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손금으로 병을 진단한다는 한의원을 두고 보건복지부와 한의사협회가 보인 행태는 한 편의 시트콤을 방불케 한다. 

사건의 개요는 이렇다.

손금으로 병을 진단한다는 한의사가 비과학적 진료행위로 보건소에 의해 고발됐지만, 복지부는 손금 진단도 한의학의 일부라며 무혐의 처리했다.

무혐의 처리를 내린 곳은 복지부 한의약정책과가 아닌 의료자원정책과로, 한의협에 자문을 구하거나 현지 조사를 나가지 않고 해당 한의사의 소명을 듣고 이 같은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한의사가 합법을 주장하며 제출한 근거는 동의보감에 관련 내용이 수록돼 있으며, 관련학회 및 서적이 있다는 것이었다. 

복지부는 이 같은 해명과 더불어 손금으로만 진단하는 것이 아니라, 참고용으로 활용했다고 판단하고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한의협은 손금 진단은 한의학이 아니라며 복지부에 항의하고 해당 한의사를 징계하겠다고 발표했고, 복지부는 이제 와서 왜 딴 소리를 하느냐며 한의협에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의협은 손금 진단이 한의학이 아니라고 하는데, 복지부는 맞다고 주장하는 꼴이 된 것이다.

한의협의 입장 발표에 무혐의 판정을 내린 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 관계자는 “한의협이 발행하는 언론에 손금 관련 내용이 네 번이나 게재됐는데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다. 왜 자기들이 발행하는 신문에 그런 내용을 게재해 놓고, 이제 와서 손금 진단은 한의학이 아니라는 입장을 표명하느냐.”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쯤되면 국민건강과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복지부가 제대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보건소의 최초 문제제기를 무시하고 무혐의 판정을 내린 점이나, 그 과정에서 관련 협회나 전문가의 의견을 확인하지 않고 해당 한의사의 해명만 들었다는 점이 무책임하기 때문이다. 

손금 진단은 한의학이 아니라며 꼬리 자르기에 나선 한의협도 이번 논란에서 떳떳할 수는 없다.

지난해 한의협 회관에서 ‘수진단연구회’가 발족돼 ‘수진의학(손금 진단)’에 대한 공개강좌를 열기도 했고, 한의협 기관지에 손금진단과 관련한 서적도 여러 차례 실린 바 있기 때문이다.

또한 한의사들은 손금 진단과 관련해 여러 편의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으며, 그 중에는 국가기관인 한국한의원연구원에서 발간한 논문집에 게재된 ‘사상의학체질 유형에 따른 손바닥문, 손금의 특징’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한의협은 이번 사건 발생 후 손금 진단은 ‘현대’ 한의학과는 무관한 비과학적 행위라며, 복지부에 항의하고 해당 회원은 윤리위원회 제소 후 강력 징계하겠다고 했다.

문제의 한의사 뿐 아니라 다른 여러 한의사 회원들이 관련 연구회를 만들고, 관련 서적까지 협회지에 광고했던 것과는 이율배반적인 행태를 보인 것이다. 

아마도 현대 의료기기 사용을 주장해야 하는 상황에서 스스로 생각해도 손금 진단은 비과학적이라고 여겼나보다. 그러나 주장의 앞뒤가 맞지 않아 한의협은 자가당착에 빠져 버렸다.

한의협이 진정 국민건강을 위하는 길은 현대의료기기 사용 주장보다는 비과학적 행위를 하는 회원들에 대한 철저하고 적극적인 조사와 처분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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