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국회의원들의 임기가 1년도 채 남지 않았다.

회기가 끝나지 않은 만큼 종합적인 평가를 내리기엔 아직 이르지만, 국회 본연의 업무인 ‘입법’ 활동에 대해 짚어볼 부분이 있다. 

‘일하는 국회’를 내세우며 의욕적으로 출발했지만 법안만 우후죽순으로 쏟아냈을 뿐, 처리현황은 형편없기 때문이다.

지난 2012년 5월 30일 19대 국회 임기가 시작된 이후 6월 26일 현재까지 3년 여 간 접수된 법안은 1만 5,000건을 넘어섰다. 휴일을 포함해 하루 평균 13건도 넘게 접수된 셈이다.

이는 지난 18대 국회 4년간 접수된 전체 법안수 1만 3,913건을 이미 넘어선 것으로 헌정 사상 최고치이며, 이런 추세가 이어진다면 19대 국회 전체 법안수는 2만여 건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역대 국회 접수법안수는 17대 국회 7,489건, 16대 국회 2,507건, 15대 국회 1,951건, 14대 국회 902건 등이었다.  

하지만 1만 5,000건이 넘는 법안 중 가ㆍ부결이나 폐기 등으로 처리된 법안은 전체의 33% 가량 수준이고, 나머지는 미처리 계류 상태이다. 심지어 이 가운데 상당수는 아예 상정조차 되지 않았다.

의원 입법과 정부 입법을 합쳐 원안 또는 수정안이 가결된 비율도 12% 수준에 그치고 있다. 역대국회 발의법안 대비 가결법안 비율이 14대 국회에선 72.7%였으나 15대 국회 57.4%, 16대 국회 37.8%, 17대 국회 25.5%, 18대 국회 16.9% 등으로 계속 떨어지는 추세다.

특히 정부가 아닌 여야 의원들이 발의한 의원 입법이 전체 발의 법안의 90% 가량 되지만, 원안 가결 또는 수정 가결된 법안은 6%에 불과하다. 

이처럼 의원 입법안의 가결률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이유는 법안 발의 자체가 졸속으로 이뤄지고, 정쟁에 몰두하느라 법안 논의를 뒷전으로 미루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역구나 상임위 관련 기관ㆍ단체 등의 이해를 반영한 ‘민원 입법’이나 정부의 재정 여건 등을 감안하지 않은 ‘선심성 입법’, 국민적 관심이 높안 사안에 대해 비슷한 법안을 무더기로 제출하는 등의 관행이 없어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의 예만 보더라도 5월 20일 메르스 환자가 처음으로 발생한 이후 30건이 넘는 관련법이 쏟아진 바 있으며, 단 이틀 간의 심사로 상임위와 본회의까지 일사천리로 통과해 졸속입법 우려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여야가 각종 정치 현안을 두고 대치를 반복하면서 본회의는 물론, 상임위까지 열리지 않아 법안 논의를 할 수 없는 것도 문제다. 

당장 지금도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와 관련, 야당이 메르스법 통과를 제외한 의사일정 보이콧을 선언해 지난 26일 상임위 일정이 줄줄이 취소됐으며, 남은 6월 임시국회 일정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앞서 세월호 참사 이후인 지난해 5월 2일부터 9월 29일까지는 여야가 150일 동안 대치하며 국회 본회의에서는 단 한 건의 법안도 처리하지 못했다.

지난 4월 임시국회에서는 공무원연금 개혁 논란과 관련, 여야간 협상이 결렬되면서 본회의가 파행돼 이와는 무관한 100여 건의 법안이 처리되지 못하고 ‘빈손 국회’로 마무리 됐으며, 2월 임시국회도 이완구 국무총리에 대한 인사청문회와 김영란법 수정 논란으로 공방을 벌이느라 법안 처리는 뒷전이었다.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는 방송법 개정 등을 둘러싼 여야간 이견으로 지난 2013년 9월 국회부터 2014년 4월까지 8개월간 ‘입법제로’라는 불명예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처럼 국회가 정쟁에 몰두하느라 기본 책무이자 고유 권한인 법안 처리도 제대로 못하면서 스스로 국회 무용론을 자초하는 꼴이 됐다. 국민으로 하여금 국회는 세금만 축내는 집단이라는 인식과 함께 정치에 대한 불신까지 커지게 만드는 상황인 것이다. 

19대 국회가 ‘법안 발의’라는 양적인 면에서 이미 역대 최고를 기록한 만큼, 남은 임기 동안은 ‘법안 처리’라는 질적인 면에도 좀 더 신경써 출범 당시 다짐한 ‘일하는 국회’라는 약속을 지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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