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대표자회의에서 존재감 없고 무능력하다는 비판을 받아서였을까?

추무진 의사협회장의 섣부른 행보가 보건부 독립 주장을 직역이기주의로 내몰리게 하고 있다.

추무진 회장은 지난 6일 박상근 병원협회장과 함께 국회 정론관서 기자회견을 열고, 보건복지부로부터 보건의료 분야를 떼어내 보건부로 독립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추 회장은 보건부 독립은 국민 건강권 보호와 보건의료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추 회장은 이틀 뒤인 8일에는 국회에서 의사협회 임원이 1인 시위를 하고 본인은 현장에서 격려하는 형태로 보건부 독립을 다시 주장했다.

하지만 의사협회가 진행한 기자회견과 1인 시위가 효과적이었는지 의문이다.

보건부 독립 요구가 직역이기주의 프레임에 갇히는 모양새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의사협회와 병원협회가 기자회견을 열기 직전 한의사협회는 메르스 사태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의사협회가 의사 출신 장ㆍ차관을 만들려고 보건부 독립을 주장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한의사협회는 메르스 방역 1차 책임자인 공공보건정책관과 질병관리본부장 및 센터장이 모두 의사인 사실은 숨긴 채, 국가적 재난 상황을 자신들의 이익과 권한 확대에 이용하려 한다며 의사협회를 맹비난했다.

그러자 추 회장은 보도자료를 내고, 보건의약단체만이 아니라, 정부, 국회, 언론, 시민사회도 모두 보건의료 행정의 전문성과 독립성 부재를 메르스 사태의 핵심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며, 의사에게 장ㆍ차관을 시켜달라는 것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1인 시위 현장에서도 추 회장은 의사 출신 장ㆍ차관을 위해 보건부 독립을 주장하는 것이라는 한의사협회의 주장은 황당하다며 결코 의료계의 이익을 위해 목소리를 내는 것이 아니라고 거듭 강조했다.

결국, 보건부 독립의 당위성을 주장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에서 직역이기주의가 아니라는 해명을 반복하는 꼴이 된 것이다.

게다가, 보건의약단체가 보건부 독립에 동의한다는 의사협회의 주장도 치과의사협회와 간호협회, 약사회가 기자회견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설득력을 잃게 됐다.

또, 보건의료노조도 메르스 사태는 보건부 독립이 핵심이 아니라, 공공의료의 기본체계를 정비하고 민간주도의 의료공급의 규제를 더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성명서를 내는 통에, 의사들만 보건부 독립을 주장하는 것처럼 비쳐지게 됐다.

기자회견과 1인 시위 자체를 탓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보건의료단체들의 참여를 이끌어내지 못한 상황에서 성급하게 강행한 것으로 보여 아쉽다.

특히, ‘의사협회가 의사 장ㆍ차관을 만들려고 한다’는 한의사협회의 주장을 반복해서 반박해야 했는지 의문이 든다.

미국의 언어학자 조지 레이코프는 그의 저서 코끼리는 생각하지마에서 어떤 사람에게 코끼리를 생각하지 말라고 말하면 그 사람은 더 코끼리를 떠올리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는 상대편의 프레임을 단순히 부정하는 것이 오히려 그 프레임을 강화하게 된다는 것을 가리킨다.

보건부 독립 주장이 직역이기주의라는 프레임에 빠지지 않도록 세밀한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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