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세계 보건의료 구매기관 네트워크(이하 INHPO)’ 국제행사와 관련해 갈등을 빚고 있다.

물론, 두 기관 사이의 갈등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런데 최근 두 기관의 행보를 보면 ‘낯설다’라는 느낌이 들 만큼 전세가 역전된 모습이다.

그간 청구ㆍ심사체계 개선 등 업무영역과 관련된 두 기관의 갈등에서는 소위 ‘보험자론’을 내세운 건보공단이 주도적인 입장에 있었다.

그런데 최근 INHPO 국제행사와 관련된 갈등에서는 심평원이 우위를 보이고 있다. 건보공단은 주도권을 넘겨준 채 심평원의 그림자를 쫓는 형국이다.

앞서, 심평원은 지난해 2월 손명세 원장 부임 이후 보건의료서비스에 대한 구매자를 자처하며 건강보험 재정기능과 구매기능의 분리를 강조하고 있다.

심평원은 특히, 세계 보건의료 구매기관 네트워크 구축을 추진하며 구매기능의 글로벌화를 적극 모색하고 있다.

심평원의 이 같은 행보에 대해 건보공단은 보건의료서비스 구매기능은 보험자의 업무영역에 포함돼 있다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고 있다.

건보공단 노동조합 역시, 수 차례 성명서 통해 심평원의 INHPO 국제행사 개최를 맹비난하는 한편, 행사장 점거 등 실력행사에 나설 것임을 천명한 상태다.

이에 대해 심평원은 최근 기관 내부 게시판에 ‘왜 보건의료 Purchasing이고 국제 네트워크 구축이 필요한가?’라는 자료를 게재하며 INHPO 국제행사 개최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나섰다.

심평원은 이 자료를 통해 추진 경과를 상세히 소개하며 이 행사가 심평원의 독자적인 행보가 아님을 강조했다. 특히, 건보공단이 그간 일련의 추진 과정에서 일절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보여줬다.

행사 추진 및 관련 예산 심의 과정에서 건보공단 실무자들이 어떠한 문제도 제기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결국 최근 건보공단의 반발은 사후약방문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그런데 이번 사안에 대한 심평원의 대응방법이 낯설지 않다. 과거 건보공단이 취한 방법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앞서, 건보공단은 김종대 이사장 재직 당시 기관 자체적으로 쇄신보고서를 만들어 진료비 청구ㆍ심사ㆍ지급 체계 개선에 대한 개선을 강력히 추진한 바 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심평원 등 유관기관과의 갈등이 나타나자 김 전 이사장은 복지부 장관과 체결한 경영계획서 내용을 전격 공개하며 기관의 행보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나섰다. 최근 심평원이 INHPO 국제행사 개최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모습과 유사하다.

한편, 심평원은 이번 국제행사 개최가 기관의 이익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보건의료시스템과 의료비용 관리체계를 한 단계 발전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건강보험제도의 발전은 결국 건보공단과 심평원 두 기관의 상호 협력 속에서 가능하다. 오는 7월 1일 건강보험 38주년 및 기관 창립 15주년을 앞두고 있는 두 기관이 ‘역지사지’의 자세로 이번 국제행사와 관련된 갈등을 잘 마무리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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