개요청을 하는가 싶더니, 급기야 지역의사회에서 불신임을 경고하는 성명서까지 발표했다. 또, 최근 열린 전 시도의사회장 모임에서도 추무진 회장에 대한 성토가 이어졌다고 한다. 지역의사회에서 회비 미납회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집행부에 등을 돌리는 회원이 늘고 있는데도 추무진 회장은 이를 수습하려는 움직임도 없다. 추무진 회장이 위태로워 보인다.

▽지역의사회로부터 첫 불신임 경고받아
“충언을 무시하고 무대응과 방관으로 대처한다면 회장의 불신임을 비롯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모색하겠다.”

이는 지난 11월 2일 경상남도의사회가 발표한 성명서의 마지막 부분이다.

경남의사회는 이 성명에서 의협 집행부가 10월 24일 전국의 지역과 직역 대표들을 참여시켜서 궐기대회를 개최했지만 당시 분위기는 궐기대회를 왜 개최했는지 의심이 들 정도였다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이틀 뒤 부산시의사회가 발표한 성명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부산시의사회는 추무진 회장을 향해 비굴하게 뒤에서 얻으려 하지말고 이불 속에서 나와 회원의 뜻을 받들라고 요구했다. 

불신임이라는 표현은 없었지만 추무진 회장이 나약한 모습을 계속 보일 경우 중대한 결심을 하겠다고도 했다.

이들이 뿔이 난 이유는 무엇일까?

추 회장은 그동안 기회만 오면 정부가 원격의료를 포함한 규제기요틴 정책을 추진할 경우 대정부 투쟁에 나서겠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말만 앞설 뿐, 행동은 뒤따르지 않았다.

특히, 최근 정진엽 보건복지부장관과의 면담 후 행동을 보면 원격의료를 적극 반대해 온 단체의 수장인지가 의심스러울 정도다.

추 회장은 정 장관과의 간담회에서 원격의료와 관련해 공식 언급을 하지 않았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원격의료를 적극 저지하겠다고 공언해 온 단체장이 정작 주무부처의 장을 만났을 때 아무런 발언도 하지 않았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상식적으로 암묵적 동의로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전 시도의사회장들도 강도 높게 비판
지난 7일과 8일 양일간 경남 거제도에서는 전 시도의사회장협의회 모임이 열렸다.

이날 모임은 전직 시도회장들의 친목모임이었지만, 대의원의장과 감사, 대의원회 운영위원까지 다수 관계자가 참석해 자연스럽게 의료현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이 자리에서도 추무진 회장에 대한 성토가 적지 않았다고 한다.

모임에 참석한 송후빈 전 충남의사회장은 9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한 참석자가 ‘추무진 회장이 역대 최악의 회장이다’라고 말하자 다수 참석자가 동의했다.”라고 모임 분위기를 전했다.

송후빈 전 회장은 “추무진 회장이 원격의료를 밀어붙이는 정부를 수수방관하고 있다는 의견도 일치했다.”라면서, “추 회장이 원격의료를 눈감아 주는 대신 몇가지 의정 협상안을 얻은 후 회원을 설득하려고 한다. 추무진 회장으로는 원격의료 저지가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다수였다.”라고 설명했다.

송 전 회장은 “추 회장이 무능력한지 알았는데 매우 정치적인 것 같다.”라면서, “원격의료가 시행되면 추무진 집행부는 총사퇴해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송 전 회장은 “비대위 회의에서 일부 시도회장이 전권을 주면 비대위원장을 맡아 투쟁에 나서겠다고 요청했는데도 추 회장이 거부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라며, 추 회장의 안일한 인식을 비판했다.

이와 관련, 김숙희 서울시의사회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현재 비대위는 유명무실한 상황이기 때문에 과거 의약분업 당시 의쟁투 처럼 전권을 쥐어줘야 한다는 게 시도회장 다수의 생각이다. 이번주 14일(토) 비대위 회의에서 결론이 날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모임에서는 최근 논란이 된 대의원회 운영위원회 규정에 대해서도 재정비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특히 ‘대의원회 의결 후 시행한다’는 부칙조항이 ‘대의원회 운영위원회 의결 후 시행한다’로 바뀐 것에 대해, 사실 관계를 규명해야 한다는데도 동의했다.

▽대의원회 운영위원회 규정 논란 ‘난 몰라’
지난 10월 대의원회 운영위원회 규정 논란이 일어났을 때 추무진 회장은 “대의원회 운영 규정 전 과정을 살펴봤지만 집행부가 관련있는 부분은 전혀 없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대의원회 운영 규정은 정관에서 규정하고 있는 회장의 권한을 침해하는 조항을 담고 있다.

또, 정관은 사무를 집행하기 위해 필요한 제규정을 상임이사회에서 따로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운영 규정을 운영위원회에서 정하는 것은 정관 위배에 해당한다.

즉, 대의원회 운영 규정이 회장의 고유 권한을 침해하고, 정관을 위배하고 있는데도 추 회장은 자신과 관계가 없다고 발언한 것이다.

이는 추 회장이 지난해 대의원회 운영위와 비대위로부터 자신의 권한을 침해받자, 외부 법무법인에 운영 규정의 유효성에 대해 법률자문까지 구한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특히, 추 회장은 법무법인 자문 결과에 대해 일관되지 못한 입장을 보였다.

출입기자 워크숍에서 “법무법인은 운영 규정이 무효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보내지 않았느냐”는 질문을 받은 추 회장은 “법률자문 결과가 법정에서 100%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답하더니, “법률자문 결과를 근거로 대의원회 운영위에 정관을 준수하라는 공문을 보내지 않았느냐.”라는 후속 질문에는 “회무를 진행할 때 문제가 있어서 전달했다.”라고 답했다.

이는 자신은 법무법인 의견을 전적으로 신뢰해선 안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으면서도, 대의원회 운영위에는 법무법인 의견을 따르라고 요청한 것이어서 앞뒤가 맞지 않는 발언이다.

▽미납회비 강제징수 검토 혼란중에도 침묵
최근 경기도의사회가 5년 회비 미납회원을 대상으로 공동소송을 제기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회원들이 분통을 터뜨렸다.

의사회는 회원이 강제로 가입해야 하는 강제단체이므로 민사소액재판으로 미납회비 징수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사실 경기도의사회의 움직임이 새삼스러울 건 없다. 이미 올해 4월 열린 정기대의원총회에서 의사협회의 재정악화를 개선하기 위해 회비 수납율을 제고하는 방안이 논의될 당시 강제징수 형태의 강경책도 거론됐기 때문이다.

사업계획 및 예ㆍ결산심의분과위원회에서는 회비 납부율 제고 대책과 관련해 중앙회에서 회비를 직접 징수하는 방안, 회비납부 우수지부에 대한 포상 및 교부금을 확대하는 방안, 면허신고제와 회비납부를 연계하는 방안 등의 의견이 제시됐다.

특히, 회비를 강제징수할 수 있는 법적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강경책도 개진됐다.

예ㆍ결산위원들은 회비징수를 강제화하는 법적장치 마련을 통해 의협 회비 납부율 제고 방안을 집행부에 위임하자는 의견을 표결에 붙였고, 찬성 33표, 반대 7표(82.50%)의 높은 찬성률로 가결됐다.

하지만 강청희 상근부회장은 이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관련 법을 고치기 전에는 회비를 강제로 징수할 수 있는 방안이 없다. 복지부도 회비납부를 강제화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라며 회비강제 징수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회원들의 동요를 막았다.

이번 회비강제징수 논란에서도 집행부는 실제로 어느 단계까지 논의됐고, 중앙회가 강행까지 고려하고 있는지 분명한 입장을 밝혀 회원들의 민심이반을 막아야 했다.

물론 강제징수를 강행하기 보다, 구조조정 계획 등 내부에서의 자구 노력을 제시해 회원의 동의를 구하는 작업부터 해야 한다. 하지만 추무진 회장은 이와 관련해서도 별다른 대처를 하지 않고 있다.

▽추무진 회장, 리더십 보여줘야
비판보다 무서운 게 무관심이라고 했던가. 최근에는 추무진 회장에게 리더십을 보여 달라는 주문도 뜸해 졌다.

그도 그럴 것이 보궐선거로 당선된 38대 임기와, 올해 39대 임기를 더하면 무려 1년 6개월 가까이 의협 수장으로서 회무를 수행하고 있지만 그가 강인한 모습을 보인 것은 지난 1월 임시대의원총회에서 단식에 나섰을 때 단 한 차례 뿐이었다.

물론, 당시 단식은 협회장으로서의 책임감으로 인한 과감한 선택이라는 평가가 많았지만, 한 달 앞으로 다가온 회장선거용이라는 비판도 적지 않았다.

그리고 최근에 와서는 회장선거용이었다는 평가가 힘을 받고 있다.

추 회장은 원격의료의 경우 국회에서 야당이 막아줄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는 듯 하다. 하지만 현재 국회는 예산안 심의중인데다, 의료영리화 관련 법안 등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특히, 국정 교과서 논란으로 여ㆍ야 관계가 냉각돼 있는 상황이어서 다양한 변수가 존재한다.

야당이 예산안 심의나 의료영리화 관련 법안에서 이득을 취하고, 내년 2월 임시국회에서 원격의료를 양보하는 정치적 타협을 할 수도 있다.

원격의료를 막는 것은 다른 조직의 일이 아니라 바로 의사협회의 일이다. 의사협회는 지난 수 년 간 원격의료가 국민 건강을 해치기 때문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막아내겠다고 목소리를 내왔으니 말이다.

그나마 추 회장은 최근 시도회장들과 만난 자리에서 대정부 투쟁에 돌입하게 될 때 가장 앞자리에 서겠다고 약속했다고 한다.

그는 지난 39대 회장선거에서 자신을 지지해 준 회원이 3,285명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항상 기억하며 회무에 임해야 한다.

<편집자주>
경기도의사회가 약식명령이 아니라 민사소액재판을 통해 미납회비를 징수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알려왔기에 이를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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