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국회에서 열린 생명윤리 세미나에서 주최자인 이영애 의원이 축사를 하고 있다
27일 국회에서 열린 생명윤리 세미나에서 주최자인 이영애 의원이 축사를 하고 있다

환자가 스스로 판단할 능력이 없는 상태에서 환자 가족들이 중환자실에서의 연명치료가 무의미하다는 주장과 사망 순간까지 할 수 있는 모든 치료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로 나뉜다면 의료진은 어떻게 결정해야 할까?

특히 최근 ‘김 할머니’의 연명치료 중단과 관련해 자기결정권은 뜨거운 사회적 논란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27일 오전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이영애 의원(한나라당) 주최로 열린 세미나에서는 이같은 ‘생명윤리와 자기결정권’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울산의대 고윤석 교수(서울아산병원 내과계중환자실 실장)는 ‘의료현장에서 본 환자의 자율성’에 대한 발표를 통해 “현대 의료윤리는 환자 자율성 보장이 중심가치가 됐다”고 밝혔다.

고 교수는 그러나 환자 자율성의 온전한 실현은 우선 환자가 자신이 처한 상황과 그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의료대안들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어야 하며,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는 심리상태와 지적 능력이 있어야 가능하다고 전제했다.

또한 자신의 결정을 지지해 줄 수 있는 경제적 뒷받침과 가족들의 지지, 유관 사회 시스템이 작동돼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질병이 가지는 복잡한 특성과 자신의 건강과 연관된 결정에 따른 압박감 등으로 환자 자율성의 올바른 실현에 의사의 역할은 여전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의사가 환자에게 보여주는 태도나 대화의 기술, 필요한 정보의 전달 능력에 따라 환자의 결정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그는 자율성 보장의 중요한 방식으로 권장되고 있는 사전의료의향서 작성은 사전의료계획 수립을 논의하는 도구로 매우 중요하지만, 윤리적 문제와 결정의 곤란함 등으로 그 활용도가 그리 높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전의료의향서는 연명치료에 대해 자연스럽게 논의하는 병원문화의 정착이 이뤄진 다음에야 활성화 될 수 있다며 이에 대한 대안으로 환자와 가족, 의료진이 참여하는 사전의료계획의 수립을 제안했다.

고 교수는 환자의 자율성 보장을 위한 의료인의 역할에 대해서는 환자나 가족들이 진료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대화를 통해 노력하고, 이를 통해 공유된 치료 목표는 진료팀이 서로 공유해 치료과정이 일관되게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환자 연명치료의 유보나 중지에 관한 결정은 환자의 자기결정권과 회복가능성에 대한 의학적 판단을 기초로 해야 한다”면서, “자기 결정을 할 수 없는 영유아나 소아의 경우는 부모가 윤리적으로 어긋난 결정을 요구할 경우는 국가가 아이들의 보호자가 될 수 있는 제도가 우리 사회에서 마련돼 작동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헬스포커스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