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시민사회단체가 올해 수가협상의 화두 중 하나인 건강보험 재정흑자에 초점을 맞춰 수가협상과 관련된 입장자료를 냈다.

건강보험 흑자는 보험료와 의료비 인상을 감내한 국민에게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 이 단체의 주장이다. 여기에, 수가인상보다는 오히려 건강보험료 인하를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곁들였다.

건강보험가입자포럼이라는 이 시민사회단체는 건강보험 재정흑자는 정부나 의료계의 재정절감 노력이 아니라, 어려운 경제상황에서 국민의 의료이용이 줄었기 때문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또, 어려운 경제상황임에도 의사의 소득은 연간 수 억원을 상회하고 매년 치솟고 있다며 의료인의 고임금을 뒷받침하기 위해 매년 국민의 보험료를 인상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건강보험가입자포럼은 건강보험재정운영위원회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등에 참여하는 가입자단체들이 모인 단체다. 현재 건강세상네트워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한국노동조합총연맹, 한국농업경영인중앙회 등 5개 단체가 소속돼 있다.

건강보험을 국민중심으로 운영하기 위해 생겨난 단체라는 특수성이 있기 때문에 건강보험 흑자가 국민에게 돌아가야 한다는 건강보험가입자포럼의 주장 자체를 문제삼고 싶진 않다.

단, 건강보험 흑자를 바라보는 시선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건강보험 지출 둔화 원인을 국민의 의료이용 감소에만 초점을 맞추면서 숲 전체를 보지 못하는 우를 범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건강보험 재정흑자가 지출 둔화에 기인한 것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실제로, 과거(2005~2011년) 건강보험 지출의 연평균 증가율은 12.0%였으나 최근 3년(2012~2014년)간 연평균 증가율은 5.5%로 크게 둔화됐다.

특히, 건강보험 지출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보험급여비 지출의 전년대비 증가율은 2009년 13.8%, 2010년 11.7%, 2011년 7.4%, 2012년 4.0%, 2013년 7.0%, 2014년 5.5% 등으로 둔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와 같은 지표는 저수가 정책으로 의료공급자에 대한 재정 지출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의료기관을 경영하는 입장에서는 경영상태가 악화되고 있는 상황을 보여주는 자료다.

가입자단체가 요구하는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는 결국 공급자와 함께 만들어 나가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보험급여비 지출  증가율 둔화가 계속되면서 의료기관이 건전하게 커 나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지 않고 있다.

건강보험가입자포럼이 단체의 특수성이라는 색안경을 벗고 상생의 시각으로 재정흑자 등 건강보험 관련 지표를 들여다 보길 기대한다.

저작권자 © 헬스포커스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