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는 가까운 지정의료기관 어디서나 독감 예방접종을 무료로 받을수 있습니다. 충분한 물량이 공급될 예정이니 어르신들은 본인의 건강상태를 가장 잘 아는 단골 의료기관을 방문해 편한 시간에 접종받으세요.”

이는 올해 10월 1일부터 시행된 노인 인플루엔자(독감) 예방접종 민간위탁사업에 대한 질병관리본부의 안내글이다.

질병관리본부는 65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시행되는 무료 독감 예방접종을 올해부터 보건소뿐 아니라 전국 1만 5,300여곳 지정의료기관(병ㆍ의원)으로 확대했다.

병ㆍ의원 무료접종 대상자는 1950년 12월 31일 이전에 출생한 만 65세 이상 어르신 약 660만명이다.

질병관리본부의 안내대로 라면, 가까운 의료기관에서 무료로 독감 예방접종을 받을 수 있으니 어르신에게 이보다 좋을 게 없는 서비스다.

하지만 현실은 이와 딴판이다. 첫날인 지난 1일 예방접종을 등록하는 질병관리본부의 관리시스템 접속이 지연돼 긴급 점검을 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 시스템을 통해 의료기관에서 접종 대상자를 확인한 후 접종을 해야 하는데, 접속이 지연되다보니 어르신의 불평은 쏟아졌다.

이틀날부터는 백신 물량 부족을 하소연하는 의료기관이 속출했다.

예년의 독감 예방접종 건수를 고려해 백신을 요청했으나 질병관리본부가 신청한 수량보다 적은 수량을 보내줬다는 의사들의 하소연이 곳곳에서 터져나왔다.

결국 예방접종을 시작한 지 일주일도 되지 않아 개원가는 울며겨자먹기로 ‘노인 독감 무료 예방접종을 더 이상 할 수 없으니 다른 의료기관을 이용하라’고 안내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이 같은 상황은 예견된 것이었다. 개원가에서 독감 예방접종을 무료로 제공하면 시행 초기 환자가 몰릴 것은 당연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질병관리본부는 충분한 물량을 공급하겠다고 홍보까지 했으니 무료접종을 기대한 어르신이 물량부족으로 발길을 돌려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누구를 탓할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

정부가 국가사업을 시행하면서 정확한 수요예측을 하지 못한 것은 직무유기다. 하지만 이에 대해 책임을 지는 공무원은 없다.

오늘도 진료현장에서 의사들은 핏대 세운 어르신과 마주하고 있다. 국가사업이 시작될 때마다 반복되는 이 같은 상황이 언제까지 계속돼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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