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보다 해몽이 좋다는 말이 있다. 하찮거나 언짢은 일을 그럴듯하게 돌려 생각해 좋게 풀이하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다.

정진엽 보건복지부장관의 취임에 대해 지난 26일 의사협회 대변인의 논평과 27일 의사협회의 논평은 ‘꿈보다 해몽이 좋다’는 말을 설명하는 가장 적절한 예가 아닐까 싶다.

정진엽 복지부장관은 지난 24일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종합적’, ‘신중히 검토’, ‘충분한 의견 수렴’ 등의 표현을 반복 사용하며 원론적인 답변을 이어갔다.

하지만 원격의료와 보건부 독립에 대해서는 소신을 밝혔다.

정 장관은 원격의료에 대해선, 의료 공공성 확충에 도움이 되고, 의료 세계화를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보건복지부에서 보건부를 분리하거나 복수차관제를 도입하는 방안에 대해선,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의료계가 반대하는 원격의료는 추진 의사를, 의료계가 요구하는 보건부 독립에는 유보적인 입장을 취한 것이다.

특히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 문제가 ‘직역간 갈등 문제’이며 자율적인 조정이 안 되면 국민 대다수가 원하는 방향으로 결정하겠다고도 발언했다.

이밖에 복지 분야에 문외한이고 정무경험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대해 정 장관은 “잘 모르는 게 사실이다. 학습하겠다.”라고 답했다.

‘청와대의 정진엽 장관 임명은 원격의료 도입을 위한 맞춤형 인사’라는 비판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인사청문회였다.

의사협회의 정진엽 장관에 대한 논평을 보자.

김주현 공동대변인은 지난 26일 공식 브리핑을 통해 정진엽 장관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주현 대변인은 의사출신인 정진엽 장관이 의료 현실에 대해 잘 알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의료계의 입장을 대변해 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또 김 대변인은 의사 장관이 보건부 독립을 이루는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원격의료에 대해서는 어떤가?

김 대변인은 “정 장관이 인사청문회에서 원격의료를 대도시는 제외하고 격오시설이나 섬 같은 외각지역에서 시행하겠다고 말했다.”라며, “정 장관의 행보를 지켜보며 적절하게 대응하겠다.”라고 말했다. 하루 뒤 나온 협회 공식 입장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정 장관은 기존 복지부의 입장을 되풀이한 것뿐인데도 상황을 지켜보며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보인 것은 너무 소극적인 태도가 아닐까?

이미 많은 의사회원이 정 장관 임명에 대해 불안해하며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추무진 회장을 비롯한 의사협회 집행부가 회원들의 민의를 충실히 따르고 있는지 되돌아 볼 시점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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