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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에서 힐링받고 돌아온 의사
장영식 기자 / 헬스포커스뉴스 | 승인2015.06.01 6:4

경기도의사회는 지난 4월 25일 강진으로 7,600여명의 사상자를 낸 네팔 카트만두 근교로 의료구호대를 파견했다. 의료봉사단체인 로즈클럽인터내셔널과 함께 한 이번 의료구호대에는 경기도의사회 소속의사 6명을 비롯해 8명의 의료진이 참여했다. 이들은 5월 8일부터 15일까지 7박8일 일정으로 의료 활동과 구호품 전달에 나섰다. 구호 활동에 참여한 강원봉 원장(부천 튼튼신경외과)을 만나 네팔 현지 상황과 의료활동에 대해 들어봤다.

장영식 기자: 원장님, 안녕하세요?

강원봉 원장: 네, 반갑습니다.

장영식 기자: 네팔 의료구호활동에는 어떤 계기로 참여했나요?

강원봉 원장: 경기도의사회에서 네팔에 의료구호대를 파견한다는 소식을 듣고 자원했습니다.

장영식 기자: 해외 의료구호활동을 자주 하는 편인가요?

강원봉 원장: 그동안 구호단체에 성금을 해오긴 했지만 현지에서 의료활동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장영식 기자: 원장님을 만나기 전까지 해외봉사 경험이 많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제 예상과는 다르네요.

강원봉 원장: 기부는 자기만족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내가 이 정도 기부했으니 할 만큼 했다고 생각하는 그런 것 말이죠. 하지만 마음 한편에는 직접 몸으로 움직여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늘 있었어요.

장영식 기자: 그런 와중에 이번 의료구호대 모집 소식을 들은 거군요?

강원봉 원장: 네, 그렇습니다. 재난지역으로 구호활동을 떠난다는 소식을 듣고, 병원이 손해가 나도 봉사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장영식 기자: 지진이 계속되고 있다는 뉴스를 보고도 결정한 거죠?

강원봉 원장: 재난지역이니만큼 위험성은 당연히 있다고 생각했고, 감수해야 한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장영식 기자: 의료진은 충분한 반면, 구호물품이 부족하니 구호물품 위주로 지원해 달라는 현지의 요구가 있었다던데 사실인가요?

강원봉 원장: 그렇지 않습니다. 다수 의료진이 입국한 것은 사실이지만 대부분 수도인 카트만두 지역에 몰려 있었어요. 그나마 카트만두 지역은 구호시스템이 구축돼 있었으니까요. 네팔 현지 사정을 모르니 무턱대고 오지로 구호활동을 떠날 수 없었죠.

카트만두 외곽에 본부를 꾸린 의료구호대.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것 같은 허름한 건물이 인상적이다.

장영식 기자: 원장님이 속한 의료구호대도 카트만두 지역에 본부를 꾸렸죠?

강원봉 원장: 카트만두 중심가에서 3시간쯤 떨어진 외곽 지역에 구호본부를 꾸렸습니다.

장영식 기자: 현장에 도착했을 때 어떤 느낌을 받았나요?

강원봉 원장: 무너진 건물과 갈라진 도로를 보니 지진의 무서움을 실감하겠더라고요. 무엇보다 의료 열악 지역이 많아 놀랐습니다. 지진이 난 지 2주가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진료를 단 한 차례도 받지 못한 사람이 대부분이었어요. 현지 사정에 익숙치 않은 해외 의료진 대부분이 의료취약지역을 찾아가는 것은 엄두를 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장영식 기자: 7박8일간의 일정이었는데요, 날짜별로 어떤 활동을 했나요?

강원봉 원장: 구호활동 첫날인 9일에는 랄리퍼 태초지역에서 주민 250여명을 진료했고, 10일에는 랄리퍼 부룬주리지역에서 주민 400여명을 진료했어요. 11일과 12일에는 다딩시 지번풀 지역에서 450여명의 주밍을 진료했고, 13일에는 다딩시 떠서리풀 지역에서 약 200명을 진료했습니다.

장영식 기자: 환자들의 상태는 어땠나요?

강원봉 원장: 환자 중 신발을 신지 않은 사람이 반 이상이었어요. 목욕을 하는 동네도 아니어서 위생상태도 나빴고 질병도 많았죠. 지진으로 다친 사람도 많았는데, 건물이 무너지면서 돌에 깔린 사람도 있고, 피하려다 넘어져 골절된 사람도 있고, 뼈가 부러지거나 손이 뭉개진 사람도 있었어요. 참혹했죠.

장영식 기자: 외상환자가 많았나 봐요? 주로 어떤 환자가 많았나요?

강원봉 원장: 정형외과, 신경외과 환자들도 있었고 근골격환자, 감염환자도 많았어요. 응급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은 본부로 돌아올 때 싣고 와서 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조치해 줬습니다.

지진에 의해 부러진 환자의 발목을 고정시키는 장면. 구호대를 찾은 환자 상당수가 지진에 의한 직접 피해자였다는 게 강원봉 원장의 설명이다.

장영식 기자: 처치를 한 환자의 비중은 얼마나 됐나요?

강원봉 원장: 10% 이상이었어요. 주사치료와 신경치료를 했는데, 바로 나아야 하는 개념이기 때문에 애를 먹었죠.

장영식 기자: 바로 나아야 한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가 안되네요.

강원봉 원장: 2~3일 뒤에 다시 오라고 할 수 없는 상황이었으니까요. 현지 환자들은 정오 무렵부터 구호대를 찾아옵니다. 이유는 교통편이 없어 걸어오기 때문이에요. 옆마을에 의료진이 왔다는 소식을 들으면, 3시간이고, 4시간이고 걸어오는 거에요. 아침밥 먹고 걷기 시작해서 정오가 돼서야 구호대에 도착하는 거죠. 우리가 한 지역에 계속 있을 수 있는 상황도 아닌데, 그런 분들에게 2~3일 후에 다시오라고 할 순 없잖아요?

장영식 기자: 그렇군요. 현지 교통사정은 어땠나요?

강원봉 원장: 카트만두 본부에서 외곽지역으로 이동할 땐 짚차처럼 생긴 자동차를 탔어요. 그런데 비포장 도로가 많고, 경사가 심해 위험한 길도 많았어요. 처음엔 겁을 좀 많이 먹었죠.

장영식 기자: 현지 도로상황이 열악한가 보네요.

강원봉 원장: 열악하기도 하고, 여진이 계속 이어졌거든요. 3~4의 지진이 계속 이어졌고, 7.5의 강진도 일어났어요. 강한 지진이 일어나면 이동하다가도 피해야 합니다. 여진 때문에 새벽 두 시에 대피한 적도 있었어요.

휴대폰에 담아온 사진들을 보여주며 현지상황을 설명하는 강원봉 원장

장영식 기자: 사진을 보면 텐트가 보이는데 어떤 상황인가요?

강원봉 원장: 구호활동 4일째 날인 12일 낮에 7.5 강진이 일어났어요. 구호대가 사용할 학교건물이 무너질 지 몰라 텐트를 치고 환자를 진료한 거에요.

장영식 기자: 7.5 강진에도 진료를 계속했던거군요.

강원봉 원장: 강진이 계속될 지 모른다며 철수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어요. 하지만 3~4시간을 걸어온 환자들을 외면할 순 없었죠. 그 분들을 외면하고 돌아오면 평생 후회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어요,

장영식 기자: 찾아온 환자는 모두 진료한 건가요?

강원봉 원장: 네, 진료를 못한 경우는 없었어요. 찾아온 모든 환자를 진료했어요. 우리 인원이 총 13명이었는데 간호사들도 고생이 많았죠.

장영식 기자: 인상깊었던 환자가 있었나요?

강원봉 원장: 지진이 난 당시에 도망치다가 넘어져서 팔이 부러진 환자가 기억나네요. 뼈가 완전히 으스러졌는데 당겨서 맞추고 깁스를 해줬어요. 마취제가 없어서 뼈를 맞추는 중에 거의 기절하다시피 했어요.

장영식 기자: 이번에 구호활동을 함께 한 로즈인터네셔널은 어떤 곳인가요?

강원봉 원장: 오래 전부터 활동해 온 의료봉사단체에요. 네팔에 지부를 두고 지속적으로 의료봉사활동을 해왔기 때문에 의료취약지구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더라고요. 이번에 로즈인터네셔널과 함께 하자는 판단을 한 경기도의사회 집행부에 감사드리고 싶어요. 

장영식 기자: 네팔에 다녀온 후 특별히 느낀 점이 있나요? 다른 누군가를 도와줬다는 뿌듯함 같은거요.

강원봉 원장: 타인을 도와줬다는 뿌듯함도 있지만, 그보다 나 자신이 힐링이 됐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어요. 다른 사람을 도와주면서 느낀 행복을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에요.

장영식 기자: 8일 간의 일정이면 병원 경영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나요?

강원봉 원장: 사실 구호활동에 나서기 전에 사무직원이 병원 힘들어진다고 막더라고요. 하지만 진료에 차질이 있어도 당연히 감수해야 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경제적으로 손해보고 희생을 했다고 하는데, 실제로 희생한 부분은 없어요. 다녀온 뒤 좀 더 열심히 일해야겠다는 의욕이 생겼거든요. 그리고 환자를 볼 때도 한마디라도 더 따뜻하게 해주려고 노력하는 저 자신을 발견할 때 뿌듯해 집니다.

강원봉 원장은 네팔 주민들로부터 자신이 힐링을 받았다고 강조했다.

장영식 기자: 직원은 말린다지만 원장님은 기회가 되면 다시 해외의료봉사에 나설 것 같아요.

강원봉 원장: 어떻게 아셨나요? 경기도의사회에서 6월중에 필리핀 의료봉사를 계획하고 있길래 참여하겠다고 말해 뒀어요. 그곳이 세계 3대 낙후 지역 중 한 곳이라더군요.

장영식 기자: 쉽지 않겠는데요?

강원봉 원장: 이미 각오했습니다. 네팔에서의 경험을 살려 제대로 도움을 주고 싶어요.

장영식 기자: 마지막으로 한말씀 부탁드릴게요.

강원봉 원장: 봉사활동을 못하면 기부라도 많이 해주는 게 정답인 것 같아요. 현장을 다녀와 보니 기부가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확인했어요. 아픈 사람을 병원에 데려와서 치료할 비용으로 쓰이기 때문이에요. 앞으로 의료구호활동에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장영식 기자: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강원봉 원장은 1957년생으로 조선의대를 1984년에 졸업했다. 국군수도병원 신경외과과장과 동화성모병원 원장을 거쳐, 부천에서 튼튼신경외과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 대한신경외과개원의협의회와 대한신경통증외과학회 이사직을 맡고 있다. 최근 신경외과의사가 된 딸과 해외의료봉사를 함께 다니는 미래를 꿈꾸고 있다.

 


장영식 기자  sasilbodo@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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