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족 한 달을 맞은 신생 의사단체가 의사들의 새로운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6월 14일 발족식을 진행한 의료혁신투쟁위원회(이하 의혁투, 공동대표 정성균ㆍ최대집)가 그 주인공이다. 의혁투는 박원순 서울시장, 최동익 국회의원, 조찬휘 약사회장 등을 고발하며 의료계의 일약 스타로 떠올랐다. 이 같은 활동이 다소 과격하거나 정치적이라는 시선도 있지만, 의혁투는 의료계의 자율성과 전문성을 보장받기 위한 활동들이라고 강조한다. 특히 이 같은 주장은 궁극적으로는 국민건강을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정성균 공동대표가 충북 음성군에 개원 중인 늘편한내과의원을 찾아 단체의 정체성과 의료계의 현안 등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최미라 기자: 안녕하세요, 대표님.

정성균 대표: 어서 오세요. 멀리까지 오느라 고생했어요.

최미라 기자: 의혁투를 설립하게 된 취지를 먼저 설명해 주세요.

정성균 대표: 의료계의 상황이 여러가지로 어렵지만,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이 의료계의 자율성이 훼손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의료환경을 만들어 나가는데 있어 의료계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고, 행정, 입법, 자본권력에 의해 의료가 자꾸 왜곡되는 현실이잖아요. 그런데도 개선의 여지가 보이지 않고, 의사들도 자포자기하며 현실에 안주하려고 해서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단순히 의학기능으로써의 사회적 역할이 아닌, 의료의 본질을 지켜 나가는 의사로서의 기능을 지켜 나가기 위해 설립했죠.

최미라 기자: 공교롭게도 지난달 14일 발족식을 진행한 날 검찰의 박원순 시장 수사 착수 소식이 알려지며 의혁투가 화제가 됐잖아요? 포털사이트 검색어 순위에 오르고, 홈페이지까지 일시 폐쇄할 정도였는데 당시 상황은 어땠나요?

정성균 대표: 의혁투가 지난달 5일 대검찰청에 박원순 서울시장을 허위사실에 근거한 유언비어 유포 혐의로 고발했고, 서울중앙지검이 전담부서를 배당한 사실이 14일 언론을 통해 알려졌죠. 이 때문에 의혁투가 발족한 이 날 홈페이지에는 방문자가 폭주했고, 비의사 회원 가입도 많아 15일 홈페이지 임시 폐쇄조치를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최미라 기자: 검찰의 수사착수 발표와 의혁투의 발족식이 같은 날 이뤄진 것을 근거로 일각에서는 의혁투가 박원순 시장의 고소를 위해 급조된 단체라거나 정부의 사주를 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는데요?
 
정성균 대표: 날짜가 겹친 건 우연의 일치였을 뿐인데, 박 시장의 지지자들이 음해성 소문을 퍼뜨린 겁니다. 의혁투의 발대식은 검찰이 수사착수에 나선 것과는 전혀 상관없이 따로 진행된 것인데, 우연히 맞물린 거죠. 의혁투는 박 시장이 심야 기자회견을 하기 3일 전 발족식 장소를 예약했고, 홈페이지를 만드는데도 한 달 정도 걸렸어요. 닥플에는 5월말부터 의혁투가 활동할 것이라는 공지를 했구요. 박 시장이 기자회견을 할 지 전혀 예상하지 못 한 상황이었고, 이미 준비는 하고 있었다는 의미죠. 하지만 박 시장의 발언이 메르스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 35번 삼성서울병원 의사에 대한 중대한 명예훼손에 해당됐다고 판단해 고소를 진행한 것 뿐입니다. 

6월 16일 서울대병원 앞에서 삼상서울병원 의사의 쾌유를 기원하며 촛불행사를 진행 중인 정성균 대표
6월 16일 서울대병원 앞에서 삼상서울병원 의사의 쾌유를 기원하며 촛불행사를 진행 중인 정성균 대표

최미라 기자: 의혁투는 정치적 목적으로 설립된 것이 아닌데, 일부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이 오해를 한 것이네요.

정성균 대표: 단체 설립취지에서도 분명히 밝혔듯이 의료환경의 올바른 정착과 의료 왜곡을 바로잡자는 취지로 만들어 졌습니다. 정치적 목적은 전혀 없어요. 만약 의혁투의 활동이 정치적 목적으로 흐르면 저부터 탈퇴할 생각입니다. 의혁투는 의료환경의 올바른 정착만을 위한 그런 단체가 될 거에요.

최미라 기자: 지난달 24일에는 최동익 국회의원과 조찬휘 약사회장을 대체조제 활성화법과 관련한 입법로비 혐의로 고발했는데요. 고발인 조사에서 뭐라고 진술했나요?

정성균 대표: 아직 수사가 진행중인 사안이라 자세히 밝힐 수는 없지만, 해당법의 불합리함과 입법로비가 의심되는 정황에 대해 설명했어요. 일단 최 의원이 대체조제 활성화를 주장하며 내세운 건보재정 절감 이유가 전혀 맞지 않죠. 지금 우리나라는 오리지날과 복제약값이 비슷하거나, 오히려 복제약값이 더 비싼것도 있는 상황인데, 3,200억원의 재정 절감 주장은 전혀 터무니 없거든요. 또, 설령 그 주장이 맞다 하더라도 그런 이유로 의사의 정체성을 훼손하는 대체조제 입법은 말도 안되는 거에요. 
 
최미라 기자: 의사의 정체성이라고 한다면, 진료권과 처방권을 의미하는 건가요? 

정성균 대표: 그렇죠. 의사가 환자를 진료하고 약을 처방하는 것은 치료과정에 대한 책임을 진다는 의미에요. 심평원은 오리지널이 100% 효과라면 복제약은 80~120%까지 효과를 인정하고 있잖아요. 의사가 100의 효과를 노리고 약을 처방했는데, 약사에 의해 대체조제가 이뤄질 경우 80이나 120의 효과가 날 수 있어요. 하지만 환자가 잘못되면 책임은 모두 의사에게 있잖아요?

최미라 기자: 그렇죠.

정성균 대표: 의사의 고유권한을 침범하는 건 사실 있을 수 없는 일이에요. 군대의 예를 들면, 사단장이 탱크 공격을 지시했는데 대대장이 소총을 쏘라고 지시한 것과 마찬가지죠. 이 법은 전문가의 고유권한을 완전히 말살시키는 입법이므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고, 어떠한 방법으로든 입법을 막을 것입니다.

최미라 기자: 최근 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보건부 독립 주장 논의가 많이 나오고 있어요. 과거보다 국민적 공감대도 형성된 것 같구요.

정성균 대표: 국방부장관을 비군인이 하거나, 법무부장관을 법조인이 아닌 사람이 하는 경우는 없는데, 유독 보건복지부장관만 의사가 하지 못하고 있죠. 세계적으로 중진국 이상 국가에서 장관급에 의사가 없는 나라는 대한민국 뿐일 겁니다. 

최미라 기자: 정부가 장관급에 의사를 일부러 앉히지 않는 걸까요?

정성균 대표: 다분히 의도적인 거죠. 의료를 통제하기 위한 정치권의 아주 잘못된 판단이라고 생각합니다. 보건의료부 독립은 분명히 필요합니다. 특히 의사가 의료의 자율성과 전문성 보장을 주장하는 것은 국민 건강을 위한 것이지, 의사를 위한 것이 아닙니다. 군인들이 자율적으로 군사훈련하고 국방을 책임지는 것은 국민을 위한 것이지, 군인을 위한 것이 아닌 것 처럼요. 그런데도 의료계의 이런 주장을 직역이기주의로 매도하는 것은 아주 몰상식한 짓이에요.

최미라 기자: 의사들이 불합리하다고 주장하는 리베이트 쌍벌제나 아청법 등도 정부가 의료계 탄압을 위한 일환이라고 보나요?

정성균 대표: 그렇죠. 대한민국은 의사들의 덕목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을 다 입법화해 의료계를 규제하고 탄압하고 있어요. 의사는 환자를 위한 진료를 하라는 측면에서 이타주의적이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 지 1세기가 넘었어요. 하지만 이타주의가 의무는 아니고 의사가 환자를 진료하면서 베풀 수 있는 하나의 덕목이거든요. 의사가 진료를 하며 환자에게 어디까지 베풀지는 의사가 결정하는 것이고, 그래서 옛날에는 인술이라고 했죠. 그런데 요새는 이타주의가 의무로 변해서 의사들은 경제적인 이득은 최소한으로 취해야 하고, 나머지는 재능 기부처럼 희생해야 한다는 식으로 바뀌어 입법화된 것이 리베이트 쌍벌제죠. 다른 의료악법인 아청법 등 여러가지 의료환경을 제압하는 악법들 역시 의사들의 덕목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다 입법화 시킨 거구요. 

최미라 기자: 그렇다면 리베이트 쌍벌제가 아니라, 어떤 식으로 해결해야 할까요? 

정성균 대표: 정부가 일부러 의료계를 탄압하는 시스템을 만든 건데, 복지부가 약가결정 구조만 투명하게 하면 해결되는 문제입니다. 지금 우리나라 약가 결정은 제약사와 건보공단이 협의해 결정한 후 복지부에 허가를 신청하는 식으로 이뤄지고 있는데, 그 과정에 의사는 전혀 의견을 내지 않아요. 임상실험 시에만 의학적으로 개입하지, 약이 완성되고 제약사가 판매를 결정한 이후부터는 약가가 결정될 때까지 의사가 전혀 개입하지 않는 거죠.

최미라 기자: 그렇죠.

정성균 대표: 그래놓고는 제약사가 의사에게 로비를 하니 그걸 리베이트라고 처벌하는 거에요. 특히 복지부가 2012년 오리지널과 복제약값을 비슷하게 만든 것 자체가 의도적으로 의료계를 탄압하기 위한 조치에요. 선진국은 오리지날과 복제약값의 가격 차가 세 배 가까이 나거든요. 

최미라 기자: 정부가 약가 결정을 불합리하게 해 놓고, 의사들을 탄압하고 있다는 주장이네요.

정성균 대표: 그렇죠. 단순하게 경제논리만 적용하더라도 오리지널은 10년 이상의 임상에 들어간 약 개발비용을 고려해 어느 정도 특허를 유지해 주기 위해 비싼 것이잖아요. 사실 약 제조는 약의 화학적 구조를 만드는 것이므로 비용이 거의 안 들어가요. 그래서 선진국은 복제약값을 30% 정도로만 유지해 주는데, 우리나라는 오리지널과 약값을 똑같이 만들어 놔서 제약사가 복제약을 팔면 많은 이득을 볼 수 있는 구조에요. 그러니 어떻게든 제약사는 의사와 약사, 공공기관에 로비를 하는 거죠.

최미라 기자: 복지부가 리베이트를 조장했다는 주장이시죠?

정성균 대표: 리베이트를 없애려면 제약사가 제조, 유통, 판매하는 정도의 경제적 이익만 보장해 주는 가격결정을 복지부가 해주면 돼요. 복지부가 리베이트를 조장해 놓고, 개원의만 처벌하는 것은 말이 안 되지 않습니까.

의혁투 로고
의혁투 로고

최미라 기자: 의혁투가 내세우는 구호 중 ‘의료는 국가 구성원 모두의 책임’이라는 건 무슨 의미인가요?

정성균 대표: 올바른 의료를 위해서는 의료계 뿐 아니라 의료소비자, 정부ㆍ기관, 의료자본, 기업ㆍ국민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거에요. 의료소비자들이 요구사항은 많고, 가장 훌륭한 의료서비스를 받아야 한다며 서비스 선택권만 주장하다보면 의료재정과 시스템이 제대로 유지될 수 없잖아요. 따라서 어느 정도까지는 시스템을 재정비하고, 자신에게 맞는 의료서비스를 받아 들일 줄 아는 국민 자세도 필요해요.

최미라 기자: 예를 들면 건강보험료 인상이나 의료전달체계 재정립 등에 국민의 협조가 필요하다는 건가요?  

정성균 대표: 그렇죠. 사실 우리나라 의료비가 싼 걸 알면서도, 건강보험료를 더 내라고 하면 대부분 싫어하죠. 현재 직장인이 건보료를 평균 4~5만원 납부한다고 보면, 만원만 더 내도 많은 부분을 개선할 수 있어요. 특히 조제료 부분이 문제에요. 약사가 2만명이고 조제료가 2조원이라면, 수술 행위료는 2,000억원 밖에 안 돼요. 이게 말이 됩니까. 조제는 기계가 하는데, 약사가 약 봉투 집어 주면서 조제료를 1, 2만원씩 받을 이유가 없잖아요. 사실 정치인들도 그런 부분을 알면서도 표를 의식해 바꾸려고 하지 않아요. 

최미라 기자: 의료전달체계 같은 경우도 문제가 심각하죠. 

정성균 대표: 법적으로 의료전달체계가 규정은 돼 있지만, 전혀 통하고 있지 않아요. 과거 맹장염만 걸려도 서울대병원, 삼성서울병원에 가던 때와 비교해 보면 지금은 많이 줄었다고 하지만, 아직도 암에 걸리면 무조건 빅5 병원을 찾아가죠. 사실 빅5는 3차도 아닌 4차병원이에요. 물론 4차 병원이라는 건 없는 말이지만, 지역에도 있는 3차 병원도 무시당하고 빅5만 찾아다니잖아요. 먼저 1차병원에 가고, 꼭 필요하면 2차병원에 가는 식의 의료전달체계를 확립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의사가 판정해야죠. 결국 지속가능한 의료를 위해서는 만연한 의료쇼핑과 과소비 문제를 해결하고, 국민 동의 하에 의료전달체계를 잘 유지하는 것이 관건입니다. 

최미라 기자: 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정성균 대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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