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당국이 중동호흡기증후군(이하 메르스) 대응과 관련해 초기대응 미흡으로 인한 2차 감염 확산과 경직된 매뉴얼 적용, 보여주기식 대책 마련 등으로 국회의 질타를 받았다. 메르스는 치사율이 40%에 이르는 데다, 아직까지 개발된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어 국민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위원장 김춘진)는 지난 27일 전체회의를 열고, 보건복지부(장관 문형표)와 질병관리본부(본부장 양병국)로부터 메르스 관련 현안보고를 받았다.

 
 

▽간병인ㆍ의사 등 5명 확진판정…보건당국 조치는?
메르스 첫 번째 확진 환자는 중동지역 여행 중 감염돼 지난 11일 발열 증상이 발생했으며, 19일 의료기관 신고에 따라 진단검사를 거쳐 20일 확진됐다.

이 환자는 12일과 14일, 15일에 A 의원, 15일부터 17일까지 B 병원, 17일 C 의원, 17일부터 20일까지 D 병원을 방문했다.

이 환자는 AㆍBㆍC 의료기관 진료 시에는 중동지역 여행력을 밝히지 않았고, D 병원 진료시 바레인 여행력만을 알렸으며, 확진 후 국가지정입원치료병상 입원시 역학조사를 통해서야 사우디아라비아 및 UAE를 여행한 사실을 밝혔다.

이후 27일 현재까지 추가로 네 명의 확진자가 확인됐다. 이들은 A 환자가 B 병원에 입원 중 같은 병실에서 체류했던 보호자(부인), 동일병실 입원자 및 그의 보호자(딸)과 A 환자를 진료했던 의사로, 국가지정입원치료병상에서 치료 중이다.

현재 유전자검사 음성으로 확인된 경우라도 밀접접촉자 관리원칙에 따라 격리종료시(최종 환자접촉일로부터 14일)까지 격리 이송된 상태에서 격리 관찰을 지속하고, 가족도 자가격리 상태가 지속된다.

보건당국은 해외로부터의 메르스 환자 유입 및 국내 발생에 따라 정부는 국가 감염병 위기대응 단계를 ‘관심’ 단계에서 ‘주의’ 단계로 격상하고, ‘중앙방역대책본부(본부장 질병관리본부장)’를 가동했다.

또, 메르스의 추가 유입 및 확산 방지를 위해 중동지역에서 입국하는 항공기에 대한 검역체계를 ‘승객 전원 체온측정’ 방식으로 강화하고, 전국 17개 국가지정입원치료병상이 즉시 가동될 수 있도록 준비를 지시했다.

아울러 지자체ㆍ대한의사협회ㆍ대한병원협회 등을 통해 의료기관의 메르스 의심환자의 내원에 대비한 행동요령을 배포했다고 설명했다.

메르스 확산 방지를 위해 환자의 밀접접촉자는 격리 관찰을 지속 적용하되, 본인의 의사에 따라 자가 또는 별도 시설에서 격리하도록 하며, 현재 자가격리자에게 자가 이외의 시설에서의 격리 방안도 선택할 수 있도록 안내할 예정이다.

▽증상 자각한 환자의 격리조치 요청 무시 ‘질타’
이날 여야 국회의원들은 입을 모아 네 번째 환자에 대한 보건당국의 대응 태도를 지적했다. 세 번째 환자를 간병해 온 딸이 증상을 자각하고 격리조치를 요구했지만, 질병관리본부가 체온 측정 결과 이상이 없고 호흡기 증상이 없다면서 거부했고, 결국 추후 확진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이종진 의원은 “너무 소극적으로 대처했다.”라고 질타했고, 문형표 장관은 “일선에서 매뉴얼대로 하다가 그렇게 된 것 같다. 좀 더 신중하게 조치했더라면 사전에 대비를 할 수 있었을 것이다.”라고 인정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성주 의원도 “네 번째 환자가 당초 국가지정병원인 국립의료원에 얘기했는데 발열 등이 미흡하다며 귀가 조치를 했다.”라며, “환자가 자각증상을 호소했음에도 불구하고 귀가 조치를 했다가 확진 판정이 된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양병국 질병관리본부장은 “환자의 입원 격리를 거부했다기 보다는 대상에 속하지 않기 때문에 귀가보다는 가택에 격리한 것이다.”라며, “당장에는 기준에 속하지 않지만, 환자 밀접접촉자이므로 가택격리하고, 보건소가 하루 두 번씩 모니터링 하겠다고 한 것이며, 이 같은 과정을 통해 확진 판정이 된 것이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김성주 의원은 “내가 당국자였다면 일단 본인이 자각증상을 호소했고, 확진 환자를 5일 동안 간병했으므로 당연히 감염됐을 것으로 생각하고 격리조치와 유전자검사를 했을 것이다. 보건당국의 안이함이 우려된다.”라고 꼬집었다.

새누리당 문정림 의원은 “보건당국은 네 번째 환자의 유전자검사를 늦춘 이유에 대해 ‘열이 없었고 증상이 뚜렷하지 않으면 유전자검사 상 양성으로 나올 가능성이 낮아서’라고 했다.”라며, “하지만 증상이 없거나 미약하다고 해서 유전자검사가 모두 음성으로 나오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무증상이라도 바이러스에 감염됐다면 양성으로 나올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양병국 질병관리본부장은 “진단용으로는 그렇게 권고하고 있지 않다.”라고 반박했고, 문 의원은 “결국 확진 판정을 받지 않았나. 복지부와 질본의 경직된 지침을 지적하는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문 의원은 “전문가의 의견은 다르다. 원칙 때문에 증상 발현이 미흡하다는 이유로 유전자검사를 늦게 했지만 결국 확진 판정을 받지 않았나. 보건당국의 경직된 태도에 문제가 있다.”라고 거듭 지적했다.

▲지난 23일 국립인천공항검역소에서 메르스 대처상황을 점검 중인 문형표 장관
▲지난 23일 국립인천공항검역소에서 메르스 대처상황을 점검 중인 문형표 장관

▽최초환자 유전자검사도 지연, 왜?
최초 확진환자의 유전자검사가 지연된 사실도 거듭 지적됐다. 처음에 보건당국이 대학병원의 검체접수 의뢰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김명연 의원은 “대학병원 전문가가 의심환자가 있다며 검체를 채취해 보낸다면 협조해 줘서 감사하다며 얼른 받아서 해야지, 거부하는 나라가 어디 있느냐. 무슨 배짱으로 거부하느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의원은 “아무리 전문가라도 평소에 항상 긴장하고 대응해야 한다. 국민이 얼마나 불안해 하는 줄 아느냐.”라며, “네 번째 환자 격리 요청과 검체 접수 거부한 그 사람이 국가 신뢰를 다 떨어뜨린 것이다. 자격 없는 사람은 바로 전보조치 하고 열심히 하는 사람 앉혀 놓으라.”고 일침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성주 의원도 “최초환자가 세 번째로 방문한 병원에서 18일 오전에 감염이 의심된다며 검사 요청을 했는데, 질본은 환자가 방문한 바레인은 메르스 발생국이 아니고, 카타르는 경유만 한 것이므로 검체 접수를 안 받다가 19일 저녁에서야 수거해 갔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양병국 질병관리본부장은 “검체 접수를 거부한 것은 아니다. 이런 경우에는 가장 관련이 많은 호흡기 질환 12가지 검사로 감별 진단하도록 돼 있다.”라며, “환자가 아직 감별 진단을 안 했다고 해서 바레인에는 메르스 발생이 없으니 먼저 이것부터 하라고 권고한 것이다. 권고에 따라 12가지 검사를 했고, 이후 검체를 접수한 것이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김 의원은 “납득하기 어려운 설명이다.”라며, “질본이 2013년 6월 메르스중앙방역대책반을 마련했다고 하는데, 그 동안 구체적으로 어떤 대비활동을 해 왔는지 보고하라.”고 요구했다.

▽보여주기식 대응ㆍ홍보 미흡에 의사 국회의원 분개
새누리당 문정림 의원은 의사 출신 이력을 살리며 현장에서 느끼는 보건당국 대응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었다.

문 의원은 “최초 환자는 병원을 네 곳을 전전한 후 국가지정병상에 입원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 메르스가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의원급이 잘 몰랐다고 한다.”라며, “하지만 복지부, 질본 홈페이지에서 몇 번을 검색해야만 지침을 다운받을 수 있고, 의료기관에 안내했다는 복지부의 행동요령을 받은 곳은 아무도 없다.”라고 비판했다.

문 의원은 “복지부 홈페이지에 26일 처음 공지됐고, 오늘 수정했다. 의료기관에는 아무 곳에도 전달되지 않았다.”라며, “복지부와 질본은 국회를 위해 일하느냐. 오늘 업무보고를 위해 자료 만들었느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그는 자신이 의사협회 의무이사로 일할 당시 신종플루가 발생했으며, 복지부가 만들지 않은 의료기관 안내용 업데이트 자료를 다섯 번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문 의원은 “아무리 복지부와 갈등이 있다고 해도 의협, 병협에 공문 한 번만 보내 협조요청을 하면 국민을 위해 즉각 나선다.”라며, 보건당국이 의료계와 적극적으로 협력할 것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양병국 질병관리본부장은 “신고기준과 관련해 전문가 간 이견이 많아서 최종적으로 조율하느라 수정이 늦어졌다.”라며, “개인지침과 관련해 인쇄되지 않은 것들은 배포했고, 인쇄된 것은 오늘 61개 해당지역을 방문해 배포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문 의원은 또, “외교부에도 무슨 협조 요청을 했는지 모르겠다.”면서, “외교부 홈페이지에는 4월 20일자 메르스 관련 자료 하나와 오늘 출국안내 하나 떠 있더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해외환자 유치와 의료기관 진출은 주로 중동과 하고 있다. 중동 메르스 감염을 보면 의료인과 의료기관 감염이 20%인데 복지부는 ‘사우디에 의료기관을 수출했다’, ‘중동 환자를 유치했다’ 광고만 하고 메르스 관련 교육은 전혀 없다.”라며, 적극적인 교육과 홍보를 촉구했다.

같은 당 김재원 의원도 “사우디에서 발병이 가장 많은데, 거기서 여행하고 오는 사람들은 반드시 검역을 받으라는 홍보가 절실하다.”라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과거 신종플루 치사율이 0.2%였는데 국민 우려가 컸다.”라며, “반면 메르스는 치사율이 40%에 육박한다. 치명적인 사망률이고 치료제도 없는 심각한 상황인 만큼 유의사항 홍보 등 예방대책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라고 말했다.

▽포괄간호서비스 했으면 2차 감염 없었다?
확진 환자를 간병하다가 2차 전염된 사례를 두고 포괄간호서비스와 연계해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제기됐다.

새정치민주연합 김성주 의원은 “확진 환자 중 두 명은 가족을 간병하다가 병실에서 감염된 것이다.”라며, “가족에 의한 간병이 허용되지 않는 의료체계였다면 두 번째, 네 번째 환자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양병국 질병관리본부장은 “그럴 수도 있겠지만, 전문 간병인도 전염될 수 있다.”라고 반박했고, 김 의원은 “격리된 상태에서 가족이 감염됐다는 것은 가족 간병이 허용된 우리나라 의료체계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포괄간호서비스 같은 보건체계 돼 있었다면 2차 감염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새누리당 신경림 의원도 “복지부가 시범사업을 진행 중인 포괄간호시스템은 병원 내 감염을 줄일 수 있는 좋은 제도다.”라며, “감염 전파를 예방할 수 있는 총체적인 의료기관 시스템을 점검할 때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문형표 장관은 “공감한다. 포괄간호서비스를 포함해 병원감염을 줄일 수 있는 종합적인 대책을 검토하겠다.”라고 답했다.

한편, 신경림 의원은 이외에도 최초 확진환자가 증상이 발현된 후 네 곳의 의료기관을 돌아다니며 치료 받다가 20일에서야 확진 판정을 받은 사실을 지적하며, 메르스 감염에 대한 의료진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최초 확진환자의 여행력에 대한 문진이 네 번째 상급종합병원에 가서야 이뤄진 것은 문제라며, 의원급 감염관리 교육을 어떻게 강화할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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