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MERS)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대한의사협회가 보여주는 행보가 아쉽다.

의사협회는 지난 20일 메르스 첫 확진환자가 나오자 이틀 뒤인 22일 지나친 걱정과 불안을 가질 필요는 없다면서, 감염을 의심할만한 이력이 있고 발열과 기침 등 의심 증상이 있는 경우에는 의료기관을 방문해 자신의 이력과 증상을 상세히 설명하고 의사의 진료를 받으라고 당부했다.

이때 의사협회는 정부의 선제적 대처 방침을 지지하며 공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의사협회는 일주일 뒤인 29일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당국의 초기 대응이 부적절해 메르스 확진환자가 증가했다며 정부를 비판했다.

나아가 의사협회는 메르스 뿐만 아니라, 신종감염병 발생 시 정부의 초기 대응을 비롯한 신종감염병 관리체계가 총체적으로 부실하다고 날을 세웠다.

그러다가 의사협회는 4일 오후 다시 대국민기자브리핑을 열고 메르스는 밀접접촉에 의해서만 감염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국민이 불안해 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메르스 사태와 관련한 의사협회의 대응 행보를 보면, 움직임이 수동적이고 부자연스러워 보인다.

정부의 초기대응이 부적절하다고 비판하기 직전 의사협회는 회원들로부터 메르스 사태를 전문가 단체가 주도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았다.

의사협회는 초기대응이 부실했는데도 정부의 선제적 대응 방침을 지지한다는 성명이나 내는 한심한 모습을 보였다는 비난을 받고 나서야 정부 대응을 비판했다.

또, 의사협회가 국민이 불안해 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한 대국민기자브리핑을 하기 하루 전에는 청와대에서 메르스 대응 민관 합동긴급점검회의가 열렸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의료인들은 현 메르스 상황에 대해 아직 무차별 지역사회 전파가 아니라 의료기관 내 감염이므로 필요 이상으로 동요하거나 불안해 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의사협회가 정부의 움직임에 어정쩡한 보조를 맞추고 있다고 판단되는 대목이다.

공교롭게도 의사협회는 청와대 민관회의에 초대받지 못했다. 이런 경우 전문가를 배제한 정부가 비판을 받는 모습이 연출되는 게 보통이지만 이번에는 정부로부터 외면당한 의사협회에 대한 비아냥만 눈에 띈다.

미리 준비를 하진 못했다 하더라도, 메르스 사태가 터지자마자 대책위를 꾸려 대응해 나갔다면 전문가 단체의 위상 회복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됐을 게다.

이번 사태에서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의사들이 문형표 복지부장관 이하 정부 관료를 비전문가라고 비판하는 상황에서, 정작 의사협회가 전문가단체다운 행보를 보여주지 못했다는 거다.

첫 확진환자가 나왔을 때 정부의 선제적 대응 방침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표명할 게 아니라 국가방역체계의 문제점은 없는지 점검하라고 목소리를 높여야 했다.

발병 병원 공개 여부에 대해서도 주도적으로 문제를 제기해야 했다. 현재 다수 언론에서 미국과 유럽의 사례를 들며 해당 병원을 공개하고 적극적인 격리조치에 나서야 한다고 보도하고 있지 않나.

의사협회가 좀 더 이른 시간에 대책반을 꾸리고,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해야 했다. 의료 문제에 있어서는 의사협회가 최고의 전문가 단체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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