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동안 ‘제약산업=리베이트’라는 인식이 팽배한 게 사실이다. 이 때문에 국민건강을 위해 신약을 개발하고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는 등의 성과에도 제약산업을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았다. 한국제약협회는 2014년 7월 23일 리베이트를 근절시키고 윤리경영을 정착시키기 위해 윤리헌장을 선포하고, 윤리강령 및 표준내규를 제정했다. 윤리헌장이 선포된 지 1년, 현재까지의 성과와 향후 과제에 대해 한국제약협회 보험정책실 장우순 실장을 만나 들어봤다.

김소희 기자: 실장님, 안녕하세요.

장우순 실장: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김소희 기자: 지난해 7월 23일 윤리헌장을 선포하고 1년이 지났습니다. 윤리헌장을 선포한 계기가 궁금합니다.

장우순 실장: 이경호 회장이 부임한 후 제약산업의 방향에 대해 생각하게 됐고 신약개발, 글로벌 진출, 윤리경영 정착 등 세 가지를 방향으로 설정했습니다. 즉, 이경호 회장 체제의 사업목표 중 하나가 윤리경영이었습니다.

또한 시기적으로 리베이트 이슈가 컸을 뿐만 아니라 윤리경영 체계가 수립되지 않는 한 글로벌 진출이 어렵다는 판단이 나왔습니다.

실무적으로 봤을 때, 그 동안 제약기업의 윤리경영 표준이 될 만한 기준이 국내에 없었습니다. 협회 차원에서 한국의 제약기업으로서 해야 할 본연의 일, 사회 구성원으로서 제약기업이 해야 할 일, 글로벌 속 제약기업이 해야 할 일 등 방향성을 제시하고 방향성에 수반되는 실질적인 강령 및 기준을 마련한 거죠.

김소희 기자: 윤리경영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서는 알 것 같습니다. 윤리강령 및 표준내규를 제정한 이후 윤리경영 정착을 위해 협회는 어떤 지원을 했나요?

장우순 실장: 윤리헌장을 선포한 데 그치지 않고 윤리강령과 표준내규까지 제시했다는 점입니다. 제약기업들은 별도의 비용 없이 사내 강령 및 규정을 마련한 데 참고할 수 있는 기준이 생긴 거죠.

특히, 리베이트 투아웃제와 관련한 교육활동 지원을 많이 했습니다.

김소희 기자: 윤리경영 아카데미도 그 일환이군요?

장우순 실장: 그렇죠. 매년 상반기에는 초ㆍ중급 과정, 매년 하반기에는 고급 과정의 윤리경영 아카데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규약이나 리베이트 관련 이슈가 있을 때는 실무자들과의 워크숍도 진행합니다.

아카데미나 워크숍에는 CEO가 아닌 실무자들이 참여하고 있으며, 이들은 윤리경영 시스템 운영에 대한 정보를 교류하고 있습니다. 최소 100여명이 참여해 윤리경영 정착을 위한 정보를 공유한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소희 기자: 반대로 윤리경영을 하지 않는 제약사들에 대한 제제는요?

장우순 실장: 일단 윤리경영을 하고 있다 혹은 하지 않는다고 말하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특히, CP도입 여부로 윤리경영 여부를 가늠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윤리경영을 CP도입 여부로 판단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지만, ‘CP 도입과 상관없이 리베이트로 고객을 유인하는 영업을 하지 않았다’는 제약기업들도 분명히 있을 겁니다. 이들 기업이 윤리경영을 하지 않았다고 단정할 수는 없죠.

김소희 기자: CP도입 여부만으로 윤리경영을 판단할 수는 없겠죠. 하지만 CP도입 말고는 아직까지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없잖아요.

장우순 실장: 공정거래조정원에서 규정한 CP는 전 제조업 및 서비스업에 대한 것으로, 제약산업의 특수성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CP 도입 여부로 제약사의 윤리경영이나 유통의 투명성을 측정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여러 요소들을 복합적으로 검토해 윤리경영 여부를 판단해야겠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CP등급을 획득하거나 신청을 한 제약기업이 있다는 것은 큰 변화 중 하나입니다. 예전에는 CP를 도입하기만 하고 등급을 받지 못했는데, 지금은 등급을 받은 제약기업도 있으니까요. 시스템으로 정착시키기 위한 활동을 하고 있음을 방증하고 있는 거죠.

김소희 기자: CP로만 판단하기 어렵다면 협회 차원에서 CP 외의 윤리경영 판단 기준을 마련해야 하는 건 아닌가요?

장우순 실장: 윤리헌장이 그런 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소희 기자: 무슨 말씀이죠?

장우순 실장: 다시 준법경영을 포함한 윤리경영을 이야기하겠습니다. 크게 타율규제와 자율규제로 나눌 수 있습니다. 그 동안은 타율규제로 리베이트가 근절돼 왔습니다. 처음에는 공정거래위원회가 공정거래법에 따라 규제했고, 이후에는 약사법과 의료법에 따라 리베이트를 주고 받은 양자를 처벌하는 것으로 타율규제를 강화했습니다. 그리고 또 한 번 더 강화돼 건강보험법을 통해 해당 품목을 삭제하는 데까지 이르렀습니다.

이처럼 공정거래법, 약사법, 건강보험법 등으로 규제가 강화됐다는 것은 타율규제에 한계가 있다 즉, 시장에는 일벌백계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우리 협회는 자율규제가 답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자율규제를 정착시키기 위한 첫 단추가 윤리헌장을 전면 개편해 선포하고, 수반되는 사항을 윤리강령, 표준내규 등으로 제시한 거죠.

김소희 기자: 윤리헌장을 선포하고 윤리강령 및 표준내규를 제정한 것이 윤리경영을 판단하는 기준이라는 거죠?

장우순 실장: 그렇습니다. 자율정화, 자율규제에 무게중심을 둔 첫 번째 활동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소희 기자: 외부에서 보는 시각은 달라졌나요?

장우순 실장: 영업 및 마케팅 등에서 보이지 않는 변화가 있습니다. 라이선스 인ㆍ아웃을 하든 코-프로모션을 하든 코-마케팅을 하든 파트너를 고를 때 시각이 달라졌습니다. 시너지 효과가 크더라도 윤리경영을 한다는 것이 서로 보장되지 않으면 파트너십을 맺지 않고 있습니다.

코-프로모션 계약을 체결할 때 상대방에게 윤리경영 관련 자료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는 국내는 물론, 수출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국내 제약기업도 수입사에게 요구하고요.

엄격한 타율규제, 협회를 중심으로 한 자율규제, 세계시장에서 요구하는 기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국내 제약기업이 변할 수밖에 없던 거죠. 모든 CEO들도 이에 대해 인식하고 있습니다.

김소희 기자: 점점 강력하고 엄격해진 규제와 달리, 상대적으로 정부의 지원은 미비한 것 같습니다. 자율규제 등을 통해 노력하고 있지만 제도나 정책적인 지원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윤리경영을 하는 게 쉽지 않죠.

장우순 실장: 일벌백계보다는 칭찬과 포상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예로 CP AAA 등급을 받은 제약기업에게 국책 선정 시 가점을 준다거나 인센티브를 주는 것을 들 수 있습니다. 처벌보다는 인센티브나 혜택을 주는 것이 리베이트 해법으로써 좋지 않을까 판단됩니다.

윤리인증제도에 대해 정부가 시스템을 마련하고 포상제도도 함께 강구해줘야 합니다. 이는 행정효율성 측면에서도 필요한 부분입니다. 감시하고 방어하는 데 투입하는 인력과 비용이 어마어마합니다. 당사자들의 피로감과 수고 등 사회적 비용이 너무 큰 거죠. 선순환 구조로 바뀌어야 이미지가 개선될 것입니다.

또한 제약산업의 특성을 반영한 별도의 CP 규정이 마련됐으면 합니다. 건설업계의 경우, 별도의 CP가 마련돼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김소희 기자: 아직 갈 길이 머네요. 윤리경영 정착을 위한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장우순 실장: 윤리헌장을 선포하고, 자율평가지표를 만든 후 인증제도까지 정착시키겠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윤리헌장은 선포됐으니 이제는 윤리경영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졌는지, 잘 가동되고 있는지, 어떻게 예방할 것인지 등 점검하는 지표를 마련할 차례입니다. 10월 말 협회 70주년 창립기념식 때는 지표가 마련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표에 따라 점검을 해보니 현재 윤리경영 점수가 몇 점이다’ 판단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판단이 돼야 인증제도를 마련할 수 있겠죠. 글로벌로 진출 시 필요로 하는 게 정부의 인증인데, 갑자기 윤리인증을 해달라고 할 수는 없으니 시간을 갖고 차근차근 단계를 밟을 계획입니다.

김소희 기자: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해주세요.

장우순 실장: 무엇보다 윤리경영을 해야 한다는 인식이 생긴 만큼 진정성 있게 바뀌고 있습니다. 윤리헌장 선포 1년을 이야기할 수 있는 건 이후 2~3년 동안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기 때문입니다. ‘제약산업은 리베이트’라는 인식을 없앨 수 있도록 윤리경영 정착에 가속도를 내겠습니다.

김소희 기자: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제약산업의 변화 기대하겠습니다.

장우순 실장: 감사합니다. 수고하세요.

저작권자 © 헬스포커스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