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의원회 운영위원회 규정 전 과정을 살펴봤지만 집행부와 상임이사회가 관련있는 부분은 전혀 없었던 것 같다.“

이는 지난 29일 출입기자 워크숍에서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대의원회 운영위원회 규정에 대해 입장을 밝혀 달라는 질문을 받은 추무진 의사협회장의 답변이다.

이 발언이야말로 회원들이 추무진 회장에게 답답함을 느끼는 이유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가 아닐까?

대의원회 운영 규정 제32조(비상대책위원회)2항은 ‘총회는 비대위가 투쟁과 협상에서 대내외적으로 협회의 전권을 갖고 활동하여 소기의 목적을 충분히 달성하도록 비대위의 구성, 운영, 활동기간, 활동을 위한 재원 마련대책 등 제반사항들을 구체적으로 규정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는 ‘회장은 협회를 대표하고 회무를 통괄한다’고 규정한 정관 제14조(임원의 임무)1항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조항이다.

정관이 규정하고 있는 회장의 권한을 하위규정인 대의원회 운영 규정이 제한하고 있는데도 자신과 관련이 없다고 말하는 용기가 어디서 나오는 걸까.

게다가 추무진 회장은 지난해 이 규정으로 인해 회무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지난해 10월 13일 조인성 비대위원장은 복지부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의정합의 이행추진단 이름으로 협의를 한 것은 그 과정이 대단히 부적절하다며 비대위가 원점에서 협상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인성 위원장은 비대위가 총회로부터 투쟁과 협상에 관한 권한을 위임받았다는 논리를 폈다.

그러자 추무진 회장은 곧바로 기자회견을 열고, 조인성 위원장이 의정합의 이행 협의 과정을 부정하며 협상을 원점에서 다시 해야 한다고 말한 것은 집행부의 정통성을 훼손한 것이라고 반발했다.

이어, 추 회장은 집행부에서 비대위로 파견한 비대위원을 철수시키고, 비대위의 지출비용 결재 요구를 거부하는 강수를 두며 비대위를 압박했다.

추무진 회장과 조인성 위원장이 충돌하자 중재에 나선 대의원회 운영위원회는 비대위의 결정 사안은 상임이사회에서 논의할 수 없다는 의견을 제시하는가 하면, 비대위의 지출비용에 대해서도 비대위에 사용권한이 있다며 집행부가 즉시 결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방적으로 비대위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비대위가 총회에서 투쟁과 협상에 대한 전권을 위임받았다고 주장하는 근거와, 대의원회 운영위원회가 비대위의 손을 들어준 근거가 바로 대의원회 운영 규정 제32조2항이다.

또, 정관 제67조(규정제정)는 협회의 사무를 집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제규정은 상임이사회에서 따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반면, 감사규정, 중앙윤리위원회규정, 선거관리규정는 대의원총회에서 정한다고 예외를 두고 있다.

따라서 대의원회 운영 규정을 운영위원회에서 정하는 것은 정관 위배에 해당된다. 이는 추무진 회장이 자문을 구한 외부 법무법인 두 곳도 같은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대의원회 운영 규정이 정관에 반하지 않고, 회장의 고유 권한을 침해하지 않는다면 추무진 회장이 관여할 이유가 없고 관여해서도 안 된다.

하지만 현 운영 규정이 정관에 반하고, 회장의 권한을 침해하는데도 운영위원회의 결정만 기다리겠다는 자세는 직무유기가 아닐까?

대의원회 운영 규정에 의한 노환규 전회장의 불신임이 유효하고, 대의원회 운영 규정에 의해 임수흠 의장이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에겐 추무진 회장은 관심밖일 것이다.

하지만 추무진 회장 스스로 대의원회 운영 규정이 자신과 관련없다고 말하는 것은, 그가 지난해 비대위와의 다툼에서 보여준 모습과 앞뒤가 맞지 않는다.

추무진 회장은 두 곳의 법무법인 자문결과를 공개하고, 대의원회 운영 규정에 대한 소신을 밝혀야 한다.

이제는 의사들의 수장으로서의 리더십을 조금은 보여줄 때도 되지 않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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