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는 지난 24일 의사대표자궐기대회를 열고, 보건의료 규제기요틴 정책의 즉각 폐기를 정부에 촉구했다.

이 자리에서 추무진 회장은 보건의료 규제기요틴은 국민건강을 훼손하는 정책이라고 지적하고,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행사 말미에 추 회장은 퍼포먼스로 북을 치는 타북식을 선보였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날 타북식은 참석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의사회원 중 일부는 퍼포먼스가 끝나자 “뭐야, 이게 다야?”라고 물었고, 현장에 있던 취재진도 추 회장이 북을 친 이유가 무엇인지를 서로 묻는 광경이 연출됐다.

협회 관계자에게 “규제를 타파하겠다는 의미라면 북을 치는 게 아니라 찢어야 되는 거 아니냐.”라고 묻자 “대정부 투쟁을 시작하는 의미로 받아들여 달라.”는 설명이 돌아왔다.

추 회장은 대표자궐기대회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 싶었던 걸까? 그는 10개월 전에도 규제기요틴을 철회하지 않으면 투쟁하겠다’는 발언을 한 바 있다.

지난해 12월 28일 국무조정실은 경제단체 부단체장과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 차관이 참여하는 규제기요틴 민관합동회의를 열고, 153건의 규제기요틴 과제 추진방안을 확정했다.

정부는 규제기요틴이 비효율적이거나 시장원리에 맞지 않는 규제를 단기간에 대규모로 개선하는 규제개혁 방식을 일컫는다고 설명했다.

규제기요틴 과제중 보건의료 분야를 보면,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 및 보험적용 확대, 의사-환자 원격진료 규제 개선, 카이로프랙틱ㆍ문신 허용, 미용기기 별도 신설 등 의사들에겐 충격적인 내용이 다수 포함됐다.

당시 추무진 회장은 12월 31일 기자회견을 열고 “복지부가 규제기요틴을 철회하지 않으면 투쟁에 나서겠다.”라고 선언했다.

그 후로 10개월이 지났다. 여전히 정부는 보건의료 규제기요틴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도 추무진 회장은 철회하지 않으면 투쟁하겠다는 선언적 구호만 외치고 있다.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타북식이란 말인가?

의사대표자궐기대회 후 3일 뒤 박근혜 대통령은 국회서 가진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의사-환자간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과 국제의료사업법의 통과를 촉구했다.

의료산업의 성장 잠재력이 무궁무진한데도 규제에 묶여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말이다. 이는 의사대표자궐기대회가 소위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추무진 회장은 지난 26일 오후 정진엽 장관과의 면담에서 2차 의정합의사항을 이행하기 위한 대화를 재개하기로 했다며 고무적인 반응을 보였다. 또, 원격의료와 관련해서는 논의조차하지 않았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추 회장과 의협 관계자들의 반응을 보면, 의정합의사항을 이행하기로 하면서 원격의료를 논의하지 않은 것을 성과라고 생각하는 듯 하다.

하지만 추 회장은 정 장관과의 만남에서 원격의료를 언급해야 했다. 강력하게 반대한다고 말이다.

복지부는 단 한 번도 원격의료를 포기한 적이 없다. 지금도 시범사업을 진행하면서 정해진 수순대로 원격의료를 추진하고 있다.

추 회장이 이날 장관과의 회동에서 원격의료를 입에 담지 않은 것은 암묵적 동의가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 추 회장에게 묻고 싶다. 타북식은 무엇을 의미한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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