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가 지난 8일 끝났지만, 보건복지위원회는 끝까지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증인 채택 문제로 첫 날부터 삐걱대더니 마지막 날까지 같은 문제로 파행을 거듭한 것이다.

이 떄문에 보건복지위는 시민단체로부터 올해 국정감사 ‘최악의 상임위’로 선정되는 불명예까지 안았다. 

당초 여야 지도부는 9월 21일 하루를 따로 빼 보건복지위원회에서 메르스와 관련한 국정감사를 진행하기로 했지만, 증인으로 채택된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장관의 불출석 및 최원영 전 청와대 고용복지수석, 김진수 청와대 비서관의 증인 채택 등을 둘러싼 여야 공방 끝에 이날 국감 자체가 무산된 바 있다.

이후 지난 8일 오전 10시에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종합감사에서도 문형표 전 장관이 또 불출석하자 여야가 이를 둘러싼 공방을 이어갔다.

여야 공방이 길어지자 김춘진 위원장은 “국회사무처 직원을 보내 문 전 장관이 출석할 수 있도록 다시 보내서 얘기하겠다. 여야 간사들은 합의해 동행명령장을 발부할지 협의해 달라.”고 마무리한 후 오전질의를 진행했다.

하지만 오후 3시에 재개된 오후질의에서도 문 전 장관이 나타나지 않자 여야의 목소리가 더욱 높아졌다.

야당은 동행명령장을 발부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여당은 송달절차가 확실하지 않다면서 사실관계 확인 후 추후 고발하는 쪽으로 하고 감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맞섰다. 

결론이 나지 않자 김춘진 위원장은 오후 3시 50분 감사중지를 선언, 5시 50분까지 두 시간 동안 여야 간사간 합의를 진행하도록 했다.

하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하자 김 위원장은 결국 표결처리를 위해 ‘동행명령 발부의 건’을 상정했고, 재석위원 19인 중 찬성 9인, 반대 10인으로 부결됐다.

새누리당 간사인 이명수 의원은 “여야가 원만하게 결론을 못내리고 표결처리까지 해 안타깝다.”라면서도, “동행명령이 실효성을 거두려면 본인에게 직접 전달돼야 하는데, 그럴 가능성이 적어 보인다.”라며, 반대 이유를 밝혔다.

새정치민주연합 간사인 김성주 의원은 “지난번 메르스국감 당시 주요증인이 불출석해 하루종일 설왕설래 하다가 그나마 출석한 증인들도 아무런 질의도 못하고 끝낸 적이 있는데, 오늘 재현될 것이라고 상상도 못했다.”라며, “국회에서 모범적으로 상임위를 운영해 온 복지위에서 여야 합의사항이 안 지켜진적은 한 번도 없다.”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결국 동행명령장 발부와 관련해 여당과 합의에 이르지 못했지만 여당을 탓할 생각은 없다.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다.”라며, “몇 시간 동안 국감을 공전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판단 때문에 표결로 마무리 짓기로 했다.”라고 전했다.

김춘진 위원장은 “문형표 증인은 일차 증인으로 채택됐을 때도 출석하지 않아 여야 만장일치로 10월 1일 또 다시 증인으로 의결했음에도 불구하고 오늘 국감장에 출석하지 않았다.”라며, “법에 따라 국감 종료시간이 임박하므로 동행명령장 발부에 대한 여부를 위원회에서 표결할 수 밖에 없다. 표결을 요구하는 여당 위원도 많았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이런 결정을 했다.”라고 설명했다. 

보건복지위원회와 보건복지위원은 이 같이 거듭된 파행을 이유로 각각 ‘최악의 상임위’, ‘구태의원’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은 지난 8일 발표한 ‘2015년 국정감사 평가결과’를 통해 19대 국회 국정감사의 ‘최악 상임위’로 메르스 증인채택 문제로 여야간 정쟁을 거듭하다 감사가 완전히 무산된 보건복지위원회를 선정했다. 

경실련은 보건복지위원회 선정 이유에 대해 “지난달 21일 열릴 예정이었던 메르스 국정감사는 증인채택 문제를 두고 여야 간 정쟁으로 인해 감사가 무산됐다.”라며, “2015년 국정감사서 감사가 완전히 무산된 국정감사는 보건복지위원회 뿐이다. 국민의 생존권이 위협받는 메르스 사태에서 여야간 합리적인 해결책을 도출하지 못하고 메르스 사태 국감을 진행하지 못한 점은 국민을 기만한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앞서 바른사회의정모니터단(이하 모니터단)도 지난 9월 17일부터 22일까지 진행된 국정감사 2주차 진행 결과, 보건복지위원회 의원들을 ‘국감 구태의원’으로 선정한 바 있다.

모니터단은 “보건복지위의 국정감사는 9월 17일부터 22일까지 중 현장시찰을 제외하고 3일이었다.”라며, “그마저도 21일 하루는 메르스 국감에 대한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장관과 최원영 전 청와대 고용복지수석 등에 대한 증인 채택 문제를 두고 여야 간 이견을 좁히지 못 하다가 11시경 국감 중단, 이후 오후 5시까지 진전 없이 끝나 감사가 무산됐다.”라고 밝혔다.

모니터단은 “2015년 국감에서 파행과 속개를 계속한 위원회는 있었지만 이렇게 ‘감사 무산’으로 끝난 경우는 보건복지 위원회가 처음이다.”라며, “감사 무산에 대해 서로 네 탓만 하다 오전 10시부터 대기하고 있던 일반인 증인과 참고인, 수많은 기관 증인들의 시간을 빼앗았다.”라고 비판했다.

국감 증인석에 자리한 정진엽 보건복지부장관과 장옥주 차관
국감 증인석에 자리한 정진엽 보건복지부장관과 장옥주 차관

이처럼 19대 국회 마지막이자 역대 최다 규모인 708곳의 피감기관을 살펴보는 올해 국정감사는 사실상 부실국감이 예견됐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여야 의원들이 총선을 앞두고 공천, 선거구 등을 문제로 갈등을 벌이고 마음이 지역구 챙기기에 쏠려있어 국감에 집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국감 일정이 국감 개시일 20일 전 확정되면서 준비기간도 부족했고, 피감기관들이 자료 제출을 불성실하게 하거나 답변을 제대로 하지 않는 등의 문제도 있었다.

보건복지위원회 역시 단순 실태조사에 의한 재탕ㆍ중복 질의가 반복되는 등 참신한 기획이 돋보이는 정책국감이 전혀 이뤄지지 못했으며, 특히 정진엽 보건복지부장관이 ‘정확한 것은 모른다’는 답변을 되풀이 해 원활한 국감 진행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았다.

대안제시 없이 단순 실태조사 결과를 제시하는 정도에 그치는 사례도 되풀이 됐다. 실제로 ▲혈액 수입량 증가 실태 ▲무면허 의료행위 실태 ▲예방접종 부작용 ▲건강보험 자격 허위 취득 ▲보험료 체납 실태 ▲어린이집 대기자 실태는 해마다 되풀이되는 국감 의제이지만, 정책 개선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또한 새누리당 김제식 의원이 셀프성형 기구 유해성을 지적한다며 보좌관에게 착용하도록 한 코뽕, 얼굴밴드 등에 대해서는 ‘보여주기식 구태’라는 비판이 나왔고, 새정치민주연합 김용익 의원은 성희롱 발언 의혹이 있다며 류시문 한국사회복지사협회장에게 국감 도중 바지를 내려보라고 했다가 경실련으로부터 ‘구태 의원’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한편, 국회는 오는 13일부터 16일까지 나흘간 정치, 외교ㆍ통일ㆍ안보, 경제, 교육ㆍ사회ㆍ문화 분야로 나눠 대정부질문을 통해 정책을 점검하고, 이후 예산안 심사를 이어간다.

내년도 예산안은 예산안 자동 상정과 통과를 담은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법정 시한인 12월 2일 자동부의돼 통과될 예정이지만, 처리 과정에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저작권자 © 헬스포커스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