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보험공단과 공급자단체의 올해 수가협상이 지난 2일 자정을 기해 종료됐다. 건보공단은 올해 협상이 건강보험 재정흑자에 대한 가입자와 공급자 간의 이견으로 인해 난항을 겪었다고 밝혔다. 실제로 대한병원협회 등 2개 공급자단체는 건보공단이 제시한 수치와의 간격을 좁히지 못해 협상이 결렬됐다. 지난해에 이어 건보공단 수가협상단을 이끈 이상인 급여상임이사를 만나 올해 수가협상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조성우 기자: 이사님, 안녕하세요.

이상인 이사: 네, 반갑습니다.

조성우 기자: 임기 중 두 번째 수가협상을 마치셨는데요. 소감 한 말씀 해주세요.

이상인 이사: 두 번째 하니까 나아졌다는 느낌이 있어요. 처음에는 상대방이 어떻게 나올지 예측이 안 되니 힘들었죠. 올해는 예측이 되는 부분이 있고, 그런 측면에서 편안한 마음으로 협상에 임했어요.

물론 협상은 항상 어려워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공급자단체는 힘든 상황이라는 점을 강조했어요. 어렵다고 하니까 어려운 것은 알겠는데 어려운 것을 어떻게 증명하느냐, 어떻게 국민을 납득시킬 수 있겠느냐 하는 등의 구체적인 방안은 없었어요. 답답한 부분이죠.

조성우 기자: 건강보험 재정흑자에 대한 공급자들의 기대치가 높았는데요.

이상인 이사: 공급자들이 그런 기대를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봐요. 그런데 가입자의 입장은 공급자와 반대에요. 흑자재정을 아껴서 써야지 수가인상을 위해서 쓸 수 있느냐는 거죠.

결국, 공급자들이 정말로 어렵다면 국민을 상대로 어렵다는 것을 호소할 수 있는 근거나 자료를 내놓고 상대방을 이해시켜야 해요.

단, 재정운영위원회에서도 밴드(추가소요재정)를 정할 때 재정흑자 수준을 고려해 분위기라도 살려줬으면 공급자들의 반발을 완화할 수 있고, 보다 원만하게 수가협상이 진행될 수 있었을 텐데 그런 부분은 아쉬운 점이 있어요.

조성우 기자: 결과적으로 올해 협상에서 공단의 곳간이 열리지 않았죠. 흑자를 조금만 풀었어도 전 유형 타결이 가능했을 것 같은데요.

이상인 이사: 그렇죠. 그런데 가입자들의 말도 틀린 것이 아니에요. 공급자들은 재정흑자가 공급자의 희생으로 쌓인 것이라고 하지만, 가입자들은 불황형 흑자라고 말하죠. 경제가 어려우니 국민이 병원에 가고 싶어도 못 가는 부분이 있다는 것이에요.

또, 수가를 올리면 결국 가입자들에게 건강보험료 부담으로 돌아오기 때문에 국민의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것은 가입자 입장에서는 정당한 생각이라고 봐요.

공급자와 가입자의 생각이 다른 부분이 분명히 있죠. 이번 협상에서 공단이 양쪽에 열심히 이 같은 의견 차이를 전달하고 중간자 역할을 했어요.

그런 측면에서 보면 공급자와 공단 모두 성실히 협상에 임했고, 협상 과정이나 내용에 대해서는 아마 공급자들도 불만이 없을 것으로 봐요.

단, 재정에 대한 기본적인 시각차이 등은 평소에 서로 만나서 해소해야 해요. 협상기간 동안 집중적으로 만나 해소하는 것은 어려워요. 그러다 보니 공급자와 가입자 사이에 벽이 있어요.

조성우 기자: 공단이 중간에서 소통의 장을 마련해야 할 것 같은데요.

이상인 이사: 맞아요. 사실 지난해에도 자리를 만들려고 했어요. 그런데 서로 불신이 심해서 이뤄지지 않았죠. 공급자들은 가입자들이 귀를 닫고 있기 때문에 만남에 의미가 없다는 입장이에요. 가입자들 역시, 산하 회원단체를 설득해야 하는데 객관적으로 성명할 수 있는 데이터가 없다고 불평하죠. 그래서 나온 것이 원가자료 제공 등 부대조건이에요.

조성우 기자: 공급자단체에서는 공단이 수용하기 힘든 부대조건을 제시했다는 불만이 있는데요.

이상인 기자: 올해 협상에서 보험자와 공급자가 진료비 변동에 대한 재정위험을 공동 부담해 재정안정을 도모하는 의미로 ‘진료량 연동 환산지수 조정’ 부대합의를 전 유형에 제시했고, 병원협회에는 추가적으로 ABC(Activity-Based Costing) 원가자료 제공을 제시했어요.

이는 단순히 협상전략으로 던진 카드가 아니에요. 우선, ABC 원가자료는 순수한 마음으로 공급자의 어려운 상황에 대한 객관적 근거 자료를 만들기 위해 요구했어요.

현 상황에서는 원가자료를 통한 객관적인 방법이 아니면 병원의 어려움을 입증할 방법이 없어요.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계속 논의하면 장기적으로 자료 제공이 가능할 것으로 봐요.

또 다른 부대조건인 진료량 연동 환산지수 조정은 흔히 목표관리제로 알고 있죠. 그래서 공급자들은 진료비 통제를 위한 시스템으로 인식하고 반대부터 하죠. 지난해에도 공단은 목표관리제라는 표현보다 ‘진료량 변동에 따른 재정위험 분담제’라는 표현을 썼어요. 올해도 같은 개념으로 부대조건을 제시했어요.

공급자들이 못 받는 이유는 회원들의 정서 때문이에요. 이 부대조건을 받으면 앞으로 총액계약제로 가는 전제가 된다는 오해를 하고 있죠.

조성우 기자: 상호 신뢰 문제인 것 같은데요. 개선 방안이 있을까요.

이상인 이사: 건강보험제도는 공급자와 가입자, 보험자 세 축이 건전하게 육성돼야 원활하게 굴러갈 수 있어요.

지금처럼 공급자와 가입자가 대립적인 시각으로 가서는 앞으로 제도가 발전하기 어렵다고 봐요. 그래서 보험자의 역할이 중요하죠. 같이 머리를 맞대고 의논할 수 있는 사업을 많이 개발해 양쪽을 같이 이끌고 갈 수 있도록 해야죠.

조성우 기자: 수가협상에서 공급자단체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요.

이상인 이사: 회원 정서와 지도부의 이해관계를 뛰어 넘어 보다 큰 틀에서 보고 국민을 설득하는 노력이 필요해요.

물론, 단순히 수가협상 기간에 이 모든 것을 하는 것은 어렵죠. 가입자, 보험자와 같이 논의할 수 있는 장을 많이 만들어 꾸준히 소통해야 해요.

공급자는 회원 이해관계, 지도부 입장 등에 묶여 있고, 가입자도 자신들의 입장에서 묶여 있는  상황에서는 아무리 얘기해도 힘들죠. 서로 대립만 하는 구조를 개선해야 해요.

조성우 기자: 개선 방안이 있으신가요?

이상인 이사: 발전이라는 것은 서로가 조금씩 양보하고 서로 이해해주고 그런 과정에서 합의점이 만들어지고 이를 통해 한 단계씩 발전해 나가는 것이에요. 공급자와 가입자를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획기적 방안이 갑자기 나올 수는 없는 것이죠.

조성우 기자: 지금보다 공단에 조금 더 힘이 있다면요.

이상인 이사: 훨씬 낫죠. 사실 수가협상에서 공단에 거의 힘이 없잖아요. 재정위원회에서 밴드를 정해주면 받아와서 분배하는 역할뿐이죠.

공단은 올해 수가협상을 양방향으로 했어요. 추가소요재정에 대한 공급자의 의견을 받아서 다시 재정위원회와 얘기하고, 재차 공급자와 논의하는 등 양쪽으로 협상을 진행했죠.

올해 재정위원회에서 추가소요재정을 풀어 분위기만 조금 더 살려줬으면 공급자들도 결렬되는 단체 없이 모두 끌고 갈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은 있어요.

재정위원회도 합리적으로 설명하면 안 들어줄 수 없어요.  앞으로도 공단이 그런 역할을 충실히 해야 한다고 봐요.

그런데 공단이 이와 같은 역할을 하려고 하면 공급자와 가입자가 공단을 신뢰하고 지지를 해줘야 해요. 공급자에서 공단을 믿지 못하고 대립적인 쪽으로만 하면 공단이 힘이 빠지는 거죠. 가입자도 마찬가지에요.

중요한 것은 양측으로부터 공단이 신뢰를 받아야 한다는 것에요. 그래야 공단에 힘이 생겨 보다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수가협상을 진행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조성우 기자: 마지막으로 건강보험제도의 발전을 위해 한 말씀 부탁드려요.

이상인 이사: 우리사회가 좋은 방향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상호 대립되는 사안을 중간에 놓고 서로 머리를 맞대고 의논하고 소통해야 해요.

국민의료와 관련된 문제는 공급자와 공단이 같이 가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서로 반목하고 불신하고 벽을 쌓을 이유가 없어요. 국민을 중심에 두고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머리를 맞대면 건강보험제도와 관련된 여러 도전들을 해결해 나갈 수 있다고 봐요.

조성우 기자: 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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