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사태 당시 노환규 전 의사협회장은 온ㆍ오프라인을 넘나들며 활약했다.

노 전회장은 메르스 일일현황을 자신의 SNS에 올리고 신문기사를 공유했으며, 방송에선 국가방역체계를 비롯한 제도와 정책의 문제점을 비판했다.

그가 방송과 라디오에 출연한 횟수는 70여 차례였고, 언론에 기고한 칼럼도 30여건에 이른다.

협회의 전임회장이면서 상당한 지명도를 가진 노 전회장과 협력할만한데도 의사협회는 그와 함께하지 않았다. 최선을 다해 메르스에 대응했는데도 국민이 알아주지 않는다며 아쉬워했으면서 말이다.

의료계 역시 일부 인사가 응원한 것 외에는 그를 외면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오히려 일각에서는 흉부외과의사가 왜 나서냐며 비판하기도 했다.

그런 노 전회장이 갑자기 의사협회에서 회자되고 있다.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대의원회 운영위원회 규정과 관련해서 말이다.

지난 4월 대의원의장 선거 당시 2차 투표에서 동률이 나오자, 3차 투표 끝에 임수흠 후보가 당선됐다.

일부 인사는 대의원회 운영위원회 규정에 ‘득표수가 같을 때는 연장자를 당선자로 한다’는 조항을 들어 임수흠 의장의 자격을 문제삼고 있다.

특히, 운영위원회 규정이 정관에서 규정하고 있는 ‘총회에 보고해야 한다’는 조항을 위배한 것에 대해서는 ‘의결’을 규정한 게 아니라 ‘보고’를 규정한 것이므로 요식행위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어떤 단체가 정관에 요식행위용 문구를 적어 넣는단 말인가?

추무진 회장이 지난해 법률자문을 의뢰했을 때도 외부 법무법인은 ‘운영위원회의 구성과 운영에 관한 사항’에 관한 운영위원회 규정을 운영위원회 의결만으로 효력을 발생하게 하면, 의사협회 어느 기관에서도 이를 통제할 수 없게 되므로 대의원총회에 보고함으로써 효력을 발생하도록 민주적 통제장치를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또, 이 법무법인은 ‘운영위원회의 구성과 운영에 관한 사항을 제외한 나머지 규정’은 운영위원회가 제ㆍ개정에 관한 권한이 없으므로 정관 위배로써 무효라고 봄이 상당하다고 의견을 냈다.

노환규 전회장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대의원의장 선거를 문제삼는 이들은 지난 2014년 5월 노환규 회장이 대의원회로부터 불신임 당한 직후 신청한 ‘대의원총회 불신임결의 효력정지 등 가처분’을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은 점을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

노 회장의 불신임결의가 정당하다는 법원의 판결이 운영위원회 규정의 효력을 인정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당시 노 회장은 운영위원회 규정의 적법성이 아니라, 대의원회가 운영위원회 규정의 절차를 따르지 않은 점을 가려 달라고 주장했다.

당시 노 회장은 ▲정관상 규정된 소집절차 위반(운영위 규정 제4조제3항) ▲불신임 발의에 필요한 증거자료 미제시(운영위 규정 101조제2항) ▲회의를 비공개로 진행(운영위 규정 제50조제1항) ▲규정상 금지된 찬반투표 후 의결(운영위 규정 제50조제2항) ▲문서에 의한 불신임결의를 하지 않은 절차적 하자(운영위 규정 103조제1항) ▲의결정족수 미달(정관 제20조의2제2항) 등을 지적했다.

법원은 대의원회가 운영위원회 규정의 절차를 따랐는지를 판단했을 뿐, 운영위원회 규정 자체가 위법한 지 여부는 가리지 않았다. 운영위원회 규정의 효력이 쟁점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또, 노 전 회장이 가처분 신청을 하면서 운영위원회 규정의 효력을 따지지 않은 것이야말로, 운영위원회 규정의 효력을 인정한 것이라고 자의적 해석을 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당시 노 전회장이 운영위원회 규정의 효력 자체를 문제삼지 않은 것은 의협회장 보궐선거가 코앞에 다가왔기 때문이다. 첫 심문일은 5월 20일이었고, 보궐선거 투표 시작일은 6월 2일이었다.

노 전회장 측 변호인은 운영위원회 규정의 효력을 따지는 문제를 고민했으나, 노 전회장은 심문이 길어져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회장의 임기중에 가처분이 받아들여지면 의사협회에 두 명의 회장이 존재하게 된다며 포기했다.

자신의 소송에서의 승리가능성을 높이는 대신, 보궐선거 당선자와 회원들이 혼란을 겪지 않도록 배려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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