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가 지난 8월 김주현 기획이사를 대변인에 기용하면서 기존 신현영 대변인과 함께 유례없는 공동대변인을 두고 있다. 김주현 기획이사는 경기도의사회에서 대의원으로 활동하다 의협 기획자문위원을 거쳐 지난해 10월 기획이사에 임명됐고, 올해 5월 유임됐다. 김주현 대변인을 만나 의협 임원으로서의 활동 상황과, 최근 현안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장영식 기자: 안녕하세요, 대변인님?

김주현 대변인: 네, 반갑습니다.

장영식 기자: 지난해 기획이사로 임명됐을 때 인터뷰를 요청했는데 거절했었어요. 기억나시죠? 

김주현 대변인: 기억납니다. 당시 경황이 없었어요.

장영식 기자: 의협에서 임원으로 활동한 지 1년이 됐네요. 소감 한말씀 해주시죠.

김주현 대변인: 힘든 일년 이었습니다. 매우 바쁘게 보냈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어요.

장영식 기자: 개원은 언제했나요?

김주현 대변인: 지난 2002년에 했습니다. 월드컵이 열린 해였는데, 첫 개원이었던터라 눈코 뜰새없이 바빠서 축구도 제대로 못봤죠.

장영식 기자: 2002년과 현재의 개원 상황이 많이 다를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어떻게 느끼시나요?

김주현 대변인: 당시에는 할만하다고 생각했어요. 지금보다 수가상황도 나았죠.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진료환경이 악화됐습니다. 지금은 이보다 더 나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봐요.

장영식 기자: 병원 경영상황은 어떤가요? 흔히 의협에서 임원으로 활동하면 환자수가 반토막난다고 이야기하잖아요?

김주현 대변인: 반토막에 반토막이 났습니다. 이런 말을 해도 될 지 모르지만 오늘은 환자를 다섯 명 봤어요.

장영식 기자: 안타깝네요. 추무진 회장과의 인연은 언제부터였나요?

김주현 대변인: 2010년쯤으로 기억합니다. 당시 추무진 회장은 경기도의사회 대의원회 부의장이었고, 저는 운영위원이었어요. 경기도에서 함께 일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인연이 됐습니다.

장영식 기자: 지난 8월 반상근 대변인에 임명됐습니다. 의사협회에서 공동대변인을 둔 것은 처음이죠?

김주현 대변인: 제가 알기로는 처음입니다.

장영식 기자: 대변인을 흔히 의사협회의 입이라고 하는데요, 대변인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김주현 대변인: ‘말조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짧은 기간이지만 이미 두차례 정도 말실수를 하기도 했는데요, 앞으로 더욱 신중하게 말할 생각이에요.

장영식 기자: 신현영 대변인과의 호흡은 어떤가요? 업무의 중복문제나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나요?

김주현 대변인: 전혀 없습니다. 신현영 대변인이 다양한 조언을 해주고 있어요. 가령 브리핑을 할 때 어떤 부분에 포인트를 두고 말해야 하는가 등 말이죠.

장영식 기자: 그렇군요. 이제 현안을 이야기해 볼까요? 정진엽 복지부장관은 내정 당시 원격의료 추진용 맞춤형 인사라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협은 의사출신 장관이라는 이유로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죠? 집행부 내에서 다른 의견은 없었나요?

김주현 대변인: 다른 의견이 있었습니다. 환영한다는 입장을 내자는 의견 못지 않게 반대한다는 입장을 내놓아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어요. 팽팽했죠.

장영식 기자: 결국 환영한다는 의견을 냈는데?

김주현 대변인: 기자브리핑 바로 직전까지도 집행부 밴드에서 논의를 했어요. 결국 제가 ‘환영’으로 발표하겠다고 주장해서 관철시켰죠!

장영식 기자: 이유가 무엇이었나요?

김주현 대변인: 이미 청와대에서 내정했고, 국회 인사청문회도 통과한 상태였어요. 반대 의견을 낸다고 해서 달라지는 게 없기 때문입니다.

장영식 기자: 차등수가제 폐지는 분명한 성과인데도 회원들 사이에 평가가 갈리고 있어요. 일부에서는 의사협회 집행부가 복지부와 원격의료 시범사업 확대 등 모종의 거래를 했을거라는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고요.

김주현 대변인: 회원들은 충분히 지적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과거 의사협회가 정부와 보이지 않는 거래를 해온 게 사실입니다. 그런 부분이 필요하기도 하고요. 하지만 이번 차등수가제 폐지 건은 어떠한 거래도 없었습니다.

장영식 기자: 최근 의사협회가 의정협상을 재개하기 위해 내부 협의체를 구성했는데요, 복지부와의 대화는 순조롭게 이루어지고 있나요?

김주현 대변인: 네, 물밑에서 논의중입니다. 지금 당장 공개하긴 어렵지만 결과물로 보여드릴 겁니다.

장영식 기자: 노인정액제도 진행되고 있다고 봐야 할까요?

김주현 대변인: 진행되고 있습니다. 최근 복지부에서 개선 방안을 제안하라고 연락해 왔어요. 신중하게 대처하려고 합니다.

장영식 기자: 주무이사가 자신감을 갖는 건 좋은데 회원들의 불신이 커지고 있어서 안타깝습니다.

김주현 대변인: 집행부가 감수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장영식 기자: 전국의사대표자궐기대회가 코앞입니다. 추무진 회장은 이번 궐기대회를 계기로 단계적으로 대정부 투쟁강도를 높이겠다고 예고했습니다. 궐기대회 이후 계획에 대해 설명해주시죠.

김주현 대변인: 궐기대회 후 비대위 구조에 변화가 올 겁니다. 그동안 불협화음없이 잘해왔지만 회원들이 바라는 건 파이팅 넘치는 비대위입니다. 현재 비대위와 집행부가 헷갈린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는데요, 앞으로는 비대위가 주도적으로 나설 겁니다.

장영식 기자: 비대위의 선명성이 나타난다는 말입니까?

김주현 대변인: 비대위가 구성되고 투쟁적인 과정이 없었는데 이제 달라질 겁니다. 물론, 이번 궐기대회에 가능한 많은 회원들이 참여하는 게 중요합니다.

장영식 기자: 시도의사회에서 추무진 회장이 비대위 단독위원장을 맡아야 한다고 주장했지 않습니까? 개인 의견을 말해 주실 수 있나요?

김주현 대변인: 이전 비대위는 집행부와 충돌했기 때문에 회장이 주도적으로 나서서 이를 정리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비대위와 집행부 간 협조체계가 잘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굳이 비대위까지 추 회장이 맡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장영식 기자: 알겠습니다. 일년 동안 의협 임원으로 일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요?

김주현 대변인: 두번째 기자브리핑을 할 때였는데 갑자기 노안이 왔어요. 준비해 온 원고가 갑자기 보이지 않아서 눈앞이 깜깜해지더라고요. 수많은 기자들이 보고 있는데 원고를 눈앞으로 가져와서 읽을 수는 없잖아요. 정말 난감했어요.

장영식 기자: 의사들은 대부분 기억에 남는 일로 환자와의 일화를 말해주는데 노안 이야기는 신선하네요. 에피소드가 더 없으신지요?

김주현 대변인: 에피소드는 아니고요. 저는 밤에 잠을 못이루는 편이었어요. 예전에는 잠이 안와서 고생했는데 요즘엔 잘 때 혼수상태가 됩니다. 언제 잠드는지 모를 정도에요.

장영식 기자: 스트레스가 상당한 것 같아요. 언제부터였나요?

김주현 대변인: 반상근이 되고나서부터였어요. 아내가 깨워도 일어나지 못할 정도입니다.

장영식 기자: 임기 3년이 빨리 지나가야겠는데요? 마지막으로 회원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요?

김주현 대변인: 집행부가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이제 반년이 지나고 있는데요, 회원들이 몇 개월 사이에 결과물을 기대하진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지켜봐 주면 반드시 결과물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응원해 주셨으면 해요.

장영식 기자: 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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